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밥 세끼 하기도 힘들다. 정확히 말하면 밥 세끼 식탁에 차리는게 번거롭다.
남편과 나는 빵과 샐러드나 요플레나 커피로 먹으면 되는데 아버님은 빵은 간식으로 생각하시는 분이시기에
밥을 드셔야 되는 분이시다.
아침에 밥이 조금 모자란듯 해서 아버님께 밥이 모자라면 빵을 조금 드시라고 말씀드렸더니
괜찮다고 밥만 드신다.
난 아버님의 이런부분이 참 어렵다.
그냥 편하게 밥이 조금 모자라면 빵한쪽 드시면 될텐데 그냥 모자란 밥만 드시고 숟가락은 내려놓으신다.
소식가이시지만 딱 당신만 생각하시는 분이시이에 남의 이목을 별로 생각 안 하신다.
평소에 말씀도 별로 없으시고 잔소리도 안하시고 당신이 할일은 꼭 하신다.
규칙적이시고 당신 관리 잘하시는 부분은 큰 장점이시다.
할 일중 하나 재활용은 당신 담당이라고 무언중에 말씀을 하셔서 내가 하려고 하면
당신이 하신다고 근처에 접근금지 시키신다.
그래서 재활용 바구니에 담을 때 신경써서 담아 놓는다.
"아버님 발사이즈가 255 신으시죠?"
"255는 좀 여유있고 250이 맞는데.. 나 신발 많다."
"캐쥬얼 신발이 없으신거 같아 하나 사려고 하는데 그럼 250으로 할까요?"
" 아침엔 250이 맞는데 오후엔 좀 불편하니 255가 좋을것같다."
며칠 전에 친정에 가서 엄마신발장을 열어보았다.
"엄마는 230 신으세요?"
"나는 225가 잘 맞더라. 신발 많아서 안 사도 된다~
열마전에는 대구 할머니에게 신발 두컬레 드리니 좋아하더라.
이젠 걸치는거 안 사고 돼. 살면 얼마나 산다고..."
순간 울컥한다.
엄마는 늘 이런식이다. 당신꺼는 다 괜찮단다. 니꺼나 사서 입고 신으란다.
당신 운동화 사서 신으시다가 편하면 내꺼까지 사놓고 기다리신다.
이번엔 엄마께 좋은 신발 하나 사드리고 싶었다.
신발은 많지만 거의 운동화가 많고 구두는 별로 눈에 뜨이질 않는다.
남편과 신발매장을 돌았다.
"자기는 아버님꺼 골라 봐, 난 엄마꺼 골라 볼게. 시간 절약하게, "
우선 발이 편한 거와 디자인에 촛점을 맞춰 골라보았다.
내사이즈로 신어보았다. 발에 잘맞고 편한지
워낙 편한신발 브랜드니 별로 고민이 되지 않지만 그래도 예쁘고 편한걸 사드리고 싶었다.
우리 엄마 은근 까다롭고 패션에 관심이 많으시다.
이런건 나도 엄마 닮았나 보다..옷하나 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떨 땐
결정을 못하고 다음으로 미루기도 한다.
남편이 고른 아버님 신발을 보니 너무 젊어보여 내가 퇴짜를 놓고 함께 골랐다.
진한밤색에 구두 앞부분에 작은 무늬가 있어 심심하지 않고 괜찮아 보였다.
고르다 보니 엄마신발도 비슷한 걸로 골랐다.
그런데 엄마신발은 색깔이 조금 연한게 마음에 걸렸지만 마음에 안 드시면 교환해야지.
외출하고 돌아오신 아버님께 신발을 보여드리며 신어 보시라고 했더니
얼른 신어보시더니 "편하고 잘맞는구나.." 하시곤 신발장에 넣으신다.
고맙다는 말씀 생략이신 아버님..별 기대는 안 했지만 조금 서운한게 사실이다.
책을 읽던 남편이 물어보길래 뽀로퉁하게 대답했다.
"잘 맞는다는데 딱 거기까지야."
흐흐 웃으면서 한마디 거드는 남편
"원래 그러시잖아. 표현좀 하시면 세금 더 내는 것도 아닌데.."
"자기는 그런 건 아버님 안 닮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