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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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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로 대접받는 기분


BY 수련 2005-03-21

아이들에게 다녀오는길에 비행기를 탔다.

일요일이라 고속버스는  밀리면 몇 년전 다친 허리때문에 아무래도 장시간의

여행이 힘들것 같아 인터넷으로 비행기 검색을 해보니 마침

일반석 9자리가 남아있었다.

마일리지로 한번은 탈수있겠다싶어

전화로 예약을 하자 일반석은 마일리지로 안되고

비즈니스석은 가능하단다.

비행기를 타는것만도 과분한데 무슨 비즈니스석이나.

 

카드로 일반석을 결제하겠다고하니 아가씨가

낭창한 목소리로 말한다.

"고객님은 700점이 있는데 마일리지하시면 일반석과 1000점차이 밖에 안 나니까 이참에

비즈니스석을 한번 타보세요.6000점이면 됩니다."

 

"그럴까요. 그럼 해주세요"

전에 외국다녀온 마일리지가 국내선 편도 한번은 탈수있나보다.

 

재 작년에 남편이  50평생을 해외구경을 못해본

마누라를 위해 과분한 지출을 감수하며 여름휴가때 뉴질랜드를 여행시켜주었다.

낯선사람들과 7박8일을 동행을 하는 패키지상품이었는데

10시간 가까이 좁은 좌석에 앉아  가는 것이 정말 고역이었다.

온 몸의 경직함을 풀고자 일어나 실없이  뒤로

걸어 갔다 앞으로 갔다를 반복하다가 일반석을 벗어나서

 맨 앞으로 걸어가다보니 비즈니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너무나 편하게  잠에 취해 있었다.

앞 공간이 일반석보다는 넓으니 다리도 그나마 편하게 뻗을수있고

의자 등받이도 조금 더 뒤로 제낄수있어  

내 눈에는 천국처럼 안락하게 보였다.

돈의 액수로 가치기준을 세우면

비즈니스와 이코노미는 아무래도 다르겠지.

 

두어자리가 비어있는것같아 승무원 아가씨에게 저기에 좀 앉으면

안되느냐고 슬며시 물어보니 어색한 미소로 안된다고한다.

 

하기사 요금이 엄연이 다른데 비어있다한들 일반석의 표를 가지고는

안될줄알지만 그래도 이왕 빈자리, 앉으면 어때서..

 

자리로 돌아와서 남편에게 비즈니스석과 일반석의 요금차이가 얼마나

나느냐고 물으니 40%정도 비싼단다.

좀 힘들어도 그냥 가는게 낫지, 뭐하러 돈을 더줘.

몸을 이리저리 뒤척여도 도저히 넓혀지지않는 좌석에 포기하고

다시 잠을 청했지만 불편하기 이를데가 없는 애궂은 남편을 자꾸만

힐끔거리니 뒤쪽에 빈자리로 옮겨 가 주었다.

 

이 참에 나도  돈 한푼안내고 비즈니스석을 탈 수있는기회를 맘껏 누리리라

속으로 뻐겼지만 막상 탑승할 때 비즈니스석 티켓을 가진 사람을 먼저 나오라고

하니 후줄근한 옷차림의 아줌마를 비웃기나 할까봐 쭈뼛거려 나갈수가 없었다.

중후한 신사몇분과 내 눈에도 옷차림이 세련되어 보이는 여자가

또박또박 걸어가는데 나는 아무래도 비즈니스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아이들의 집 냉동칸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이 아까워  가방에 밀어넣었더니

왜그리 무거운지 한 쪽 어깨가 기울어 지면서 걸음걸이도 촌스럽게 뒤뚱거린다.

뒤꼭지가 뜨거운걸 참고 총총걸음으로 기내에 들어가서 가방을

그냥 발밑에 두는데 승무원이 얼른 머리위 짐칸에 올려주고

내릴때도 친절하게 내 손에 들려주었다.

게다가 제일 앞자리라 내리기도 편했다. 역시 비즈니스석이다!.

 

아마 내 평생에 두번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겠다 싶다.

그러나, 전날 딸아이와  밤늦도록 이야기꽃을 피우는 바람에

잠을 설쳤더니 편한자리에 취해서 비행기가 뜨기도 전에

잠에 빠져버렸다.

잠간 눈을 감았다가 떴다 싶은데 어느새 사천공항에 도착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평범한 일반 시민이 되어 리무진 버스를 타고

나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단 하루, 한 시간의 귀빈대접도 받을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