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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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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김치


BY 그린플라워 2021-05-31

아침 일찍 동네에서 알게된 동갑내기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중이라 바쁜 친군데 왠일인가 했더니 열무가 생겼는데 좀 줄까 한단다.
친구의 남편이 지인 텃밭에서 한보따리 가져왔는데 손도 못대겠다고 했더니 남편이 열무를 삶아서 새우젓에 버무려 줬는데 맛있었지만 도저히 다 먹을 수가 없다는 거다.
며칠 전에 열무김치를 담궜던 터라 내키지는 않았지만 결혼 후 김치를 담궈 본 적도 없는 그 친구에게는 무용지물일 그 물건을 일단 받기로 했다.  
집에 담궈놓은 열무김치 한통을 싸들고 만나서 물물교환을 하고 집에 와서 보니 너무 자라서 모조리 꽃대가 올라와 있고 물에 한번 씼었다는데 누렇게 뜬 잎들이 가관이었다. 가까운 밭이 있으면 거름이나 되라고 도로 쏟아붓고 오고 싶을 정도였다.
멀쩡한 열무 다듬는 시간보다 세배는 시간이 걸리고 우거지용으로 추리고도 버려야 할  꽃대가 30%가 넘는다.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담는 것도 일이었다.
일단 골라서 자른 열무는 절여두고 양념을 준비했다.
우거지용은 삶아 헹궈서 국 끓일 용도로 갈무리 해두고 열무를 버무려 넣었다.
음식을 거의 안 만들고 사는 그 친구는 오늘 내게 준 물건이 얼마나 힘들고 어설픈지 짐작도 못한다.
그 상황을 알려주면 너무 미안해 할 것 같아서 그저 잘 담궜다고 고맙다고만 해야할 판이다.
요즘처럼 한가하고 시간이 남아도니 그나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