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음과 죽음은 공존한다고 했던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분명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사람이다.
내가 죽음으로 한발자국 다가서는 현재진형형.
오늘을 살아 가는 산 사람과 어제까지 살았다가 오늘 주검으로 변한 고인은
많이 다를까?
지금 현재형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잘 살고 있는거니?
같은 날에 한 동에서 두 분이 돌아가셨다.
오전에는 자매님이 오후에는 다른댁 형제님이 돌아가셨는데 요즘같이 코로나로 긴장하는
가운데 장례식장에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내가 걱정이 된다.
어제 비가 오는 중에 장례식장을 찾았다.
조금은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고인을 위해 기도하고 연도 바치며 잠깐의 인연을
되새겨 본다.
솔직히 잘 아는 자매님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두어번 뵈었지만 말씀을 똑부러지고 잘하시고 강인함이 몸에 배인 분이라 느낌이 선명했는데
고관절과 합병증으로
아직 80세가 안 된 연세에 세상과 하직을 하니 가족들은 먹먹함이 클 것이다.
오늘은 다른 대학병원을 갔다 왔다.
형제님의 영정사진에서 훈훈한 미소가 번져 있음에 다시 한번 눈길이 간다.
내가 이사 와서 처음 알게 된 자매님의 남편 분이시다.
돌아가시기 전에 얼굴은 뵙기 못했지만 사진에서 형제님의 온화함이 묻어 나온다.
한 생을 살아가면서 이분들은 어떻게 사셨을까?
원없이 행복하게 사셨을까?
물질적으로는 풍요롭게 보였는데 그 내면은 내가 알지 못한다.
나도 내가 아는 나와 바깥에서 바라보는 나는 분명 다를게다.
사람이 사람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무거운 일이다.
어쩜 내가 나자신을 알아 가는게 인생일 수 도 있겠다.
병원에 의사선생님이 나에게 협심증이란 생소한 병명을 알려 주셨을 때,
난 돌아서서 눈물이 나왔다.
내가 그런 병에 걸릴 수 도 있구나.
얼마간 가슴이 답답해서 병원을 찾았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상심했지만 이것 또한 내가 안고 가야 할
짐이고 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일찍 발견한게 다행이고 조심하라고 알려 주는 것이니 나를 되돌아 보며
좀더 나에게 신경을 써야겠다.
날씨에 기분까지 우울하지만 그럼에도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를 도닥거리며 연한 커피 마시는 시간이 주어짐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