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거두고 달빛이 내리면
논 자락 휘도는 개구리 울음
감나무 가지 사이를 헤치고
어스름 달빛 따라 울러퍼지다
쉬 잠들지 못하는 이들의 창을 노린다
오종종 손 부여잡고 물 위 떠도는
초록 별 같은 부평초 아래서
초여름 한낮 뜨거운 열기 식히려
자맥질하며 노닐던 논개구리들
나는 힘센 개구리
나는 멋진 개구리
나는 지혜로운 개구리
나는 부자 개구리
나는 너그러운 개구리
걀걀 결결 굘굘 귤귤 개개 골골
대선 후보 출마 선언처럼
짝 찾는 개구리들의 열띤 구애작전
달빛에 실려 총총총 귓전을 울리고
논두렁 길 휘도는 바람처럼
달팽이 관을 휘돌아 추억을 더듬는다
자맥질하는 개구리 보며
돌을 던지던 철부지 아이들
야, 이놈들아 잠 좀 자자
대가지로 논물 후려치며 소리지르던
집 앞에 논을 둔 학배할아버지
스크린 영상처럼 떠오르는 밤
오늘 밤엔 어떤 개구리들
논 물 위 떠도는 초록별 부평초 위에서
견우직녀처럼 애틋한 사랑을 나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