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맏며느리인 나는 큰일을 앞두면 하나씩 차근히 준비해야 기분이 좋다.
한꺼번에 몰아서하면 기분도 별로인데다 힘이 들어 일을 끝맺기도 전에 뒤로 나자빠진다.
아! 나도 예전엔 강단도 있고 몸은 말랐어도 일도 잘하는 편이고 쌩쌩했는데
언제부턴가 무슨 일을 조금만 하면 피곤이 몰려와 다크서클이 인사를 한다.ㅠ
이젠 명절도 코앞이니 하나하나 준비를 해야되서 미리 선물도 준비하고 정리도 하고,
나름 계획성있게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을 했는데...
문제는?
어젯밤에 전복이 도착했다.
설날 선물로 친정에 가져갈 전복인데 가장 나중 날짜로 주문을 했는데도
어제 도착을 한게다.
전복을 미리 친정에 갔다드려야 되나?
아님 남동생 퇴근할 때 잠깐 우리집에 들렸다 가라고 해야되나?
그냥 내가 전복장을 해서 명절 때 가져갈까?
이생각 저생각에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어제도 친정엄마와 동생과 함께 병원에 갔다왔는데
오늘 또 친정 가려니 살짝 꾀도 나는게 사실이다.
오전에 마트 가면서 만두하려고 속재료를 사와서 그것도 준비해야되는데
괜시리 핑계거리 만들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
앞으로 이렇게 빨리 도착하는 것은 주문하지 말아야겠다.
아님 친정으로 직접 택배를 보내던가 해야지
그야말로 사서 고생이다.
둘째동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구했는데 명절에 쉴 수가 없단다.
어제 잠깐 집에 미리 인사차 왔다가 갔다.
명절 때는 시동생과 조카들이 온다고 하니 그런줄 알고 있으면 되고,
막내동서는 큰조카 학원 픽업 때문에 명절 전날 오기가 힘들 것 같다며
차례상에 올릴 전을 부쳐오겠단다.
거리가 있어서 왔다갔다하다보면 피곤하고 연이틀을 그렇게 하는게 쉽지 않아
추석에도 한번 내가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때는 그래도 우리집에 와서 나와 음식 준비를 하고 싶어하는 눈치라 오라고 했었다.
이젠 아이들도 점점 커가고 교육열이 엄청난 동서도 아이들이 우선이니 당연한게다.
아버님은 조금은 뜨악한 표정이시지만
명절도 이젠 점점 예전 같지 않다고 말씀 드리니 수긍하시는 눈치시다.
남편도 차례상좀 간소하게 하자고 노래를 부르지만 아직까진 아버님도 계시고
그래도 시동생들도 오니 마음대로 줄이기가 쉽지 않다.
불필요한 거는 조금씩 줄이고 성당에 연미사를 드리는게 좋을 듯 싶은데
아직까진 내생각이다.
오늘부터 명절 연휴까지 우리식탁을 위해 엥겔지수 높이는 건 보류다.
냉장고, 냉동고 파다보면 며칠은 깔끔하게 그런대로 넘어갈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