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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를 보며


BY 마가렛 2021-11-05

며칠만에 청소기를 돌려본다.
먼지를 먹는 청소기 비우는 건 다음으로 미룬다.
아직도 완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한번씩 속이 뒤집어지고 힘들지만 스스로를
다독이며 해야할 일을 하나씩 찾아서 한다.

오래간만에 성당에 갔다가 아는 동생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느닷없이 그 동생이 나의 헬쓱한 모습에 걱정하면서 뼈건강에 좋은 환을 주겠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건강을 챙겨주려는 마음이 고맙기는 한데
며칠고생한 모습이 얼굴에 나타나는구나 싶었다.
몸속에 1키로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져나갔다.


가을길 좁은 아파트 사이길을 걸어 본다.
하늘은 구름없이 파랗고 마냥 높은 전형적인
가을 날씨고 상쾌하다. 벚꽃나무일까?
잎은 우수수 떨어져 거리를 단풍으로 수놓고
이따금씩 하나둘은 나에게 와서 안긴다.
그래, 한 해 동안 수고 많았어.
이렇게 예쁜 단풍이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너희들의 수고에 감사해..
결실의 계절은 우리에게도 중요하지.
혼자 중얼거리며 좁은 길을 걷고있는데
걷다보니 어떤 할머니 바로 뒤에 내가 서 있다.
할머니의 자세는 구부정하시며 때마침
아고! 하며 짧은 외침을 하시고 숨을 고르고 계신 상태다.

꼬부랑할머니의 뒷모습과 한숨소리에
나도 멈짓했다.
얼마나 힘이 드실까?
굳은 자세로 한참을 걸어도 힘든 연세 일텐데
나이드신 분이 기역자형으로 걸으시니 보는 나도 애잔함이 스며든다.
차라리 지팡이라도 들고 다니시지?
깜박 잊으셨나?
엄마생각이 나서 짐이라도 있으면 들어주고 싶었지만 작은 가벼운 백 하나만 들고 계신 할머니를보며 나도 모르게 할머니를 위해 잠시 쉬었다가
앞서가는데 자꾸 뒤를 보게 된다. 

내가 계속 몸이 안 좋은 이유를 어제서야 알게 되었다.
원인은 골다공증 약을 처음으로 처방 받고
그약을 먹은 날부터 이상이 온게다.
몸살을 동반한 속쓰림...
신경성인줄 알았는데 유튜브를 통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을 내과 쌤과 이야기하면서
말씀을 드렸더니 맞단다.
물론 한번 먹고 그후로는 약을 먹지 않았지만 몸상태가
호전되도 그약이 맞지 않으니 복용하지 말고 다른 약으로 처방받는게 좋을 거란다.

원인없는 결과가 없듯이
꼬부랑 할머니는 왜 몸이 그리 되었을까?
삶에 부딪혀 일을 너무 많이 하셔서
당신 몸 챙길 여유가 없으셨는지 아니면
시기를 놓치셨는지...
특히 여자들은 생리가 끝나면 건강한 사람도
여러가지 안 좋은 질병이 생기는데 관리가
잘 안되어 그리 되셨는지...

나도 내가 골다공증 약을 먹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는데 먹어야 한다니 기분이 묘하고 이상하다.
그럼에도 더이상 진전되지 않게 비타민 D와 칼슘부터 잘 챙겨먹고 영양섭취도 골고루 잘하고
엄마가 갈아주신 멸치도 한 스픈씩 듬뿍 듬뿍 
먹어야겠다.
아직도 꼬부랑 할머님의 뒷모습이 눈에서 어른 거린다.
모자를 쓰고 푸른 외투를 깔끔하게 차려입고
꾸부정하게 뒤뚱거리며 종종 걸어가는 뒷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