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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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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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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온 사랑 겨울로 떠나간다.


BY 詩人의孤獨 2004-02-16

6 편 - 운명, 저 깊은 바다

아이를 데리고 맛있는 거 사준다며 밖으로 나간 남편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다. 아이와 함께... 
당시 혜란은 왠지 귀찮아 따라가지 않았다.
혜란이 술에 취해서 울며 한 얘기를 병환은 조용히 듣고있었다.
또 한사람 여기 있었구나. 나처럼...
그녀가 가여워진다.
흐느끼는 그녀의 어깨가 그렇게 가여울 수 없었다.
그래, 그래서 그렇게 쓸쓸한 기운이 있었구나.
이제 그녀를 일으켜야겠단 생각이 든다.
"혜란씨? 이제 그만 일어나죠"
조심스럽게 혜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일으켜 세우는데
그녀의 눈물이 병환의 뺨에 닿았다. 차가웠다.
그녀는 얌전한 아이처럼 병환의 어깨에 몸을 얹으며 따라 일어났다.
밖엔 혜란의 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병환은 혜란의 집을 모른다.
어쨌든 뒷 자석에 혜란을 앉히고 웨이터에게 물었다
"이 사람 여기 자주 오시나요?"
"아닙니다 손님 오늘 처음입니다"
"그럼 누구 운전할 사람 하나 불러줘요"
"네 손님"
병환도 뒷좌석에 타자 운전할 사람이 탔다.
"어디로 갈까요"
"음"
병환은 난감했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순 없고...
"호텔로 가지"
"네"
십분 쯤 후에 호텔에 차가 도착했다.
송도 호텔이다.
5층 어디쯤 룸에 안내되면서도 혜란은 정신을 못 차린다.
혜란을 침대에 눕힌 병환은 숨이 가빠온다.
한참 동안 마시지 않던 술을 먹은 탓이다.
어떡해야하나
그냥 두고 가야하나...
혜란을 바라보니 옷이 구겨져 있다.
조심스럽게 상의 외투를 벗겼다.
반듯이 눕히고 혜란의 얼굴을 천천히 내려다본다.
닮았다 .많이 닮았다.
예전에 내 사람 시아를 ...
그냥 두고 갈 순 없겠구나...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주고 담배 한 개피를 입에 물었다
길게 한 모금을 빨아들이니 가슴이 저려온다.
이제는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자꾸 생각이 난다. 가여운 내 옛날의 여인.
내 곁에 그림자처럼 지키고 있다가 아프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그렇게
끝내 내 곁을 혼자서 떠난 사람, 얼마나 아파했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여인이 다시 생각이 난다.
병환은 침대 머리에 기대며 혜란을 내려다본다.
가만히 손을 내밀어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주며 이 여인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갑자기 뒤에서 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병환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차장밖에 혜란이 서 있었다.
"병환 씨! 오래 기다렸지?"
"아니에요. 저도 방금 왔어요"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병환의 몸을 흩어 간다.
"뭐했는데 이렇게 말랐어?"
"나. 안 말랐어요"
"아냐 많이 말랐어"
"후 후 후"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안쓰러움이 혜란의 맑은 목소리에 묻어 나온다.
병환을 와락 껴안는 그녀의 눈엔 이미 눈물이 글썽이고있었다.
그리웠을 것이다.
세상에 병환 한사람을 그리워하며 살게 되 버린 혜란
그런 자신을 피해 떠나버린 병환과 그렇게 둘은 다시 만났다.
"가요. 배고파요"
하얀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병환은
그녀의 등을 따듯한 손으로 가만히 밀어낸다.
"그래"
"......"
둘은 등을 나란히 맞추며 돌아섰다.
등뒤로 보이는 대공원의 숲이 가을빛이 묻어났다.
하늘이 진한 쪽빛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왠지 쓸쓸하기만 하다.
멀리서 아주 작은 새가 날아간다.
공원에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 사이로 가을이 내려앉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