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토란대 파는 걸 남편 힘을 빌어 집으로 가져왔다. 시어머님 살아계실 때 해마다 말려 주셨던 게 생각나고 몇년 전 시골 장터에서 구입한 토란대를 말려서 잘 먹었던 게 생각나서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를 하던 차에 소일거리도 할겸 사왔다.
토막을 내고 껍질을 까고 세로로 조각을 내는데 네시간 가량 걸렸다.
옥상에 가져가서 널자니 걷는 것도 일이라 집앞에 돗자리를 깔고 널고 있는데 동네 어르신께서 그렇게 말리면 잘 말리기 어렵다고 옥상에 널라고 한말씀 하신다.
일단 해가 지고 집안으로 들여와 난방을 켜고 밤새 말렸다.
생각보다 잘 마르지 않아 동생에게 상황을 말하니 건조기를 빌려주겠다고 했다.
동생네 건조기로 감말랭이 만들었을 때 번잡했던 게 생각나고 토란대 양도 한번에 해결될 양을 넘었으므로 이번에는 자연건조를 하기로 했다.
일단 다음날에는 옥상에서 하루 말렸는데 날씨가 도와주지를 않아서 건조상태가 시원치않다.
밤에 또 난방을 하고 아침에 보니 상태가 더 나빠져간다.
그나마 마를 것같은 것은 남기고 물기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것은 모아서 삶았다.
반나절 물에 담궈 아린맛을 빼고 육개장을 끓일까 하다가 물오징어와 양파를 넣고 토란대를 듬뿍 넣고 찌개겸 국을 끓이니 먹을만하다.
남은 건 볶아서 들깨가루를 넣어 나물로 먹어야겠다.
혼자 다먹기에는 양이 많으니 이웃들과 나눠먹어야겠다.
어머님 생전에 별 생각없이 받아먹던 말린 토란대가 얼마나 많은 수고를 거쳐 내게 왔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말린 토란대를 사먹을 때마다 비싸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그런 생각은 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