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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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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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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돌고 돌아 어머님 귀에 들어갔으면...


BY 선물 2003-07-29

11월 11일, 이 날 어떤 과자를 먹으면 날씬해진다고 해서 청소년들 사이에 완전히 어떤 기념일 비슷하게 자리잡은 무슨무슨 데이. 그리고 어느 때인가 친정어머니께 반지를 해드리면 좋다고 해서 떠들썩했던 일. 비록 상술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야기들이지만 소비자들은 참으로 어리숙하게도 그런 만들어진 이야기에 금방 익숙해진다.


떠돌아 다니는 수없이 많은 말들. 그 말들에도 분명 시작이 있었을 것이고 그 말이 만들어진 숨겨진 이유가 다 있을 것이다. 생일에 국수 먹는 것도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맘에서 누군가 생각해내서 지금까지 우리네 일상에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었을 것 같다.


얼마전 세째 형님(시누이)이 어머님께 이런 말씀을 전해 드렸다. 부부의 인연은 저 생에서 서로 풀지 못한 것이 있으면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원수처럼 지낸 경우에는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아버님과 가끔 속상한 일을 겪으시기도 하는 어머님은 그 말씀을 듣고 많이 걱정하시며 그 뒤 얼마간은 아버님께 참 잘 해 드리는 것이었다. 미신을 신봉하시진 않으시지만 그래도 좋다고 하는 것은 왠만하면 지키려 하시고 나쁘다고 하는 것은 피하려 하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에도 먹는 것에 대해 많이 조심시키셨다. 오리고기를 먹으면 손가락이 붙는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어디 모임에서 하필 오리고기를 먹으러 갈 일이 생겼던 나는 산모의 몸으로 오리고기 먹었어도 아무 탈 없었다며 오히려 영양가를 고루 잘 섭취하는 것이 태아에게 좋을거란 다른 분의 말씀을 듣고서야 조심조심 오리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다. 어른 말씀 듣지 않고 먹는 오리고기는 불안해서였는지 맛도 느낄 수 없었고 괜시레 아이 낳을 때까지 나는 아이 손가락 걱정만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아이의 손가락은 정상이었고 나는 한참 뒤에야 어머님께 오리고기 먹은 일이 있었다고 말씀드렸는데 의외로 어머님은 그 말씀을 들으시고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 아마 그 때는 과학적인 사고로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러나 어쨌든 어머님은 그렇게 돌고 도는 이야기에 비교적 귀 기울이실 때가 많으신 분이다. 그것은 미신적인 것에 기대는 심리라기보다는 복을 염원하는 일종의 기도같은 마음이시다. 나는 가끔씩 어머님께 서운한 마음을 갖게 되거나 나 스스로 어머님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질 때면 정말 고부간의 관계가 갖는 아픔때문이라 생각하며 참으로 시린 가슴 될 때가 많아진다.


어머님은 다른 어떤 어머니들보다도 정말 자식사랑이 각별하신 분이시다. 따님들이 사다주신 여성노인분들이 먹으면 좋다는 비타민제도 아껴 감춰 두셨다가 젊은 아들에게 먹으면 좋다고 말씀하시면서 내 놓으시는 분이시다. 결코 맛있는 것,몸에 좋은 것을 당신 입에 넣지 않으시고 자식들 입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당신이 드신 것보다 더 행복해하시며 양보하시는 분이시다. 그래서 귀한 음식이 생기면 내가 늘 보게 되는 풍경이 있다. 어머님은 자식들에게, 자식들은 어머니에게 서로 입에 넣게 하시려고 다투시는 모습이다.


옛날 먹을 것이 너무 귀하고 힘들게 사셨던 어머님은 많이 풍요로와진 요즘에도 당신 즐기실줄 모르시고 그렇게 희생만 하시는 것이 몸에 배이셔서 오히려 자식들 맘을 아프게 만드시고 만다. 며느리인 내 입장에서는 그런 모습이 때로는 훈훈하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그리고 때로는 속상하게 다가온다. 어머님의 그 살가움,자애로우심이 며느리인 나에게까지 해당될 경우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어머님 당신도 엄청난 시집살이를 하셨기에 며느리인 내 마음을 많이 헤아려 주시려고는 하시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은 며느리는 며느리일 뿐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부모님 상을 당한 곳에 가보면 딸자식 곡소리는 그리도 섧고 애닯은데 며느리 곡소리는 쥐어 짜는 듯하고 애절함이 없더라는 말씀도 하셨다. 그런 까닭에  사람은 일단 딸자식이 있어야 한다며 아들만 둔 사람은 참 쓸쓸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이 며느리인 내게는 어찌나 서운하게 들리고 맘을 싸늘하게 닫게 만드는지,그 때의 내 마음은 어머님께 딸처럼 생각해 주셨으면 하는 사랑에 대한 욕심도 생겼던 것 같고 `그래.며느리인 나는 역시 남일뿐이지,어머님이 그리 생각하시면 나도 그렇게만 해 드리면 되지.' 하는 오기도 생겼던 것 같은 사실 스스로도 알 수 없는 묘한 심정이 되었다.


