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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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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쌍둥이 이야기 (16)


BY 명자나무 2004-02-17

노란색 우산 세개가 나란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그 밑을 쳐다보니
가수 김건모가 잘 입는 헐레벌레한 칠부 바지와 썰렁해 보이는 맨발에 슬리퍼 차림이다.
비 오는데 추워보이게 웬 맨발이냐고 물으니 아이들이 합창 하듯이
비 오는 날은 맨발이 좋단다.

세 쌍둥이하고, 엄마, 아빠 ,
가끔 들르시는 외할머니 까지 합치면
우리 가게 로서는 무시할수 없는 큰 가족손님 이다.

세 놈 중에 첫째놈은 유난히 머리가 크다.
어린아이 요금을 받을수 없다고 농담처럼 얘기하면 엄마도 맞다고 박장대소 하면서 아빠 모자도 잘 안들어간다고 깔깔 거리며 웃는다.

둘째놈은 한쪽눈이 약시다.
그래서 일주일에 하루는 나쁜 눈을 막고 나머지 육일은 시력이 좋은 눈을 반창고로 붙여서 막아 놓는다.
어린 살에 늘 반창고를 붙이면 피부 트러블이 안일어나느냐고 걱정스레 물으니 참으로 신기하게도 그렇지가 않으니 그것도 한 부주 했다고
하면서 비싼 수입 반창고라 돈이 많이든다면서 빨리 국산으로쓸수있었으면 좋겠단다.

세째놈은 성정이 아주 여리고 참하다.
기다리는 동안에 잡지책을 이리뒤적 저리 뒤적 하면서
귀엽고 예쁘게 생긴 것들은 모두 오리고 싶어서 안달을 한다.
항시 조그만 가위를 갖고 다니면서 기다리는 시간을 조용히 한자리에
앉아서 싹둑 거리는 걸로 소일 한다.
예쁘고 날씬한 여자 모델 사진을 오리다가 가냘픈 목 부분에서 딸랑 떨어지니 징징 거리고 야단이다.
머리 자르다 말고 스카치 테이프 찾느라 정신이 홀랑 빠진다.


세 쌍둥이 말로만 들었지 막상 똑같은 놈들이 세명이나 들어와서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돌아다니면
기다리시던 손님들은 모두 신기해서 한놈씩 만져 보기도 하고
얘기도 시켜 보기도 한다.
아이들이 수선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을 말리는 엄마의 목소리는,
아이들 보다 더 소란스럽다고 하니 그 엄마도 우리 친정 아버지도
"애들보다 니가 더 시끄럽다" 고
항시 말씀 하신다며 큰 소리로 웃어잦힌다


한바탕 머리 자르느라고 소란을 떨더니 나가는것도 부산 스럽다.
노란 우산 세개가 다 똑 같은 것인줄 알았더니
그 노란색 중에도 무늬가 점점이 있는 것도 있고 꽃이 잔잔하게 있는것도 있고
다 각기 개성대로 자기 우산을 찾느라고 문앞이 시끌하다.
노란 우산 세개가 종종종 병아리떼 마냥 걸어나간다.


세 쌍둥이가 처음 나타났을 때에는 모든게 다 같은 줄 알았다.
모습,성격 ,식성, , ...
한명씩 자세하게 관찰해보니 각기 다른 인격체로 이루어져 있다.
같은 환경에서 같은 외모로 자라나고 있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봉우리로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으니,

부디 소박하고 향내좋고 아름다운 세 송이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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