꽃 피고 새우는 이즈음, 나는 봄바람이 나고 말았다. 살
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이렇게 좋은 날에 바람이 나지
않고 어찌 하누.
누구라도 봄날에는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가슴이 물결
처럼 일렁거리며 자꾸 나를불러낸다.
품속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좀 부드러운가.
사랑이 봄날에만 하는것이냐고 묻지말라. 해마다 오는
봄이지만
이때가 되면 심한 봄 앓이를 하느라 입술이 부르튼다.
사랑할 상대를 찾으려는 새들의 날개짓, 천지에 만발한
꽃들이 내뿜는 향기도 벌 나비를 부르는 몸놀림이 아니
던가.
공원의 의자에 앉거나 풀밭에 앉아서 사랑의 밀어를 나
누는 연인들을 볼수 있다.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저 당당함!.
60년대에는 연인들이 만나 사랑을 나누기가 참 어려웠었
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장소가 최적의 장소였지만
쉽지 않았고 컴컴한 밤, 야산 으슥한 곳이나 큰 나무 뒤
에 숨어야했으니, 참 어려운 가운데 사랑을 나누었음이
다.
둘이 좋아 만나는 것인데도 철저하게 보안에 신경을 쓰
지 않으면 안 되었고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니면 절대로 말
하지 않는 1급비밀이었다.
그런데도 비밀은 새어나가기 마련이라 들통이 나는수가
더러 있어서, 동네 우물가에선 그 집딸을 흉보느라 두레
박소리가 요란하였다. 연애하면 절대 못쓰는 인간으로
팽개치곤,'바람 난 그 집'딸과는 가까이 하지말라며 자기
네 딸 한테 단단히 단속을 하였다.
딸 가진 부모네들은 연애질이나 하고 다니는 것이 무슨
큰 죄라도 지은것처럼 안절부절하였다.
우리 동네 어떤 언니가 건너 마을 총각과 눈이 맞았을때
도 그 언니는 한동안 부모님의 구박(?)을 받았는데도 기
어히 시집을 가고야 말았다.
둘이 좋아 만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온 동네가 한동안 난리를 피웠으니...
연애결혼하는것을 터부시하던 지난날. 연애결혼한 사람
이 더 잘살던데.
숫처녀, 숫총각들의 가슴속에 파고 드는 연정을 나누는
게 무슨 대역죄인이 된것처럼 취급하던 그때.
영화처럼 아련하게 떠오른다.
연애사건이 자주 일어나도록 동네에 처녀, 총각이 많아
졌으면 좋겠다. 동네에 젊은이가 없으니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