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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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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BY 마가렛 2020-09-10

오늘은 나에게 있어서 운이 좋은 날이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이 열리는 그런 날이 오늘이다.
산책을 하면서 가지 않았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새로운 길에서 걷는 기분은 사풋 달랐다.

이길을 왜 오늘에서야 발견했을까?
한참을  걸으니 다니던 큰길이 나왔다.
모든 길이야 연결되어 있지만 오늘 발견한 길이 마음에 든다.
갑자기 묶여있던 매듭이 풀려진 기분이 들어 홀가분해진 마음.

뾰족한 마음에 혼자 판단하고 혼자 결정하는 마음에서
여유를 찾아 나를 양 팔로 꼬옥 안아주며 도닥여 본다.
특별한 일도 없는데 괜시리 마음따로, 몸 따로, 생각 따로
따로따로 놀면서 머리만 지끈거리는 며칠간을 되돌아 보며
친구가 말했듯이 갱년기 증상인가? 했다.

항상 좋을 순 없다.

친구도 귀찮고
가족과 대화하는 것도 싫고
그냥 나홀로 지내고 싶은 시간.

산책길에 만난 나무가 알려주었다.
봄에는 벚꽃길을 화려하게 수놓아 주고
한여름엔 시원하고 푸른 잎을 싱그럽게 선사하고
이제 가을 초입에 노랗게  살짝 물든 단풍을 선물하는 나무
내가 그길을 가지 않았다면 그나무를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의 대화는 없었을 거다.

나무는 항상 그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기에
내가 나무에게 다가가야 만날 수 있는 것 처럼
가만히 그냥 있으면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
운수 좋은 날
재활용하면서
베란다에 묵은 쓰레기통을 정리하면서
내마음속에 버릴 것도 함께 버리니 개운하다.
이제 알았다.
내 마음에 가둬 두었던 것을 버리지 못했기에
몇 날을 머리 아파하며 계획없이 살았던 것을.

재활용은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내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은 일주일이 아닌
그날그날이길 바란다.

오늘은 운수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