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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편 - 라면 먹는 강아지를 본적이 있는가?(1)


BY 김연 2003-09-24

6 편 - 라면 먹는 강아지를 본적이 있는가?(1)

내가 사는 이 아파트 규칙상 애완동물은 못키우게 되어있다.

그러나 알게모르게 애완견을 키우는 집이 한두집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관리사무실에서도 가끔 하는 일이 없어서 무료할 때 쯤이면 경고방송을 아침저녁으로 두어번씩 할뿐,

별다른 제재수단을 강구하거나 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하긴...그래서 내가 이집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다.

 

나...나는 이집 연우 아파트 702호에 사는 애완견이다.

인간들은 흔히 나를 시츄...라고 부른다. 다리가 좀 짧고..흠 인간들은 다리가 좀 짧다 하면 마치 눈이 하나라도 되는것처럼 창피해하지만 우리들 강아지에게는 그저 우리들의 특성중 하나일 자랑도 흉도 아닌데 말이다...얼굴에 눈물이 흘러서 어떤 인간은 그 눈물이  흐른 자욱을 보구서 드럽다고 하기도 하지만..

아는가..우리가 당신네 인간들처럼 손이 있어서 세수를 할 수가 있나.

그저 눈물이 흐르도록 그냥 두는 수 밖에 없는데 그걸 드럽다고 하면 기분이 좋겠는가 말이다.

우리가 애완견 종류중 그리 미견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봐주기에 흉물스러워서

눈을 돌리고 싶게 한다거나, 또는 삐쩍 말라서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도 아닌 봐주에기에 따라서는 그저 사랑스럽기만한 강아지인 것이다.

우리 집 남자가 그러하듯이...

 

우리 집 남자는 나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차차 이야기 하겠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 남자가 처음부터 나를 좋아했던건 아니었지만 그럴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자 자신에게는

내가 딱 맞는 다는걸 알아차린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지 뭔가.. 그로서는....

 

이집 남자는 결국 내 주인이 되는 셈인데 이 아파트 상가에서 비디오샾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것이 호구지책 삼아서 하는 것인지, 그저 심심하고 소위 백수건달 소리가 듣기 싫어서

그 방패막이로 삼아 하는 것인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비디오 샾은 보통 10시면 문을 열게 되어있는데 이 남자는 그 시간이 들쑥 날쑥 일정하지가

않다.

어떤 날은 열시도 전에 가게로 나가서 공연히 쓸고 닦고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고 자는 척을 하면서 11시가 넘도록 일어나지도

않으니 말이다.

그러니 나도 자연히 아침 먹는 시간이 불규칙 할 수 밖에 없어서 내 위장 상태도 말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이 남자를 별로 신뢰하지도 않고, 진심으로 주인이라고 인정을 하기도

짜증이 난다.

어째서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그 신성한 의무를 게을리 하는가 말이다.

차라리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집 여자가 나를 챙기는 편이다.

내가 실례를 해 놓아도 치우는건 거지반 여자가 하고 남자가 내 사료그릇에 사료 부어주는 것을 잊어서  하루 반나절이 지나도록 빈그릇이 반짝 반짝 할  때도 사료를 채워주는것 역시

이집 여자가 하는 것이다.

 

음...오늘은 이집 남자가 평균적인 시간인 10시 좀 지나서 가게에 나간다.

물론 나를 껴안고 ..

나는 거의 매일을 이집 남자가 데리고 나가기 때문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낮에는 가게에

나가있는다. 그런데 그게 별로 나쁘지 않다.

내 나이...어언 5살이다. 인간으로 치자면 환갑진갑 다 지난 이 나이에 무료하게 집에만 누워있자니 살아온 날들이 허무해지고... 좁지 않은 평수에 고급으로 마감재로 인테리어한 집이지만 하루종일 나의 무대로 삶기에는 따분하기 이를데 없었는데 이남자가 나를 가게로

데리고 나가기 시작하면서 너무나 많은 인간들과 또 그들이 데려오는 애완견들을 만나고

대화하고...그렇게 사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남자는 가게 문을 열고 바닥을 물걸레로 대충 대충 진짜 고양이 세수하듯 닦는다는 말이 뭔지 보여주려는 듯 닦구서 어제 밤 반납된 비디오들을 정리해서 다시 꼽아 넣고

컴퓨터로 연체고객 명단을 한번 훓어 본다음 담배를 하나 물고서 문 밖에 나간다.

상가 건물 전체가 금연 건물이라서 가게 안에서는 담배를 피울수가 없는지라 저런 불쌍한 몰골을 하고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운다.

담배 연기를 한번 길게 빨아 들인다음에 폐 깊숙히 마시고 몽롱해지는 정신을 즐기는 것이다.  가끔은 담배연기로 도너츠를 만들기도 하면서 어줍잖은 묘기를 부리며 지나가는 애들을 붙잡아 놓고 히히덕 거리는 순진함도 있긴 하다.

 

근데 요즘 저 남자...뭔가 딴 꿍꿍이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이때쯤이면 주기적으로 봐서 늦잠을 늘어지게 자면서 <사정상 가게 문을 오늘만 닫습니다>

어쩌구 하는 메모를 붙이고 여자 몰래 쉬기도 하는데 요즘은 통 그런일 없이 꼬박꼬박 가게에 충성하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 생각에?

열심히 살고 싶은 자각이 뒤늦게야 들어서?

마누라가 잔소리하는게 싫어서?

하하하...천만의 말씀이다.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라서 .... 말 못하지만 뭔가 확실한 딴 궁리가 있어서 그런것만은 확실하다.

 

음...남자가 지나가는 여자의 엉덩이 움직이는 모습을 아주 유심히 본다. 저러는 것은 저남자가 아주 즐겨하는 취미이자 특기인 짓이다.

