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23일부터 일이 많았다
2박3일 원주에서 엄마 돌봐 드리고 월요일인 26일부터는 돌봄하는 아가네도 목요일까지 휴가를 한대서
모처럼 시간의 여유가 생길 거 같아서 이럴까저럴까
궁리가 많았다
그러다 작은딸램이 손주 둘을 4일동안 봐 달라는
연락이 와서 혼자 스토어일하랴, 육아하랴, 살림하랴
바쁜 걸 알기에 그러마고 하였다
일요일에 원주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두 손주를
데리고 온다 하였다
내가 집에 도착하여 좀 있으니 사위와 작은딸램이
손주들을 데리고 왔다
딸램 혼자서 두 손주를 데리고 다니는건 엄두도
못낸다며 일요일에 온 것이다
5살, 3살의 손주들은 한창 에너지가 넘칠 때라
오자마자 거실을 종횡무진 누비며 정신이 없다
그래도 엄마, 아빠 갈 때 울지도 않고 씩씩하게 바이바이를 하였다
한참 놀다 저녁 때쯤 되니 엄마 보고 싶다고 칭얼거리는 두 녀석을 겨우겨우 달래 안방에 시원하게 에어컨을
켜고 재웠다
지난 주부터 날씨는 그야말로 폭염인지라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는 견딜래야 견딜 재간이 없을 정도로
뜨거우니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두 손주와 집안에만
있으려니 그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사내 녀석들인지라 노는 것도 어찌나 드센지 힘으론
내가 감당이 안 될 지경이었다
예전에 내가 두 딸램을 키울 때는 그렇게까지 힘든 건 모르고 키웠는데 두 손주는 몸으로 놀아줘야 하니
체력이 감당이 안 되 지치기 일쑤지만 손주들이 그런걸
알 턱이 없으니 잠시의 짬도 허락질 않는다
장난감은 장난감대로 거실 여기저기 굴러 다니고
조금이라도 틈이 나면 놀아 달라고 온몸으로 매달리고
소파에서 뛰는 건 기본으로 집안이 온통 난리도 아니다
주방은 주방대로 난리, 수시로 냉장고 열며 먹을 걸
찾으니 입맛에 맞게 해먹이는 것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무려 5일씩이나 두녀석과 전쟁아닌
전쟁을 치를 생각에 거의 넋이 나갔다 해야 하나?
먹이랴, 놀아주랴, 씻기랴, 재우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정도로 두 손주와 씨름 하다보니
딸램이 보통 힘든 게 아니겠구나 싶었다
잘 논다 싶으면 어느새 두 녀석이 툭닥거리며 싸우고
레슬링하듯이 몸을 뒤엉켜 데굴데굴 구르고
잠시 잠깐을 쉬는 법이 없다
이러니 어린이집에서도 아동학대가 생기는 게
아닐까도 싶었다
집안에서만 있는것도 한계가 있는지라 남편이 작년에
쓰던 간이풀장을 다시 옥상에 설치를 해서 오전, 오후로 두 번씩 물놀이를 시키니 그나마 잠시라도 쉴틈이 생기니 다행이라고 할까?
아무리 에너자이저라도 지들도 체력이 방전되는지
물놀이 끝나고 내려와 따뜻한 물로 씻기면 몸이 노곤노곤해지는지 밥을 먹자마자 겨우 치카를 시키면 바로 잠이 들어 버린다
그때서야 나도 육퇴(?)를 할 수 있으니 그나마 숨을
쉴 거 같았다
이렇게 잘 놀던 손주들은 시간이 갈수록 엄마를 찾는
빈도가 늘어나 수시로 엄마 보고 싶다고 울먹거린다
그래서 애 본 공은 없다는 말도 생긴 거겠지
할머니가 그렇게 잘 해 줬건만~~~
금요일 저녁때 쯤 드디어 딸램이 사위와 함께 도착했는데 옥상에서 신나게 노느라고 엄마, 아빠가 기대했던
격한 반김은 없이 그냥 쳐다만 보며 달려가 안기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내애들이 기르는 재미는 없나 보다
딸아이들 같았으면 달려가 엄마 품에 안겼을텐데...
사위가 사 온 감자탕으로 다함께 저녁을 먹고 돌아가고 나니 집안이 갑자기 절간이라도 된 듯 조용해서
이상할 정도였다
그래도 가고나니 양쪽에 끼고 자던 손주들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또 보고 싶어진다
이렇게 5박6일의 내 육아전쟁(?)은 휴가와 맞바꾼 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