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이 깔리는 저녁일까?
여명이 트기 전의 새벽 바다일까?
어쩌면 그 둘의 시점도 아닌 어느 찰나의 바다일까?
나는 아직 본적이 없다. 불행히도. 이토록이나 찬란하게 아름다운 빛깔의 바다를...
내 삶의 동경 속에는 늘 바다가 자리한다. 그것도 아주 커다랗게.
나의 유년은 저만치서 손에 잡힐듯 가까이 있는 바다와 함께 였다.
거기 바다가 항상 놓여 있었으므로 나는 바다를 굳이 바라 보려 하지 않았다.
바다는 내가 들여다 보지 않아도 늘 그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어쩌면 그것은 무관심이었을 것이다.
바다가 얼마나 많은 빛깔들을 숨겨 놓고 있었는지.
그리고 바다의 수많은 빛깔들은 하늘을 닮고 싶은 소망 때문이라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바다를 떠나 오고 나서야
바다의 빛깔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바다가 못 견디게 그리워 졌다.
가슴이 텅빈 것 같았다. 바다가 보고 싶어 눈이 다 시렸다.
바다를 떠나 비로소 바다를 그리워 하다 무작정
기차를 탔다. 인천가는 길의 매콤한 스모그 연기는 바다에 대한
내 상상력을 방해 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인천 앞바다는 너무도 실망 스러운 것이었다.
바다 색깔은 오는 도중 줄곧 나의 상상력을 방해했던 매캐한 스모그 연기를
연상케 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나를 실망 시킨 것은 바다와 육지를 구분하기
위해 설치한 방어막 이었다.
'바다가 갇혀 있었다' 나는 그날 밤 일기에 그렇게 적었다.
갇힌 바다를 보고 와서 아픈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를 들었다.
엘피판으로 듣는 드뷔시의 바다가 오히려 나의 유년의 바다를
가져다 주었다. 내 가슴 속으로 가득 파도처럼 내가 보고 싶었던
바다가 밀려 왔다. 나는 그 바다 속으로 바닷물처럼 짠 눈물을 흘려 보냈다.
그 후로 바다는 언제나 가슴 한켠을 차지하고 줄곧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