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마음에 드는 머그컵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 샀는데 집에와서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생각했던 컵보다 크고 너무 화려한 무늬가 이내 싫증이 날 것 같아
오늘 환불하기로 했다.
머그컵 코너입구에서 카드를 찾으니 영수증은 잘 챙겼는데
카드는 어제 사용했던 가방에서 꺼내지를 않았나보다.
어쩌나? 비오는 중에 왔는데 괜시리 화도 슬며시 올라오고 허둥대던 나의 모습에
질책을 했다. 좀 차근차근 확인하면서 나오는 건데 아침에 성당 갔다가 이동을 해야해서
마음이 급했나 보다.
머그컵 환불을 포기하고 다른코너에 들리다가
폰에 카드를 등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갑자기 마음이 활짝 개인 날씨가 되어 폰에 등록된 카드를 확인해 보니
어제 사용한 카드였다.
머그컵 코너로 가서 다른 컵으로 바꿀까 하는 마음에 눈으로 스캔을 해 봐도,
컵도 그릇도 딱히 마음에 드는게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아니라서 그런가 할 수 없다는 듯이 그냥 환불을 했다.
다행히 웃으며 환불을 해주니 마음이 편하다.
그런데
정작 환불할 때는 카드가 필요없었는데 혼자가 북치고 장구를 쳤나 보다.
요즘들어 성격이 점점 급해지는 거 같아 내가 나를 대하는게 좀 낯설다.
모두들 나에게 찬찬하다고 말을하는데 날씨탓인지 나이탓인지..
남 탓하지 말고 그냥 내탓으로 돌리자.
환불 건으로 다시 나올뻔 했는데 그래도 폰에 카드를 저장하길 잘했다.
친구가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열어보니 머그잔에 믹스커피를 타서 마신다며 사진을 올렸다.
자세히 보니 내가 며칠 전에 선물한 머그컵이다.
이쁘고 고맙다며 말하는 친구말을 들으니 그녀가 이야기 했던 그날이 떠오른다.
좋아하는 컵에 커피를 마시다가 컵을 창가에 올려놓는 바람에 컵이 깨져서
사용할 수가 없단다.
새로 사려고 하니 비싸기도 하고 요즘 가정경제도 좋지 않으니 참고 있단다.
내가 말했다.
내가 선물할게.
괜찮다는 그녀에게 부담갖지 말라며, 생일선물 미리 받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더니
까르르 웃으며 내년 생일 선물을 벌써 받는경우도 있냐며 괜찮다고 했지만
그냥 사주고 싶었다.
착하고 예쁜친구인데 사는게 늘 편하지 않으니 내마음이 안 좋다.
착한 친구에게 머그컵을 샀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었는데
날씨가 좋으니 모처럼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
거의 1년만에 보는 친구인데 여전히 어제 만난 친구같다.
여고친구는 이래서 좋다.
코로나로 자주 못봐도 카톡하며 전화 종종 주고 받으니 1년이란 세월이 그냥
강하나를 훌쩍 건넌 기분이다.
장마철이라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하루종일 비가 온다.
저녁엔 칼칼한 갈치조림이나 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