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 슬그머니 세상을 물고
연사흘을 옥죄이다 잠시 내려놓는 사이
그 새를 놓치지 않은 봄 햇살
섬진강 변 가득 꽃 튀밥을 튄다
햇살의 열기만큼 뜨거워지는 몸
부풀고 부풀어 오르다 꽃숭어리로 영글면
오일장 뻥튀기 앞으로 몰려든 아이들처럼
꽃샘바람 달려들어 흔들어댄다
봄 햇살이 튀어놓고 간 꽃 튀밥을
채 물리기도 전 다시 찾아든
봄비 홀짝거려 싹 틔운 이파리마다
풀지 못한 부끄러움 얼비친다
기다려라, 움직이지 마라
허망한 울림으로 고립되어 가던 세월호
마지막 목소리 담긴 핸드폰 들고
심해 고기처럼 입만 뻐금거렸을 아이들
암울한 심연의 피울음 같은 세월 떨쳐내고
다시금 거위의 꿈으로 솟구치려는 듯
푸르디푸른 날개 푸득거리며
그늘까지 품어 안는 저 초록의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