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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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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위의 군인들


BY 수련 2005-06-09

본격적인 휴가시즌인지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진입로부터 차가 밀리기
시작하였다.
신호가 6번이나 지나갔지만
여전히 차는 뜨거운 뙤약볕에 굼벵이처럼
움직일뿐이었다.

옆차선에 소위 한명과 사병 4명을 태운
군인 트럭이 서있었다.
얼마나 더울까!

그나마 우리들은 차안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앉아있으니 좀 나은데 가리개도 없는
짐칸에 앉아있는 군인들을 보니
아들생각에 가슴이 찡해져 왔다.
뭘 줄게 없을까.

아, 아까 장볼때 파스퇴르요구르트를 한줄 산게
생각났다.
그런데, 끼워준것까지 5개뿐인데 운전병까지 6명인데
어쩌지...... 알아서 먹겠지 하며
문을 열어 ' 총각, 이것좀 받아요.'요구르트를 내미니
얼른 사병이 받으며 큰소리로 '감사합니다' 했다.

여전히 차는 제자리걸음이고 어찌 나누어 먹나보았더니
소위,
소대장인가보다. 자기는 안먹고
사병들만 먹게 했다.
내아들도 강원도에서 소대장을 하고 있어
눈은 내 아들 보듯이 소위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다시 장바구니를 뒤져보니 슈크림빵봉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니, 그런데 오다가 내가 한개 먹는 바람에
또 5개 뿐이다. 이일을 어쩌나..
아까는 지들만 먹었으니 이제는 소대장도 한개 주겠지 하며
또 문을 열어 빵봉지를 건네주었다.
그런데, 또 사병들만 나누어 주었다.
하기야 한입에 쏙 넣어면 그만인것을 베어먹을것도 없는 슈크림빵.

장바구니속에는 콩나물,두부,호박잎,미드득,조개,파...
아, 1000mL 우유가 하나 있었다.
좀 곤란하겠다 싶다. 컵도 없는데 어떻게 나누어 마시지?
차가 밀려 꼼짝 안하니 아줌마가 다니며 뻥튀기와 튀김과자를
팔고 있었다.

군인트럭과 내차의 거리가 멀어졌다.
얼른 아줌마에게 과자 6봉지를 뒤에있는 군인들에게
갔다주라며 돈을 주며 우유도 함께 보내주었다.
이젠 더주고 싶어도 줄게 없었다.
다시 차가 서서히 움직여 내옆을 지나가는
군인트럭을 보니 아니,소대장은 암것도 안먹고 있었다.
분명히 6봉지인데 왜 안먹을까.
우유도 사병들끼리 돌려가며 마시고 있었다.

'야, 소대장아, 니도 좀 먹어라'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찌.......
그래, 니는 폼잡고 있어라.소대원을 생각하는 마음인지
아니면 장교로서 폼 구겨지는 일인지는 몰겠다만,
우리 아들놈도 저리 미련떨지는 않는지 원.....
어쨋거나 사병들이라도 잘먹는걸 보니 마음이 좀 낫다.

집에 와서 딸하고 남편에게 그 얘기를 하니
우리 딸은 '우리 엄마 진짜로 못말린다'하고
남편은 '주책바가지 아지매의 표본이다'했다.

주책도 좋고 못말리는 아지매라도 좋다.
우리나라의 군인들이 모두 내 아들같이 보이는걸,
얼룩무늬군복만 봐도 눈물이 날것 같은데....
2001-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