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내 손에 들어온 망원경 하나
닭살부부가 다녀간 후로 내게 남겨진 선물꾸러미 망원경.
별다른 사용처가 없기에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다~
어느 날엔가 심심하던 차에 바깥구경을 해보기로 하였다.
한 낮에는 그다지 별 볼거리가 없었지만,
이른 아침에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기에 또한 재미라면 재미였다.
아이들 학교가는 길
재잘거리는 소리 들리지 않아도
내 시야에 이만큼 딸려오는 아이들의 표정에 마음은 벌써 느끼고도 남음이다.
망원경을 눈에 가까이 대고 밖을 보노라면
어찌나 가까이 잘보이던지
언젠가 보았던 카메라 CF가 생각나서 혼자 망원경을 가지고 장난을 친 적도 있다.
그때 우리 눈의 간격에 대한 신기함을 느꼈다
만일 조금만 더 멀리 간격이 떨어져있어도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기에.
언젠가 팔 길이보다 약간 짧은 원통을 양쪽 눈에 대고 앞을 보는데,간격을 좁히면 잘보이는데,바깥쪽으로 벌리면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언젠가는 목사님께서 아이를 치과에 데리고 가 유치를 뽑았는데,
뿌리가 없음이 신기하더란 말씀을 하셨다.
뿌리가 있었으면 치아를 뽑을때에 지금보다 얼마나 아이가 아팠겠냐는 그 말씀에 웃음도 났지만,우리의 몸 구성이 참으로 살뜰하게 맞춰져 있음이 신기하고도 신기하기만 했다.
콧구멍이 거꾸로 되어있다면 우린 세수를 어찌 하였겠으며,눈이 코 아래 있다면...
그러한 엉뚱한 생각을 하며 혼자 웃던 일도 있었다.
망원경으로 내가 사는 주변의 세상을 보면 가끔씩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중에
힘이 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보게된다.그런때면,달려가서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고,
장난치며 지나가는 아이들을 볼라치면,그 녀석들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망원경이 있어 우주쇼도 보게 되고 별자리도 본다지만,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모습들을 볼 수 있음이 내겐 가장 편안한 이유다.
사소한 것으로 여겼던 물건 꾸러미가 내 입가에 잠시나마 미소 하나 머물게 할 줄이야^^
닭살부부에게 고맙다고 해야할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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