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앤레인 이라는 여배우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였던가요?' street of fire'라는 영화로 여햑생들의 우상이었던 마이클 파레와 함께 당시의 히로인 으로 등장한 배우입니다. 참 드물게 아름다운 여자였지요.
그녀의 느낌이 좋아, 다른아이들이 마이클 파레의 대형브로마드를 한두개쯤 가지고 다닐때 저는 '다이랜레인'의 얼굴이 들어간 엽서며 노트를 사곤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동안 영화에서 볼수 없던 그녀를 잊고 있었는데 작년에 이젠, 중년의 우아함으로 다시 태어난 그녀를 '언페이스풀'이라는 영화로 재회를 했습니다. 마흔의 나이에도 어쩌면 그리도 아름다움과 매력적인 곡선을 가진 몸매를 유지할수 있었는지, 게다가 나이든 그녀는 초라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적인 아름다움까지를 겸비한 배우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청년과의 정사신에서도 빛이 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녀가 다시 '투스카니의 태양'이라는 영화를 찍었다고 해서 오래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투스카니의 태양을 손에 쥐고 얼마나 반갑던지요.
프랜시스( 다이앤레인)는 미모의 베스트 셀러 작가입니다.사회에 명망이 있는 그녀지만 남편은 바람이 나고 이혼을 요구하는 지경에서 그녀는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집까지 남편한테 빼앗기고 그녀는 삶의 의욕마저 잃고 임시아파트에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되지요.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고통의 늪으로 빠져드는 현실을 그녀는 어찌해볼수 없습니다.
그때 우연히 친구 페기로 부터 투스카니로의 여행을 권유받습니다. 페기역의 동양여자가 홍진경(수퍼모델)을 많이 닮아서 웃음이 났습니다. 그녀는 실제 한국계 미국배우라지요.
페기의 제안에 회색빛 도시처럼 암울한 현실을 어쩌면 태양의도시 투스카니가 밝은 미래로 인도해 주지 않을까, 싶어 엉겁결에 투스카니행 버스에 오르는 프랜시스.
커다란 해바라기가 클로즈업 되면서 시작된 영화가 암시하듯 영화는 줄곧 태양의 시선을 끌어 들입니다.눈부신 태양아래 펼쳐진 이탈리아의 전경, 그 속에는 푸르게 펼쳐진 초원이 있고 꽃이 만발한 꽃밭이 있고, 너른평야를 가득채운 해바라기 밭이 있습니다.
그장면 장면은 카메라의 배율을 가장 크게 해서 찍은 사이즈로 화면을 가득 채우듯 보여집니다. 마치 관객들이 그 풍경들을 바로 앞에서 보는듯 착각을 할 정도로 손에 잡힐듯 그림같은 태양빛 충만한 이탈리아 정경들이 눈앞을 스쳐갈때마다 부러움이 섞인 탄식조의 한숨을 흘렀습니다.
그녀가 엽서에 적은 대로 '세상의 모든 미사여구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곳'이 바로 투스카니였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속에서 고전적인 돌로된 건축물이 조화롭게 들어앉은곳, 그런곳을 여행하면서 프랜시스는 비로소 자신이 새처럼 자유롭다는걸 확인하지요.
하지만 그녀의 자유는 너무도 짧을 것이었습니다. 다시 우울한 회색빛의 도시로 돌아가서 현실을 살아내야 할테니까요? 그런데 마법처럼 그녀의 그런마음을 읽은 빛의정령이 나타납니다. 현실의 공간에서 지극히 비현실적인 여자, 마치 동화속에서 뛰쳐나온듯한 여자가 마법사처럼 깃털모자를 쓰고 프랜시스 앞에 나타나지요. 캐서린, 난데없이 영화속으로 뛰어든 캐릭터가 프랜시스의 숨겨진 내면을 움직이게 합니다.
캐서린의 출현이후로 프랜시스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제지당하고 인내할수 밖에 없었던 내면의 은밀한 욕망들을 현실로 구현해 내기 시작합니다. '브라마솔레'라는 300년이나 된 고가를 사서 그곳에 아에 눌러 앉을 생각을 했던 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우연히 다가온 매력적인 이탈리아 청년과의 꿈같은 밀애의 시간을 보낸것도 예전의 그녀라면 상상도 못할 금기사항이었겠지요. 이탈리아 바닷가마을, 바다와 집들이 마주보며 자연과 인공의 매끄러운 조화가 빚었낸 아름다운 마을에서 바다를 보며 로맨스에 빠진 프랜시스에게 그모든 현실은 오히려 꿈만 같습니다.
300년이나 되었지만 이국의 땅에 저택이 생기고 멋진 애인이 자신을 좋아하고 투스카니의 태양은 날마다 부드럽게 초원을 어루만지는 곳에서의 꿈같은 나날.
집수리를 위해 불러온 네명의 폴란드인과의 교류도 아름답습니다. 언어의 소통이 불가능한 그들과의 보디랭귀지가 외려 내면의 결속력을 강화시켜 주었던 걸까요? 이방인인 프랜시스와 또 다른 이방인인 폴란드인부 네명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낡은 집을 고쳐가면서 사사로이 정이 쌓이고 이웃과의 교류가 활발해 지면서 우정과 행복이 넘쳐나기 시작합니다.
투스카니에서 라면 가능할수도 있을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보며 한없이 부러움의 시선을 보내려는 그때 프랜시스에게 다시 실연의 아픔이 옵니다. 미소가 아름다웠던 그 남자가 실은 유부남이었던 게지요.
하지만 여전히 투스카니의 태양은 빛나고 브라마솔레는 점점 원형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애인과의 결별이 괴로워 투스카니를 찾아온 친구 페기의 뱃속에 아기는 점점 자라고 풍부한 태양빛 속에 이웃집 올리브나무도 열매를 튼실히 맺고 있습니다.
프랜시스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 올것입니다. 다시 글을 쓸수도 있겠지요. 브라마솔레는 아름답게 복구되어 가고 있습니다. 준비를 해두면 그녀 안에 사랑과 일과 행복이 조용히 찾아 들것이었습니다.
마침내 브라마솔레가 완전히 수리를 마친날, 폴란드인 인부들은 이별이 서러워 눈물을 보이고 애정어린 포옹을 합니다. 폴란드청년은 마침내 이탈리아 아가씨와 결혼을 하고 페기는 아이를 낳습니다. 프랜시스의 소망대로 브라마솔레에서 결혼식이 있었고 아기도 태어났습니다. 알프스의 협곡을 이어 비엔나와 베니스를 잇는 철길이 먼저 만들어 지고 한참후에 기차가 다녔듯이 프랜시스는 현실과 이상을 연결하는 철길을 잇고 있었던 것입니다.
브라마솔레가 완성되던날, 그동안 감감 무소식이었던 수도에서 물이 콸콸 흘러 나옵니다. 그녀의 내면의 창작의 샘이 다시 넘쳐 날것을 암시하듯이.
투스카니행 버스가 지나가면서 보여주었던 이탈리아 풍광이 너무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당장에 투스카니로 떠나지는 못할 지언정 정말이지 태양을 닮은 해바라기 라도 한다발 넘치게 받고 싶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벌써 해바라기는 다 져버렸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