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의원 가는 날 입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편도가 잔뜩 부어 있습니다.
늘 편도선이 부어 있는 날이 많아 그러려니 하고 살지만 오늘은 너무 아픕니다.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차를 두고 지하철로 갔습니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제 모습이 초라합니다.
어쩌자고 몸이 이리 망가지는가?하고 생각하니 자기 연민에 빠져 우울해집니다. 그냥 졸자고 눈을 감습니다. 부모님이 주신 몸을 잘 관리해야는데 너무 함부로 한 듯 해서 송구 합니다. 1시간여만에 한의원에 도착했습니다.
"좀 어떠시냐?"
는 원장님 말씀에 아이처럼
"어떤 것 같으세요?"
라고 답을 원장님께 미루어 버립니다.
"내가 보기엔 좀 좋아지신것 같은데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원장님은 침통을 열고 침을 놓으시려 합니다.
"아니 원장님 저 편도선이 너무 부어서 아파요"
" 그래요. 그럼 편도선 낫게 해야지요"
수월한 원장님의 말씀이 채 끝나기 전에 내 살갖을 깊게 파고 드는 예리한 그것은 침입니다.
"아야~"
나도 몰래 나오는 아야! 소리에 간호원 아가씨가 웃으며 한마디 하네요.
"좀 아프시지요. 거긴 원래 좀 아프답니다."
양쪽 발목 복숭아 뼈 아래 꽃힌 두개의 침. 무릎에 두개. 왼손 손목 주위에 네개의 침. 양손 바닥의 뜸.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연기속에 매캐한 쑥 냄새에 나를 담습니다.
아프다는 것 만큼 서러운 것도 없습니다.
어려서 아이였을 적엔 아프다고 어리광 부리면 받아 주실 부모님이라도 계셨지만 이제 제 앞가림은 제가 해야하는 나는 어른입니다. 그래도 어른도 아프면 아이가 되고 순간순간 엄마가 그리운건 또 뭡니까?.
내 아이가 아프면 아이를 엎고 그 옛날 우리 엄마가 그랬던것 처럼 병원으로 잰 걸음으로 달려가고 보채는 아이 업고 밤새 좁은 방안을 서성이던 나는 착한 엄마였습니다.
아프다고 업어 달라고 보채는 아가도 없는 지금 저는 자꾸 고장나는 고물자동차모양 비실비실합니다. 땡!소리에 침을 뽑고,허약한 상념을 털고, 머리를 쓰다듬고, 따뜻한 돌 침대와 아쉬운 이별을 합니다.
다시 지하철을 탑니다. 갈때와 다르게 육신은 물 먹은 솜처럼 피곤합니다. 침은 언제나 사람을 늘어지게 합니다. 어잘어질한게 한기까지 듭니다. 아들에게 문자 메세지를 날릴까하다가 그냥 둡니다. 아르바이트하다가 하루 쉬는 아들이 아까워서 그냥 두기로 합니다. 훗날 아들은 저를 이렇게 아까워 아끼는 엄마 마음을 알아 주기나 하겠습니까?마는 이게 또한 어미의 마음인가 봅니다. 일주일 일하고 하루 쉬는 아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으려 어찌어찌 집에 와 길게 누웠습니다. 모든게 다 시큰둥한 저녁입니다. 그래도 내일이면 저는 또 일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