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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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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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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자


BY 수련 2005-05-19

 
지난주에 방학이라 딸애가 내려왔다.
딸이 내려오니 사람사는집 같다며 남편은
어찌나 좋아하던지...
매일 같이 있는 마누라는 사람으로 안보였나.

내성적인 성격이라 평소에는 말이 없지만
그저께 저녁 회식끝에 술이 거나하게
취한 남편은 딸애를 앉혀놓고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평소에는 잘 나가다가 항상 끝에는
만만한 나를 도마위에 올려놓고 애들앞에서
온갖흉을 다보는데 어쩐일인지
그날은 내 자랑을 하는게 아닌가.

"혜은아!지난번에 **만찬회에 갔는데
아줌마들이 많이 왔는데 모두 늙었고
못생겼던데 너거 옴마가 제일 얌전하고 젊고 이뿌더라"
이중성을 지닌 나는 물론 그날의 모임에 눈을 내리깔고
한껏 내숭을 떨었다.그러니 얼마나 점잖고
조신한 마누라로 비추었을까.그래도 그렇지,
딸도 나도 눈을 크게 뜨고 남편을 쳐다봤지만
농담은 아닌것 같았다.

"아빠가 엄마 칭찬하는거 처음 보는데 정말 듣기 좋은데요"
지 에미를 칭찬하는데 싫다하는 자식이 어디있겠냐마는
내가 생각해도 안하던 짓을 하는 남편이 뜨악스럽기까지 했다.

남편에게는 나는 항상 모자라는 마누라였다.
능력도 없고,못생기고,음식솜씨도 형편없고,
그렇다고 명문대를 나온것도 아니고,친정이 잘살아
보태주는것도 아니고,
입만 열면 심술쟁이 잔소리꾼으로만 보일뿐이었다.

나는 너무나 평범하고 소박하게도 '현모양처'가 될거라는
꿈을 갖고 결혼을 했었고 나름대로
아이들도 잘키울려고 노력하고 남편에게도
내조를 잘하는 양처가 되었다고 자신하며 살았는데
남편에게는 전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25년동안 살면서
한번도 마누라 칭찬을 한적이 없으니까....
나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서 표현을 못해서
그런가 했지만 그건 아닌것 같았다.

남의 밥그릇에 든 콩이 더 커보인다고
남의 마누라들은 다 잘났고
자기 마누라는 항상 부족해 보였나보다.
친구들과의 부부동반에서도 서슴없이
"아, 내가 그때 눈이 삐었지.좋은 여자들이 줄을섰었는데..'
농담처럼 진담으로 하는 남편의 말에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었지만 세월따라 맘씨좋은,모자라는 여자처럼
그냥 웃어 넘기곤했다.

그러면 친구들은 다음날 전화로"얘. 너는 배알도 없니?
네 신랑 진짜 이상하다. 나같으면 그냥 그날로 끝이다"

그런일로 끝을 내면 이혼을 수도없이 했을것이다.
술이 한잔 들어가면 막말을 잘하는 남편의
공격에 하도 속상해서 언젠가 친구와 술을 한잔하면서

"나는 우리애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로서는 내 의무를 충실히 잘한것 같은데
한 남자의 아내로서는 빵점이니 애들도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지네들이 잘 해나갈거고
이제 아내로서는 사표를 낼까보다" 라고도..

자꾸 그러면 이담에 남편이 정년퇴직하고나면
남의 가슴에 못박는,
예사로이 내뱉은 말에 복수하듯이 이혼장을
내밀리라고 다짐도 했었는데
세상살이가 어디 마음먹은대로 될까보냐 싶지만.

남들이 남편앞에서 내 자랑을 하면 그저 인사치레로만
여길뿐 정작 본인은 오갈데 없는 여자하나
건사해주는것 처럼 구박도 어지간히
해대더니 그날은 어쩐일인지 딸앞에서
망설임없이 쑥쓰러울 정도로 비행기를 태웠다.

다 늙으막에 눈에 콩깍지가 씌었나.
미운틀이 박힌 마누라가 이뻐보이기까지 하다니
별일도 다 있다 싶은데
이리저리 남편말을 걸러내어 들어봐도 진심인것 같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25년만에
이제사 마누라의 진가를 알아요?.다른사람들은
다 좋다하는데 우째 당신눈에만 마누라가 미워 보일꼬"
예전 같으면 담박에 되받는다고 또 퇴박을 줄만도 한데
마냥 허허거리며 웃는 남편이 오히려 이상하게
보였으니....

딸애는 엠티를 간다며 또 집을 떠났다.
다시 남편과 둘만 남았지만 전처럼 서운하지도 않다.
품안에 있을때 자식이지 떠나면 집에도 손님처럼
왔다갈뿐,

이제부터는
퇴근하는 남편에게 늘 기다려주는 마누라가
남은 인생의 동반자가 될것이다.
산날보다 죽을날이 더 짧은데 서로 다둑거려주고
보듬어주고 칭찬해주고 살면 얼마나 좋은가.
여태 왜그리 인색했을까.
누군들 자기를 이뻐라하는데
싫다할 사람이 어디있을까마는 그날이후로
요 며칠간 남편이 저절로 우러러 보인다.
'밉상영감'이라고 흉도 많이 봤었는데
오늘 아침에 양복입고 출근하는 모습이
멋있어보이기까지 한다.ㅎㅎㅎ

이글을 읽는이들은 아마도 속내다보인다고
흉볼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