왼쪽엉덩이가 긴장 되었다가 오른쪽 엉덩이 근육으로 긴장이 옮겨갈 때의 육감적인 모습을 남자는 아주  좋아하는 듯하다.

지나가는 여자 ..그 여자는 내가 사는 702호의 바로 윗층에 사는 독신녀로 시집을 안간건지 못간건지 모를 프리랜서라고 한다,

언젠가 애견샾에 미용하러 끌려 갔을때.....정말이지 인간들은 애견미용 시켜서 자기들 보기에 좋으라고 그런 몹쓸짓을 하는가본데 우리 개 입장에서 보자면 그것만큼 싫은 일이 없다. 그러니 부디 애견미용좀 그만하라고 부탁드리는 바이다...그여자 옆집 사는 치와와가 장염으로 입원해 있었는데 그 개한테 들은 즉은 시끄럽다고 그 독신녀가 찾아와서 항의를 이만저만 한게 아니라고 한다. 물론 프리랜서라는 것도, 노처녀라는 것도 그 치와와한테 들은 이야기다.

 

얼마전까지 이남자는 그 802호 여자에게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그 관심이 한동안 옆집 그러니까 701호 여자에게로 옮겨간 적이 있다.

자기 말로는 여자가 남자를 부르는 눈을 가졌다나 뭐라나..그렇다구 혼자 중얼중얼 하면서

지껄이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가엾게도 그 여자는 내 주인의 눈에서 어느날 갑자기 뿅 하고 사라져 버려서 한동안

주인남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다 못해 안타까움에 떨게한적이 있다.  그 칠 후에 비디오 빌리러 온 통장 아줌마의 품에 안겨 같이 온 푸들 수컷에게 들은 바로는 그 여자는 남편이 두들겨 패기를  장장 10년 넘어 아마 그걸 못견디고 딸아이와 같이 도망간 모양이라는 것이다. 비록 통장 아줌마는 그 여자가 색기가 있어서 어느 놈과 바람이 나  야반도주 한거라고 하지만 , 생각해보라.

어느 바람난 여편네가 남자와 도망가면서 전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딸까지 데리고 가겠는지.

그 남자 입장이라면 여자의 딸이 달갑다 할 수 있을지...

뭐 그런 추리가 아니더라도 푸들수컷이 말한 바로는 매일 두들겨 패는 소리, 맞는 소리가 들렸다고 하고 그집여자 속살은 전부 멍투성이라고 하니..아마 그말이 맞을 것이다.

그놈의 푸들수컷이 남의 여자 속살을 어떻게 봤는지 그게 자못 궁금하긴 하지만..하하하.

그거야 제놈 재주일 것이다.

 

하긴 그 701호 여자가 참 곱긴 고왔다. 살집도 적당하고 몸매가 선이 주욱 뻗은게 그림으로 그리자면 어느 한군데 딱 막히는 구석이 없이 흐르는 듯한 선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 주인남자가 한번씩 그여자가 지나가면 거의 정신을 잃고서 쳐다 보고는 했지만.

이제 그것도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 뭔가 .여자가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갔다고 하니...

 

그런데 우습게도 내 주인남자가 모르고 있는게 하나 있다.

자기 마누라가 얼마나 이쁜지를 모르고 있단거다.

맞벌이하는지라 아침이면 동동거리며 집안을 왔다갔다 하면서 세살바기 아들놈을 밥 먹여서

옷 입혀 놀이방 차에 태워보내고 자신도 직장을 나가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화장은 거의 못한 맨얼굴로 생머리를 질끈 하나로 묶고 정신없이 뛰어 나가곤한다.

그 모습을 보면 삼십먹은 아줌마...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내 눈을 속이지는 못한다.

 

윤기가 흐르는 찰랑찰랑한 머리결..

복숭아 빛이 속에서 비쳐나오는 뽀얀 살결.

통통한 볼살에 묻어있는 아이엄마 답지 않은 풋풋함.

그런 걸 주인 마누라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걸 남자만 모른다. 자기가 그러하듯 지나가는 남자들이 자기 마누라를 얼마나 침흘리며 바라보고 넋을 잃고 보다가 담배불에 입술이 데이는지.. 이 멍청한 남자만 모르고 있는것이다.

 

그러면서 요즘 이남자가 열과 성을 다해서 열중하고 있는 일이란게..드디어 밝힌다.. 챗팅이라고 하는것이다.

그건 뭣이냐?

우리 애완견 세계에서는 아직 꿈도 못꿀 컴퓨터라고 하는 기계를 통해서 저 멀리에 있는 누군가와 글자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인데 가끔은 얼굴을 보는 기계를 이용해 서로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수 없다.

이런 면에서 나는 과감히 개보다는 인간이 우수하다고 인정하는 바이다. 물론 다른 개들이 들으면 몰매 맞을 말이지만..

 

비디오 가게라고 열어두고서 하는 일이란게  손님이 와도 시큰둥하니 그놈의 챗팅을 하는라고 정신이 없고 특히나 맘에 드는 여자를 골랐다 싶으면 눈이 반짝 빛이난다.

그러니 가게 매상은 점점 형편이 없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상이 줄어드는데 대한 한숨과 걱정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의 몫으로 돌아가더란 것이다. 남자는 매상이 줄어도 다음달엔 휴가니까 좋아지겠지, 날이 더우면 잘 되겠지.. 이런 낭만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여자는 아마 지금 이시간에 회사에 앉아서도 머리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기며 다음달 대출금은 어떻게 갚을지 궁리를 하며 한숨을 쉬고 있을 것인데, 남자는 드디어 챗팅을 시작할 모양인지 손가락을 가볍게 몇번 꺾어주더니 컴퓨터 앞에 앉는다.

드디어 이남자의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