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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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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름다운세상


BY 철걸 2004-04-24

    참으로 아름다운 세상
작가 : 철걸(kim4650)
 

"0 0 엄마!"

"나... * *엄마...."

어제 오전에 수화기 넘어로 아들녀석 초등학교때 가장 절친했던 

친구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 어? 웬일이세요.. 그간 잘지내셨죠?"

"그래요.. 그런데 요즘 집에 있다면서요?"

"아.. 녜...."

"집에 있음 집에만 있지말고 내일 시간내서 우리집 한번 놀러와요.

## APT ###동 ###호예요. 위치는 알고 있죠?"

"아..예..예.. 그러죠..근데 무슨일로..."

"아유~ 일은 무슨일이예요. 그냥 얼굴이나 한번보고 또 우리 **랑 00랑

 워낙 친하게 지내잖아요."

"예... 그래요. 그럼 제가 내일 댁에 방문 하기전에 전화 드리고 갈께요."

"그래요. 00엄마! 힘내고 내일 꼭와요?기다릴께요."

 

나보다 나이도 연배이시고 인상이 너무 푸근하고 좋아보였던 **엄마의

생각지도 못한 전화였다.

그렇잖아도 이사 가기전까지 자투리 시간이라도 어떻게 유용하게 이용해서

아들녀석이 원하는 휴대폰이라도 장만해볼 심산으로  생활정보지를

뒤적이고 있던중이었다.

두녀석이 원체 친하다는 지극히 평범한 이유로 우린 서로의 아이들이

집을 방문하면 내아이,네아이 할것없이 있는 반찬에 똑같이 밥상을

차려주곤 했었고 행여 내아이가 늦게 하교한다 (현재 중 1)싶으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에게 전화를 해서 동태를 살피곤 했었다.

**엄마나 나나  전업주부가 아닌 관계로  말은 안해도  서로의 아이들을

챙기고 보듬어 주는데는 거의 친구나 다름없이 지냈었다.

 

내가 가게를 접고 **엄마도 시내서 옷가게를 하다가 한달전 ㅇㅇ동으로 이사를

가서 식당을 한단 얘기만 아들녀석 한테 잠깐 전해 들었는데

무슨일일까 내심 궁금해하며 동네 마트에 들러서 집들이용 선물셋트를

하나 사들고 오늘 오전에 그댁을 방문하였다.

내 벨소리에 얼마나 반갑게 뛰어나오던지 내가 더 미안할 정도로 나를

반겨주었다.

"정말 잘왔네... 어서 이리와서 앉아요...후후훗..."

"오늘 무슨날이예요? 식당 오픈하셨다는 얘기 들었는데 바쁘지 않으세요?"

"응.. 식당엔 직원들이 있어서 괜찮아요."하면서 음료와 다과를 준비해서

 들고 나오셨다.

"저기 다름이 아니고...... 있잖아.... 00엄마! 내 말 오해하지말고 들어요.

 저번에 학교 자모회 모임에 갔다가 잠시 아는 엄마 만나서 들은 얘긴데...

 00네집 건물 경매에 넘어갔다면서요? 00네는 전세금 한푼도 못받고

나와야 한다면서... 휴우~ ...."

"누가 그러던가요? 일이 그렇게 됐어요..."

"응.. 누가 그런건 아니고 그건물 00네 얘기한 그엄마 아는 사람이

낙찰봤데... 그래서 나도 알게 되었구..."

" 그럼.. 이제 어떡할건데.. 이사갈 집이라도 있어요? 기분 상해할까봐

내가 아는체 안할려구 했는데 우리도 말이 나와서말이지

몇년전 **아빠 회사가 부도가 나서 몇억 빗이 있었어...

그거 안 당해본사람은 그 심정 몰라요..우리도 끝내는 사채까지 쓰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자살할려고 까지 했다니깐..."

"..........."

"전세금뿐만이 아니고 가게 집기도 카드사에서 다 가져 갔다면서요?

그래서 가게문 닫은거예요?그럼 가게 내부수리한 돈이랑.."

"..........."

"그래도 우리는 우리 친정하고 시댁에서 그 빗을 다 갚아주어서 그나마 인제

숨좀 돌리고 살고있어요..그래서 얘긴데 시내 우리 친정언니 4층건물이

있는데 맨 옥상에 살림집이 있어요. 지금 그집이 일년째 비어있기는

하지만 방도 4개고 비가 오면 비가 좀 새긴해도 손좀보고 그집에 들어가

살면 어떨까? 싶어서.. 그냥.. 전기,수도세만 내고 우선 그냥 살다가

차차 형편되면 달세를 좀 주던지.. 영 마음이 힘들면...."

"..........."

"내가 00엄마를 3년 동안 지켜봤는데 정말 젊은 여자가 저렇게

열심히 살수있을까 싶어서 내가 속으로 얼마나 좋아했다고....

어디 여자가 오토바이타고 철가방 들고 배달 하겠어?그것도 무거운 뚝배기를

몇개씩 넣고 4,5층 들고 다니는것보고 속으로 얼마나 놀랬다구..

난 죽어도 못할것 같어..."

뭐라 말할새도 없이 내눈에선 그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이 뇌리를 스치며

눈물이 쉼없이 흘러 내렸다.

"**어머니.. 정말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요"

"감사는 무슨 감사예요..우리 언니도 건물에 사람 들어와 살면 좋고

집도 깨끗해질테고... 어서 차 한잔 해요.그만 울어요.나도 눈물나.."

"엉...엉..엉..."

"훌쩍훌쩍...."

내가 어찌나 섧게 울었던지 **엄마도 끝내는 내옆에서 함께 울고 말았다.

크리넥스를 거의 반통이나 비우고 우린 서로 바라보며 멋적게 씨익 웃었다.

"00아빠 한테 한번 여쭤볼께요. 원체 자존심이 강한사람이라.."

"그래요.. 내가 그랬다는 말은 하지말고 누가 건물도 지켜주고 살기도하면

좋겠다고 하더라고만 하세요.괜히 혼나지 말구..."

"그리고 00엄마! 힘내요.. 우리가 00엄마 열심히 살아온거 알고 있잖아요.

우리 동네 아줌마들 모이면 00 엄마 얘기많이 했어요.대단하다고...

우리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웃읍시다.그리고 00 이가 또 얼마나 의젓하고

착해요..난 00 이가 이뻐 죽겠어..."

"정말 여러가지로 고맙습니다."

"아유~ 그런 말하지 않기로해요. 그리고 이런 사실은 우리 둘이비밀?"

"녜..."

"꼭 연락줘요. 그리고 옛날처럼 씩씩한 모습 다시 보여줘요..알았죠?"

"녜...."

 

그렇게 한참을 **엄마랑 그간 살아온 이야기 남편,아이들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왼종일 마음은 왜이리 천근만근인지...

누구에겐가 신세 지고 싶지 않은데 꼭 이렇게까지 신세를져야하나?

**엄마의 진실된 마음을 고마워하며 남편에게 조심스레 그말을 전하려고

하는데 도통 입이 떨어지지 않아 지금도 이렇게 망설이고 앉았다.

그간 나자신은 나자신을 위해 발로 열심히 뛰고 살았지만

주위에선 그래도 열심히 사는걸로 인정은 받은 모양이다.

**엄마!! 너무너무 고맙고 감사해요. **엄마를 통해서 아직까진 이세상이

참으로 아름답다는걸 새삼 느꼈습니다.

연락 드리는데 며칠 시간이 걸릴것 같지만 기다려주세요..

꼭 전화 드릴께요.. 그리고 정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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