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토요일인데 중3학년인 딸아이의 하교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전화통화를 시도 한지 두시간째...
못내 궁금하고 걱정스러워하고 있는데 한손에 조그만 미니 카네이션 소쿠리와
다른 한손엔 제법 거금을(?) 주고 샀을것 같은 쵸코케잌이 들려 있었다.
"자! 엄마!..."
"아구~ 용돈도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 이게다 뭐니?"
"엄마는.. 엄마! 어버이날 축하드려요.케잌은 나중에 아빠 오시면 자르죠?"
"그래.. 고맙다. 점심 먹어야지.."
"나중에요.아까 친구랑 라면 먹고 왔어요."
"그래..." 하면서 돌아서는데 나도 모르게 주책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난 바보처럼 왜이리도 눈물이 많은건지 조그만 일에도 곧잘 감동을 한다.
선물을 받아들고 뒤돌아서서 딸아이 모르게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데
"엄마! 울지마세요. 엄마는 힘들어도 내색도 잘 안하시고 잘견디시잖아요.
엄마 울면 나도 눈물난단말야...하면서 서로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래.. 엄마 울지 않을께..너무 고맙고 너희에게 미안해서 그러지.."
"울지마..엄마!엄마 힘드신거 저도 다 알고 있어요. 엄마... 힘내세요."
"그래.. 고맙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마냥 어린아이 인줄만 알았더니
작년 가게를 접은 이후로 부쩍 성숙해져버린 딸아이였다.
방과후 학원엘 다녔는데 특목고 진학반에 있어서 학원비가 일반반 보다
2배나 비싸니 어느날인가는 그냥 집에서 인터넷으로 공부를 하고 싶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던 아이다.
그간 2년동안 교육 받은게 아까워서 난 많이 망설였었다.
엄마가 다시 일하면 학원비 낼수 있으니 걱정말고 학원 다녀라고 했더니
그냥 집이 조용하니 집에서 혼자서도 충분히 할수 있다고 오히려 나를
설득 하던 아이다.할수없이 그럼 여름방학때 다시 학원수업듣기로 결정하고
요즘엔 집에서 공부를 혼자서 하는데 며칠전 중간고사 평균점수가 96점정도
나올것 같고 반등수는 아마도 3등 안에 들것 같다고 한다.
갑자기 바뀐 환경 때문에 사춘기인 딸아이가 마음의 상처나 받지 않았을까
늘 염려되고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도 별탈없이 잘자라주고 있어서 한편으로
내겐 친구같기도 하고 대화상대가 되기도 한다.
항상 제때 딸아이가 원하는걸 못해줘서(그리 많은걸 원하지도 않는다.
요즘엔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조그만 디카를 갖고싶어한다.)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얼마안되는(한달 20.000 원,통학버스 놓칠땐 교통비 포함)
제용돈을 알뜰히 모아서 오늘 선물을 준비해온것이다.
선물의 값어치를 떠나서 힘들어하고 있는 제부모를 위해서 딸아이의 마음을
준비 했다는게 여간 고맙고 대견스러울 따름이었다.
중학 1,2 학년까지도 학급 부실장을 역임했지만 한번도 따로 선생님을
찾아뵌적도 없었고 그냥 제 알아서 잘하겠지하고 딸아이를 믿기만 했는데
우리가 믿은만큼 마음도 곱고 공부도 곧잘해서 항상 부모님 마음을
기쁘게 해주곤 하는 딸아이가 여간 예쁘고 미덥지 않다.
아들녀석은 부끄러운지 (중학 1학년) 누르면 멜로디와 함께
불이 깜빡거리는 카네이션과 제법 펜에 힘을 실어 적은
예쁜 카드와 편지 한통을 우리방 책상위에 슬그머니 놔두고 나갔다.
내용인즉 아들녀석이 글을 깨우치면서 한결같이 보낸 연하장 내용하고
똑같다.즉 엄마,아빠 말씀 잘듣고 거짓말 안하고 공부 잘하겠다는...
지금은 우리생활에 자그만 변화가 있지만 앞으로는 이보다 좀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할수 있으리라 믿으며 내가 낳은 내자식이지만 정신,육체가 건강해서
너무도 고맙고 더도덜도말고 한결같이 우리 아이들이 이만큼만 할수있도록
내안에 계시는 부처님께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어본다.
오늘은 아이들이 있어 행복한 날이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하리라.
지금 난...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있다.
종달새처럼 수화기에 대고 종알거리고 있다.
딸아이가 사온 쵸코케잌 자르게 빨리 퇴근하시라고...
아이들이 먹고 싶어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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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목욕탕에 딸아이랑 같이 가면 나보다 키가 더큰 울딸내미(170cm)를
보고 다들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건낸다.
"지금 대학생이여? "아뇨! 중학생인데요..""오메! 슈퍼모델 나가믄 되겄구만.."
갈때마다 듣는 동네 어르신들 칭찬에 기분좋은데 울딸내미는
치과의사 되는게 꿈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