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갑자기 군대간 아들이
급성맹장이라 수술을 한다하여
강원도춘천에 있는 군인병원에 다녀왔다.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또 택시를 타고
병원에 도착하니 수술을 끝내고
누워있는 아들을 보니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엄마는.. 수술 잘됐대요' 하는데
그래도 안쓰러웠다. 더운것 같아
중위인 간호장교아가씨에게
선풍기좀 달라했더니 아들에게
" 더워도 좀 참아" 반말을 하였다.
군인의 계급사회라는걸 난 깜빡 잊고는
'아가씨가 넘의 아들에게 반말을 하냐'며
눈을 흘기니 우리아들 왈 '엄마, 여긴 군대예요' 했다.
그래도 병원있는동안 잘봐주라고 음료수한통사서
건네주고, 남편에게 전화를 할려고
공중전화로 갔는데 사병들이 줄을 서있었다.
10분,20분이 지나도 전화기에 붙어서서
떨어질 생각을 않았다.
신통한건 기다리는 군인들도 암말않고 뙤얕볕에서서
기다린다는 사실이었다.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
'총각, 이제 그만 좀 하면 안돼요? 기다리는 사람이 많잖아'
했더니 그래도 5분을 더 걸고는 수화기를 놓았다.
난, 뒤에 있는 사병을 보며
간단명료하게 남편에게 상황설명하고 끝냈다.
다시 병실에 갔다가 전화할일이 있어
공중전화 박스로 가니 또 줄을 서있는데
마찬가지로 아까처럼 전화기를 잡고 놓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하니 얼마나 할말이 많을까 싶다.
아마도 부모님과의 통화는 아닐것이다.
여자친구인가 그저 속삭이듯이 말을 하는폼이....
그제사 사병들을 이해하며 재촉하지 않고
팔장끼고 그늘에서 마냥 기다리며 줄을 선 사병들을
보니 전화를 거는 사병은 상병이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병은 일병이었다. 그러니 감히 어찌 재촉을 한다말인가.
웃음이 나왔다.계급사회....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탈때는 병장이 먼저 타더니
조금있으니 제일 안쪽에
이등병,일등병 상병,병장순으로
은연중에 바뀌는것이다. 내릴때는 또 병장이 제일
먼저 내렸다.
규칙속에 길들여져 가는걸까?
뒤에 탄사람이 당연히 먼저 내리는 일반사회와는 달랐다.
병실에 와서 붕대를 감고 있는 사병들이 안쓰러워
어찌 다쳤느냐고 꼬치 꼬치 묻는 날보고
우리 아들은 엄마가 주책스럽다고 여기는지
암말 마라했다. 그래도 그냥은 못있어
음료수,빵을 사서 일일이 하나씩 돌렸더니 아들은
못말리는 엄마라고 여기는지 아예 고개를 돌렸다.
다음날 걸어다니는 아들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3일만에 퇴원하여 부대로
복귀한단다.간호장교는 맹장이라도 한달정도는
있어도 된다 했지만 아들은 갑갑해서 싫다며
전화를 해보니 오늘 아침에 부대로 돌아갔다.
군대보낸 아들들이 아프지 않고 별탈없이
무사히 제대하기만을 학수고대 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냐 싶다.
모두들 건강하게 국방의 의무를 마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200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