어머님은 나로 하여금 때로는 맘을 돌아서게도 하시고 또 때로는 `역시 어른이시구나'하는 고마움을 갖게도 하시고 때로는 애잔한 연민도 느끼게 하시는 그런 분이시다. 나는 삼대 독자인 남편에게 시집왔지만 단 한번도 아들 낳아야 한다는 채근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내 몸을 걱정해 주시는 고마운 말씀뿐이셨던 것을 생각하면 그 때의 어머님은 나에게 분명 따뜻한 어머니의 모습이었지,`시'어머님은 아니셨다.

가끔씩 아버님께서 새벽에 집을 나서야 하실 일이 생기면 며느리인 나를 조금이라도 더 재우시려고 당신 스스로 힘든 다리 끌어 당기시며 아버님 진지를 차려 드리는데 행여나 며느리 일어날까봐 조심조심 소리내지 않으시는 어머님 또한 결코 `시'어머님은 아니셨다.
그리고 내가 바빠 허둥거릴 때면 어머님은 곁에서 이런 말씀을 해 주신다. "휴,내가 몸만 안 아프면 손 걷어부치고 네 일을 도와 줄텐데...이 몸이 말을 안들어서 네게 별로 도움을 못 주는구나." 며느리인 나는 그런 말씀을 들을 때면 이미 마음으로 더 할 수 없는 도움을 받은 것처럼 느껴져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집에 손님을 맞을 일이 생기면 어머님은 며느리 힘들까봐 앞장서서 그 일을 막으시기도 해 주시니 내가 그 고마움을 어찌 모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가끔 밤새 못주무시고 편찮으시다가 인생의 허무함까지 느끼신 어머님은  새로이 찬란한 아침을 맞아 눈 뜬 며느리의 하루의 시작에 싸늘한 찬바람 이는 눈길을 보태서 며느리까지 우울하게도 하신다. 나중에 맘이 좀 누그러지시면 너무 인생이 허무하고 슬퍼서 짜증이 났노라고 하시며 며느리인 나를 달래 주시기도 하시지만 그런 일이 때로는 매일의 연속일 때가 있으니 나도 노인분께 그리 공손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게 된다.


내가 많이 아파서 열이 끓고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아플 때도 어머님은 측은해 하시는 마음 한켠에 청소며,빨래며,집안 살림이 걱정되어 며느리인 내 마음을 많이 무겁게 하실 때도 있다. 그럴때마다 나는 어머님 자식자리가 샘이 난다. 자주 아프신 형님들과의 전화 통화에 묻어나는 어머님의 걱정은 그저 푹 쉬라고 당부 또 당부하시는데 바로 눈 앞에서 꽁꽁 앓는 소리 하며 몸살 앓는 며느리에게는 어찌 살림걱정이 먼저이실까, 나는 참으로 원망스런 맘을 갖고 만다. 그리고 나중에 나에게 엄살이 심한 편이라고 말씀하실 때면 정말 어머님은 영원한 남인 것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다.


딸이라면,내가 어머님 자식이라면... 그러니 나는 어머님께,때로는 `시어머님'을,때로는 따뜻한 엄마를 느끼며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은 시집살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어찌 나만 그런 마음이겠는가. 그래도 어머님은 그 누구에게도 며느리 흉을 보실줄 모르신다. 내 앞에서 듣게 칭찬 많으시진 않지만 주위분들이 한결같이 나에게 정담은 칭찬 듬뿍 담아 말 건네는 것을 보면 아마도 어머님은 다른 사람들에겐 나를 좋게 포장해서 말씀하시는듯하다. 어쩌면 나는 오히려 그런 어머님에 비해서 생각도 없고 아직 철이 덜 든 며느리일뿐인 것 같다.


김치 또한 내겐 떠올리기 부끄러운 단어이다.비록 다듬고 씻고 준비는 한다고 해도 스스로 알아서 김치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맛없다 하시는 말씀 듣기 무서워 김치는 언제나 어머님께 미루고 그 좋아하시는 알타리김치 한 번 내 손으로 담궈 드린 적 없으니 어찌 내가 그러하면서 감히 딸자식으로 생각해 주기만을 바랄 것인지 부끄러운 맘 가득하다.

 

또한 친정 어머니가 그리도 편찮아서 짜증 내시면 그저 안타까운 맘만 들어야 할텐데 오히려 서운한 맘으로 뾰족해지니 그때도 나는 그저 남의 자식일 뿐인 것이다. 나에게 어떤 일로 나무라실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반드시 며느리이기때문에 그리 하시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텐데 그 순간 순간 억울함으로 변명하게 되는 나는 어머님께는 말대꾸하는 며느리가 되어 어머님 가슴에 무거운 돌 하나 얹어 드리기도 하게 되니 그 때도 나는 딸자식 아닌 며느리인 것이다.


