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모임을 하다가 이사를 하게 되어 거리도 멀고 자주 만나지 못하니 마음도 조금씩 멀어져서
공식적인 모임에 참석이 힘들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모임의 언니가 아들 결혼식을 알려와서 오래간만에 혜화동을 나갔다.
작년에도 결혼식이 있었으니 만 일 년만에 보는 얼굴들.
시간은 흘렀지만 함께 했던 세월이 있어 서로 반가워하며 안부를 묻고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중
나에게 살이 좀 올랐다며 절대로 살이 찔 것 같지 않는 사람이 살이 쪘다고 놀라워했다.
나도 사실 내가 체중이 늘어서 조금 의야하지만 생각해보면 잘 먹으니 살이 오를 수 밖에 없으리.
살이 찌니 얼굴에 주름이 없다며 농담삼아 립서비스를 해주는데 내가 여기 참석하려고
어제는 안하던 마스크팩까지 했다니 하하호호 웃는다.
손재주가 좋은 언니는 다음에 만날 때는 묵주팔찌를 선물하겠고 하고,
다른 언니는 모임에 다시 나오라고 하며 자꾸 채근을 한다. 정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40이 넘은 아들을 결혼시킨 언니는 입이 귀에 걸려서 어찌할 줄을 몰라하고, 새신랑은 어린신부를
보고 연신 싱글벙글 좋아하며 서로 혼인서약서를 읽으며 다짐하는데 그모습이 참 좋더라.
이벤트로 사물패가 한차례 흥을 돋구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결혼식도 참 다양해졌다.
결혼식이 있다는 것을 다시 알려주고 또 만나서 같이 가자고 했던 친구는
이따금씩 만나는 친구로 정도 많고 잘챙겨주는 친구다.
그친구와는 모처럼 혜화동에 나왔는데 그냥 돌아설 수 없다며
혜화동 성당에 들려 잠깐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예전에 남편과 연애할 때 몇 번 왔던 혜화동 성당은 엣스러움이 잔잔하게 우려나는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성당 중의 하나로 예식도 많이 한다.
오늘도 결혼식이 있었는지 예쁜 화동들이 오가고 식당쪽에는 음료가 진열되어 있었다.
수녀님이 장을 보고 오시는지 한 손에는 장바구니를 들고 지나가시고 한쪽에는 예쁜화환이
싱그러운 꽃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으니 향기롭다.
가을이 다가옴을 느끼며 발걸음을 돌리다가 동성고등학교 예술제에도 삐죽거리며 들어가보니
미술작품과 함께 시와 글솜씨를 자랑하는 예술제로 고등학생들의 풋풋함과 어느정도의 노련함이
함께 배어있어 보기 좋았다.
김수환 추기경님을 생각하는 글도 보이고, 자기의 미래에 대해서 쓴 글,
입학식 때의 학교의 풍경, 고등학생들의 힘든 삶도 그림으로 표현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은 인생에서 참으로 중요하고 아름답지만 그만큼 힘든시절인 것만은 사실이다.
8월이 이렇게 지나가고 이젠 9월이구나.
친구는 가을이 싫단다. 간절기가 되면 몸이 안 좋아진다니 걱정이다.
여행갔다가 다친 발목이 아직까지 완쾌되지 않았다니 빨리 낫기를 바란다.
모처럼 옛모임의 사람들을 만나서 좋았고
마음 맞는 친구와 혜화동을 산책하니 젊은시절도 생각나고 ..단풍이 익어가는 가을엔 마로니에 공원을 한 번 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