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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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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있어 참 좋다.2


BY 수련 2005-05-19

    딸이 있어 참 좋다. 2
작가 : 수련
 
아들이 둘이면 두번째 아이가 딸처럼
싹싹하고 엄마를 잘 따른다는데
아들하나 딸하나 있는 나로서는
그래도 딸만 할까 싶다.

아들놈은 커갈수록 말이 줄어들고
일부러 찝적거려 말을 걸어야만 마지못해
대답하고 머리가 커지니 잔 재미가 없다.

서울로 대학을 보내고는 한달에 한번쯤은
올라가서 반찬도 만들어주고, 청소도 해주고,
숨막히게 조이는 남편을 한번씩 벗어나고싶어
아들놈에게 전화를 걸어 올라갈까 하고
물어보면 "뭐하러 오실려구요.혼자 다 할수있어요"
정말 눈치코치도 없는놈이다.
아들이 대학다닐동안 한학기에 한번만 당일치기로
다녀왔었다.

지난달 29일에 예술의 전당에서
김지연 바이올리니스트의
독주회가 있었다.
딸아이가 엄마와 같이
볼거라며 8월말경에 아르바이트한돈으로 예매를 했단다.
그런데,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서울갈 핑게거리가 없었다.

날짜는 다가오고 남편에게 연주회보러간다하면 십중팔구
"당신이 무슨 문화인이라고 서울까지 공연보러 간다말이야?
정신이 있는여자야 없는 여자야?."

서울갔다온지 두달이 지났으니 겸사해서
아이들 방도 치우고
여름이불도 빨아넣고, 김치도 시었을텐데
새로 담아 넣어두고 온다는데도 허락하지 않을게 뻔하다.
아들때와는 달리 그나마 딸애덕에 석달에 한번정도 올라가는데
아직 한달 더있어야 올라갈때가 되니까....

꼭 보고싶은데 서울로 갈 빌미가 주어지지가 않았다.
아참! 아들면회간다 핑게되야지 싶어
아들에게 살짝 전화를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일요일이지만 그날은
근무하는 날이라 밖으로 못나오니 오시지 마세요"
일단 올라오게 해서는 갑자기 근무시간이 바뀌었다며
지 아빠에게 적당하게 거짓말을 해주면 좀 좋으련만.
잘난놈! 도움이 안된다.

추석에 내려온 딸애더러 아무래도 엄마는 못볼것같으니
혼자라도 가라했더니
걱정말라며 씩씩하게 지 아빠에게 말했다.

" 아빠! 엄마하고 꼭 보고싶은 연주회거든요.
두사람좌석 예매를 한꺼번에 했기 때문에
하나만 해약을 못해요. 그러면 저도 못보니까
엄마를 보내주세요.녜?"
좌석하나만도 해약이 가능한데 안되기는...

"음,,음...."
헛기침만 해대더니 싱크대앞에서
괜히 행주만 만지작거리며 눈을 마주치지 않는
나에게 가는김에 애들 방 정리해놓고 오라며 퉁명스레
허락을 했다.

딸앞에서는 맘씨좋은 아빠로 보이고 싶은 모양이었다.
어쨋거나 속으로는 '야~호!'였다.

딸이 있어서 참 좋다.
.
딸애는 겨울이 되면 추워서 타기 힘든다며
한강유람선도 타보잔다.서울을 여러번 다녔지만
바삐 오르내리느라 타보지 못했었다,
한강변의 화려한 야경을 보면서 딸과 둘이 서로 기대어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배안에서 라이브음악도 들었다.

엄마와 같이 또 볼게 있다며 서울과학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모형이 아닌 실제 인간의 몸의 세계를
최첨단 기법으로 완벽하게 해부하여 보존한
'인체의 신비전'도 보았다.
지방에서는 볼수없는 유익한 볼거리였다.
그옆의 창경궁도 둘이서 손잡고 연인마냥 걸어도 보고...

2,3년전부터 길가다가 아들놈의 손을 잡으면 슬그머니
손을 빼내길래 속으로 얼마나 서운했던가.그러나,
딸애는 촌스런엄마가 길을 잃을까봐 그러는지
항상 손을 꼭 잡고 다녔다.

언젠가 남자친구가 생기면 지 오빠처럼 엄마를
슬슬 밀어낼때가 올것이다.내 마음을 읽은것 처럼
딸애는 삼대 거짓말중의 하나를 말한다.

"난 결혼안하고 엄마하고만 살거예요"

나도 결혼전에 누누히 엄마한테 했던 말이다.
엄마가 된 지금 나는 거꾸로 딸애에게 그말을 똑같이 듣고있다.

거짓말이 될줄 알지만
그래도, 딸이 있어 참좋다.

2002.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