내가 딸자식이라면 어머님 말씀이 그리 서운하였을까.... 어찌 나 스스로는 돌아보지 않고 어머님만 탓하였을까... 그러니 어머님 홀로 나를 등지고 방으로 들어 가셔서 혼자 가슴 쓸어 내리신 날도 많았으리라는 것을 짐작할만 한 것이다.

 

그러나 나도 때로는 딸이 되기도 한다. 진짜로 아파서 우시는 모습 뵐 때면 차마 지켜보기가 맘이 아파서 내 맘도 울 때가 있다. 그리고 어딘가로 외출이라도 하시게 되면 절뚝이는 뒷모습에 콧날이 시큰거리기도 한다. 잠깐 다녀오신다며 나가시곤 오랜 시간동안 안 들어 오시면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에 여기저기 찾으러 헤매이는데 그럴 때의 내 맘은 어머님과 남이 아니었다.


때로 어머님 흉이라도 아차하고 보게 될 때 내 말을 듣고 있던 상대방이 위로라고 고맙게 내 편을 들어줄 때, 의외로 나는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들리는 어머님에 대한 안 좋은 말은 참으로 귀막고 싶어져 버린다. 내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나가는 말이지만 남이 내 어머님을 나처럼 말하면 친부모님 욕 듣는 심정되어 내 입을 쥐어뜯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한 자리에서도 나는 흉보는 며느리였다가 다시 역성 드는 딸이 되니 참 변덕스런 사람이 되고 만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양면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먼저 내 속에 일정부분 내재되어 있는 딸의 맘이 되어 어머님을 대하고 또 어머님도 나를 그렇게 자상스런 어머니의 마음으로 대하신다면 내가 속한 이 가정은 얼마나 평화로울 수 있을까. 그러나 이 땅의 며느리라면 누구나 그것이 뜬 구름같은 이야기임을 알 것이다. 그렇게 맘이 섞이다가도 한순간 돌아서는 맘을 보게 되면 역시 고부간은 `시'자 들어간 남이고 남의 자식인 며느리일뿐임을 더 빨리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그러니 나는 항상 남에게 친절하시고 자애로우신 우리 어머님과 내가 고부라는 아픈 관계로만 맺어지지 않았다면 미움도 고통도 서운함도 서로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내가 진짜 딸이 되어 어머님과 함께 살아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자칫 모녀지간이 함께 살게 되면 서로 `떠받들어모심'을 원하게 되고 속내를 감추지 못해 감정이 더 상하게 되기가 쉽기 때문이다.의외로 그런 경우가 주변에 심심찮게 많은 것을 나는 볼 수가 있었다. 그러니 나는 세상에 이런 말이 하나 생겨서 돌고 돌아 어머님 귀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고부간은 그 옛날 어느 인연에선가 어머니와 말 안듣는 딸이었다는 이야기. 말 안듣는 딸이 이승에서 어머님께 잘못한 것을 다 갚기 위해 며느리로 태어났다면 세상의 며느리는 시어머님께 절절한 마음으로 잘해 드릴 것이고 시어머님 되시는 분들은 어느 인연에서든 당신의 딸이었을 며느리에게 어찌 애틋함이 없으시겠는가? 특히 자애 많으신 우리 어머님은 나를 딸로 보신다면 얼마나 듬뿍 정을 쏟아주실 것인가.


그러니 절대 내가 지어냈다는 것은 비밀로 하고 이 말이 돌고 돌아 그럴듯한 말이 되어 라디오 즐겨 들으시는 어머님 귀에 쏙 들어갔으면 하고 나는 실없는 상상을 해 보는 것이다.
아니,나 혼자만이라도 그 말처럼 생각한다면 내 맘이라도 좀은 넉넉해지지 않을까. 그러면 저 어딘가로부터 시작되었을 어머님과 나와의 생의 여행에서 한 점으로 만난  지금 더 이상의 아픔 없게 다 풀고 다 갚고 서로를 자유롭게 하는 생각이 되지 않을까.


일흔 여덟의 우리 어머님.아직 서른 아홉의 며느리인 나는 그 어머님을 언제나 업고 가려고 생각한다. 아직은 나를 업어주실 때가 차라리 더 많으신 어머님. 그렇게 때로 내게 보여 주시는 따뜻한 마음이 언젠가 온전히 내가 업고 가야 할 그 때가 되면 힘이 되어 돌아와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리라 생각하며 부디 업고 가는 내다리가 지쳐 휘청이지 않을 수 있기만을 미리 바라는 맘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