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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세계 야외 공연 축제.


BY 빨강머리앤 2003-08-14

연 이틀째 어인 호사인가 싶다.

그간에 겪은 문화적 소외를 보듬어줄 요량인가.. 싶어 행복한 고민에 빠져본다.

'남양주 세계 야외 공연 축제'가 연일 성황리에 진행중인 것이다.

 

신문에서 언듯 보았지만 아무래도 남양주시 측에서의 홍보 부족인듯,

지난 8일 부터 시작되고 있는 '남양주 세계야회공연 축제'가 열리고 있는걸

주변의 사람들도 잘 모르고 있었고 나 역시도 이웃으로 부터

집이 가까워서 그냥 시험삼아 축제엘 다녀 왔는데 보통수준이 아니더라면서

꼭 한번 가보라고 귀뜸을 해주어서 알았으니...

어쨌든, 지금 마석에서 양수리 방면에 두루 걸쳐 여러 다양한 문화를 접할수 있는

축제가 한창이다.

 

이웃이 전해준 바로는 '러시아 국립발레단'이 축제 멤버로 참가해서 수준높은

공연을 진행중이 라는 거였다.

다시 없는 기회가 될지도 모를 '러시아 국립발레단'의 정통 발레를 꼭 보고야 말리라

했던것을.... 일이 끝나고 모르는 길을 물어 물어 주최측 사무소를 찾아갔는데

너무 늦게 온 바람에 이미 발레공연이 끝났다는 허무한 대답을 듣고는

발길을 돌렸었다. 더구나, 러시아 발레단의 그날 공연이 마지막 공연이었다는데

그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말았구나, 싶어 아쉬웠다.

그런 내 마음을 들여다 보았는지 봉사요원인듯한 사람이 팜플렛을 보여주며

'마석초등학교'에서 순회공연이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있을 예정이라고 알려 주었다.

 

13일공연은 '쪽빛황혼'이라는 마당극이었다.

맑은 밤하늘이 펼치고 별이 돋고,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는 여름밤.

학교운동장 한가운데 즉석무대가 만들어지고, 조명들이 하나둘 밝혀지자

마당극을 알리는 징소리와 함께 분장한 배우들이 무대로 경쾌하게 뛰어나왔다.

운동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환성소리와 함께 마당쇠가 한바탕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고 퇴장을 했다. 이어서 당산나무신 세사람이 당산나무 형상에 올라가

인간세상을 바라보자, 선남선녀가 결혼해서 아이를 갖는 첫번째마당이 펼쳐졌다.

산고를 겪는 여인의 곁에 삼신할미와 당신이 내려와 아들과 딸을 점지해 준다.

 

마침내 아들과 딸, 자식을 품에 안아보는 아이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감동에

겨운 노래를 불렀다. '인간의 목숨은 귀한것이여~'라며 춤을 추는 당산신 세사람의

노래에 맞춰 어깨가 들썩여 지면서도 생명탄생의 그 마당극 앞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화둥둥 내사랑아, 이리보아도 내사랑, 저리 보아도 내사랑,

금자동아, 은자동아...' 태어난 아이를 안고 어르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합창이

운동장 가득 울려오고 내 가슴을 울려와 그 감동에 그만 눈물이 나고 말았다.

 

소중한 생명으로 탄생한 아이들이 자라서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어서 마침내 늙은이가 되는 과정을 웃음과 해학을 실어 재밌게 표현하는

마당극을 보면서 아이들도 손뼉을 치며 재밌어했다.

 

똑같이 어미 뱃속에서 세상에 나온 아이가 인생의 행로를 향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며

무수한 시련을 겪는다. 그래서 어떤 이는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또 어떤이는

슬픔과 좌절의 시련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모두에게 똑 같이 들어서야 할 하나의 길이 있었으니 바로,'늙음'이

그것이다.  쪽빛황혼의 주인공인 '박씨부부'는 이제 늙어서 더이상 시골에서 농사지을

여력이 없다. 그래서 논도 팔고 땅도 팔고 집도 팔아 서울사는 아들며느리집으로 들어가는데

며느리와의 한집 살림은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할일없는 도시생활에 지쳐가다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온 집안은 비상이 걸린다.

고부간 갈등은 증폭되고, 아들며느리 부부는 날마다 소리치며 싸우고 그걸 지켜보는

박씨영감은 할머니 손을 잡고 시골로 다시 내려간다.

 

다시 예전 시골마을의 당산나무 앞에 와서 두손을 모으고 비나리 한다.

부디 좋은 곳으로 보내달라고 두손을 모으고

그저 우리 자식들 잘되게 해 달라고 두손을 모으고 또 모은다.

그러면서 두 늙은부부는 헤어지지 말자며 두손을 붙잡은체 세상을 하직한다.

그 늙은부부의 마지막이 장엄하게 펼쳐졌다. 극단 단원 네명이 넓다란  무명천을

양쪽에서 잡고 있고, 당신이 내려와 진혼곡을 부르면 두노인이 손을 꼭 잡은채

무명천을 가르며 걸어가는 장면이 참으로 숙연해 지더랬다.

 

행정단체에서 주관하는 축제형식의 공연이라 사실은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내용도 탄탄했고, 배우들의 실력도 최고수준의 제대로된 마당극을 한편 아주 잘 보았다.

 

오늘은 아이들을 위한 공연으로 한국과 독일의 마임을 선보였다.

아기자기한 한국마임이 끝나고

독일광대의 마임이 이어졌다. 얼굴에 회칠을 하고 빨간코를 단 광대가 무대에 나오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없는 사물을 있는 것인양

몸으로 실감나게 표현해 내는 광대의 몸짓에 객석에선 웃음보따리가 터져 나왔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아니 굳이 말이 없어도 통하는  예술의 세계를

바디랭귀지로 풀어내는 독일광대는 성모마리아를 닮은 수녀도 되었다가,

악마도 되었다가, 인생을 달관한듯한 노인네도 되었다가, 광대보연의 자세로 되돌아

오곤 했다.  'can't heip falling in love' 우스꽝스럽게  해석해서는

 온몸으로 노래를 보여주던 셋째막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내 자신을 다 내어주고 그리고 얻게 되는, 당신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사랑을 몸짓을 통해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 졌었다.

무릇, 사랑은 그렇게 하는 것이리라 생각되어서.

마임이 저런 방식으로 사람을 감동시키기도 하는 구나 싶어

뜨거운 가슴으로 열심히 손뼉을 쳤었다.

 

이틀동안, 보름달이 훤한 밤에 별빛을 받으며 즐겼던

순회공연을 보는 동안 그간에 문화적혜택으로 부터 소외된듯한 느낌이

한꺼번에 채워지는듯 했었다. 그래서 행복한 이틀이었다.

 

주말엔 다산생가에서 있을 연극,'다산선생님과의 하루'를 볼 예정이다.

서울의 모 문화홀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꼭 한번 보고 싶었던

연극을 '다산생가'에서 보게 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으니 이 아니 기쁠수가 있을까

싶은 것이다. 토요일 우리는 '남양주 야외 공연 축제' 보러 다산유적지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