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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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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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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솜씨 없는여자


BY 이쁜꽃향 2003-08-21

출근하는 여자들은 아침 시간을 도대체 어떻게 보내는지 참 궁금하다.

이십여 년을 아침마다 전쟁을 치루면서도

아직까지도 안정을 찾질 못하는 걸 보면

나는 주부로서의 점수는 도저히 받을 수가 없는 아줌마인가 보다.

 

다행히도 요즘은 중학생 아들넘이 방학이라서

아침에 늦잠을 조금이라도 더 잘 수 있다는 것,

한달 전처럼 부랴부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내겐 정말 고마운 일이다.

평상시에도 아들녀석은 아침을 먹지 않고 등교한다.

일어나자마자 서둘러 나가는데 무슨 입맛이 있으랴.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밥 대신 먹을 수 있는 요깃거리를 이 것 저 것 궁리해보지만

마땅히 '바로 이거다' 할 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나가는 아들을 보내는 에미의 마음은 늘 편치가 않았다.

더구나 입맛이 까다로운 아이라

아무거나 잘 먹는 타입도 아니어서

아침 식사 대용품을 찿는다는 게 쉬운 것이 아니다.

 

우유도 그냥 맹우유는 먹질 않으니 쵸코맛으로 만들어주다가

다음 날은 마트에 나와 있는 식품도 타 먹여보지만

모두가 하루나 이틀이면 먹기 싫다고 한다.

자식이 상전이라고

남편은 배추김치만 맛있으면 아무 말없이

물 말아서라도 식사를 하기 때문에 신경을 별로 안 쓰는데

이 녀석은 매 끼니마다 신경을 쓰이게 한다.

제 깢게 뭐라고 배 부른 투정한다고 핀잔도 줘 보지만

어떻게든 먹여야겠기에

없는 요리 솜씨지만 이 것 저 것 만들어 먹여보려고 애를 써 본다.

 

아무래도 아침에 밥 먹이는 건 무리일 것 같아

후배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녀석 입맛에 맞는 걸 찾아냈다.

고칼슘두유.

그것도 ㅁ회사 제품은 맛이 없으니 ㅅ회사걸로 주란다.

아침에 두유 하나 마시고 가는 아들녀석이 안스럽지만

더 이상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그래서 저녁 식사만큼은 기를 쓰고 꼭 밥을 먹게 한다.

녀석이 좋아하는 닭도리탕이나 김치볶음밥.

또는 쇠고기로스-돼지고기는 별로라고 꼭 쇠고기 로스여야만 한다-삼치나 고등어구이.

그것도 이틀간 해 주면 싫다고 하니 바쁘고 요리 솜씨없는 나로선

정말 머리 아픈 일일 수 밖에 없다.

 

제대한 큰 아들은 다행히 뭐든지 잘 먹는다.

김치가 생 것이든 익은 것이든 -둘째는 살짝 익은 김치 잎사귀만 먹는다-

맛이 있던지 없던지 가리지 않고 먹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어려서부터 다른 애들은 학교 급식을 맛 없다고 안 먹는다는데

그녀석은 늘 한 그릇을 다 비운다고 했다.

내심 그 말을 듣는 순간 얼마나 양심에 가책을 받았는지...

내가 얼마나 요리를 못하면

다른 애들은 맛 없다고 잘 안 먹는다는 급식조차도 맛있게 먹을까...

 

군대에서도 자기는 밥을 남기는 법이 없댄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짠밥 찌끄레기'였대나...

그러는 아들을 보며 동기들이

'너 사회에서 막 살다 왔니'라고 했다던가...

못 먹는 것 보다야 낫다고 생각했지만

그 말 듣고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오죽 집에서 못 먹었으면 그러랴싶어서 속이 좀 상했다.

 

요즘은 아르바이트 한답시고 새벽에 들어 와

오후 두 시경에야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물론 내가 출근해버리니 스스로 차려 먹어야 한다.

저녁이라도 챙겨주려고 전화하면 늘

"가게에 가서 외삼촌이랑 먹을래요" 한다.

바쁜 엄마 생각해서 그러려니 여겨 고맙게 생각했다.

 

"누나.

동혁이가 내가 해 준 음식은 모두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길래,

넌 진짜로 내가 해 준 음식이 맛있니하고 물었더니 뭐래는 줄 알아?"

"뭐래는데?"

"삼촌도 울 엄마랑 이십사년간 살아 봐.

이 세상에 안 맛있는 게 없어 그러대?"

"뭐시라꼬?!!!"

 

어제 저녁에 남동생이 전화로 해 준 말을 듣고

너무나 기가 막혀 웃고 말았지만

없는 소리는 아니다싶어

요리 솜씨없는 주부로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오늘 아침에도,

이틀 전에 먹고 싶어 사 오긴 했지만

만들어 본 적이 없는 고구마줄기를

요리를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망서리다

대충 나물무침을 해 놓고 나왔는데

과연 가족들이 먹었을런지...

"아무도 손 안 댔으면 어쩌실래요?

아마도 선생님께서 모두 드시겠지요?"

내 이야길 들은 직원이 당연하다는 듯 깔깔거리며 말한다.

에구~

정말 큰 일이야.

요리 잘하는 여자가 너무 부러워...

 

아들넘들은 꼭! 반드시!! 절대적으로

요리 잘하는 여자를 부인으로 맞으라 해야지...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