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를 다듬다가 칼이 잘 안 들어서 칼갈이에 칼을 갈았다.
칼도 칼갈이도 남편이 사 준 제품인데 벌써 20년이 지났으니
오랜 친구같은 존재다.
다시 앙파를 다듬으니 쓱쓱 칼이 자기역할에 충실하다.
사람도 무디게 살 때가 있다.
신경쓰고 싶지 않고 무관심 척
매사에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무딘칼은 갈아주면 새 칼이 되어 식재료를 잘 다듬어 주는데
사람은 어떨까?
문득 칼을 갈다가 생각이 건너 간다.
한번쯤 만났어야 했는데
어느순간부터 만나지 않아
습하고 공허한 공간에서
살아있는 자와 떠난 자가 만났을 때의 슬픔과 안타까움은
눈물만이 대신할 수 밖에 없음을...
그나마 위로하고 싶은 말은
이젠 아픔이 끝났으니 참으로 다행이라고
좋은 곳에서 편하게 안식하라고
위로아닌 위로의 말만 남긴다.
삶이란게
어제는 볼 수 있었지만
오늘은 볼 수 없다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