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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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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쟁이


BY 수련 2005-06-09

날씨가 흐린탓일까.
종일 기분이 가라앉아 누구와도 마주치기도
싫은 하루였다.
길가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를
바라보아도 기쁨보다는
알수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간염예방접종 마지막 하는 날이지만
이 기분으로 주사를 맞으면
팔에 주사바늘이 들어가지도 않을것 같다.
하루 미뤘다고 설마 처음부터 다시
맞으라 하지는 않겠지....

남편이 저녁먹고 온다길래 찌개를
끓이려다 말고 재료를 냉장고에 도로 넣다가
냉장고속을 들여다보니
뭐가 뭔지 모를 반찬통들이 어지럽다.
곧 추석도 다가오니 냉동실과 냉장실을 정리해놓아야
틈틈히 장을 보아 넣어둘건데....

냉동실에는 뭐가 저리도 꽉 찼을까.
봉지봉지마다 뭉쳐있는것이 주인인 나도 모르겠다.

며칠전부터 정리해야지 마음만 먹고는
치일피일 미뤘었는데 기분도 착잡하고,
'에이! 해보자'싶어 냉장고속을
홀라당 까발렸다.
368리터 냉장고속에 뭐가 그리도 많이
들어 앉았는지 다 꺼집어내놓으니
씽크대위에 가득이다.

락스묻혀 깨끗히 닦아내고,
안먹는 반찬 정리하고 냉동실에도 하나하나 비닐벗겨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투명비닐로 다시 싸서
차곡차곡 넣으니 뭐가 들었는지 알수도 있고
제법 자리가 넓어졌다.

아, 기분이 좋아졌다.
냉장실,냉동실 야채칸도 깨끗이 정돈된 냉장고를
몇번이고 열고 닫고, 또 들여다보고 혼자 흐뭇해하고...

얼마동안은 이렇게 잘 되어있겠지.
야무지지 못한 나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분이 싹 바뀔수가,
혼자 부지런 떤 여자처럼 마음이 상쾌해졌다.
나는 흐렸다 맑아졌다하는 변덕쟁인가보다.

이제 연속극 보러 가야지.
'우리가 남인가요' 어설픈 춤바람 때문에
협박을 당하는 김영애의 쩔쩔매는 모양이
재미있다. 오늘쯤은 남편에게 들킬라나....
2001-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