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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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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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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오메 할머니 ( 18 )


BY 명자나무 2004-02-17

할머니는 내가 세들어사는 건물 삼층 옥상에 사신다.
옛날 할머니들의 체신이 그러하듯 키가 자그마하시고
조용조용하신 말소리와 경우가 사철하게 밝아서
행여 가게라도 맡기고 근처 볼일이라도 보느라
"할머니 가게 잘 보세요" 하고 나오면
"그려요.."하시면서도
꼭 가게 바깥에 서 계시면서 지키신다.

왜 나와있으냐고 하면 임자도 없는가게에
객이 어떻게 있겠느냐고 되레 반문하신다.

한참 비가 오려고 날이 푹푹 삶기도 하고
기온은 올라 뜨겁기가 양은솥 마냥 달구어져 있을때면
할머니는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와 의자 한귀퉁이에
작은 몸을 살며시 내려 놓으신다
아마 바람도 들어오지않고 덥디더운 작은 집에서 있으실수가 없나보다.

가게 안은 에어컨 바람에 시원하다.
더러 커피라도 한잔 드릴라치면 깜짝 놀라시며 활활 치시는 손사래가
커다란 반원을 그리곤 한다.

어느 한가한 오후에 할머니 고향은 어디세요 물으니
"알려줘도 새댁은 모르는 곳이야 "하시며
전라도 어느 섬 이라고만 하신다.

큰며느리가 집을 나가자 손주들 밥해 먹일려고 올라와 있는데,
"당췌 서울에서는 어찌 살까 잉~"하시며 답답함을 애기하시곤 한다.

무슨 말씀을 하실려면 "오메 오메 ...문딩이같은것이.."
라는 소리가 입에 붙으시는데 듣기에
크게 상스럽거나 거칠은 소리같지가 않다.
단지 당신의 복잡한 심사를 달리 표현할길이 없으신것같아
늘 한숨끝에 후렴처렴 붙어달리곤 한다.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머스매들만 삼남매 아깝지도 않은가 잘난것들을 두고 어찌 집을 나갔는지 가슴이 폭폭 하시다고만 하시지
나간 며느리 흉 한번을 보지 않는다.


작은 며느리한테 마늘을 주었더니 다 썪여서 버렸다고 하시길래
"할머니 돈 주고 사서 줬어요" 하니 농사지어서 줬다고 하신다.
작년까지 논일 밭일 일을 매달고 다녔다며 거칠은 손을 맞 잡으신다.

서울 오신지 일년 됐는데 시골에서 놀고있을 넓디넓은 땅을 생각하면
마음이 심란하다고 말씀하시는 목소리가 꺼져만 간다.

시골 집에는 누가 사느냐고 물으니
" 저 혼자 살아요"
"누가요 할머니?"
저 혼자요 ..
넓고 너른 집 혼자서 산다고 하신다.

말씀하시는 동안에는
할머니 머리위로 바람도 불고,
뜨거운 햇빛도 내려 쬐고
차가운 우물물도 품어 올리워진다

할머니가 언제나 너른 시골 집으로 돌아가실수 있으려나,
아직도 어린 손주가 다커야 할텐데..

그래서 할머니는 날마다 폭폭한 한숨을 쉬며
"오메 오메 워쪈다야"를 연발하시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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