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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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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너무 과한거 아니니?


BY 마가렛 2018-11-23

"엄마, 이거 엄마 선물이예요~"
고급스런 쇼핑백을 열어보니 더스트 백이 또보인다.
궁금함에 얼른 열어보니 멋진 스커트가  인사하며 나온다.
"어머나! 넘 멋지다!! 비쌀텐데... 무리한거 아니야?"
좋으면서도 조금은 미안해하며 묻는 나에게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고 해서 내가 좀 썼어..ㅎ"
마음에 드는 스커트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갑자기 스치는 불길한 예감..
이런 예감은 꼭 맞는다.
딸과 남편의 보챔으로 스커트를 입어보는데
오, 마이 갓! 역시나 끝까지 올라가야 할 지퍼가 어느순간 주춤거린다.
있는 힘을 다해 배를 안으로 쏘옥 집어넣고 지퍼를 겨우 올리니
볼록이 오뚜기도 아니고, 내가 봐도 가관이다.
얼른 니트로 배를 가리고 "겨우 맞는데... 엄마가 살 좀 빼야 맞을 것 같은데
혹시 교환은 안될까?"
딸이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한다.
"옷을 산 지 일주일이 넘어서 교환은 어려울 것 같은데..
엄마 사이즈 맞은 거 같은데?"
"사실 엄마가 살이 좀 쪗어..작년 같으면 맞았을 텐데
이제부터 다이어트해서 살 빼면 입어야겠다."
남편은 옆에서 크득크득 웃기만 한다.
예쁜 카드에는 25년간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이 적혀 있는데
읽는 순간 가슴이 멍해 온다.
언제 저렇게 커서 사회인이 되었을까?
애써 웃으며 딸에게 고맙다하며 안아주었다.
이번엔 남편에게 전한 선물을 풀어보니 들어만 봤던 그 삼페인이닷.
나보다 남편이 더 어리둥절해 하며
"이 비싼 것을 뭐하러 샀어.. 선물 안 해줘도 되는데.."
"아빠가 내가 졸업파티 사진 올린 거 보고 삼페인 좋아한다고 하셔서
 산 거예요.."
"그래도 그렇지... 우리 딸 넘 무리한거 아냐?
다음달 생활비 없어서 굶는건 아닌지 몰라?"
남편이 정말로 걱정되서 하는 소리는 아니고 조금 엄살을 부린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정말 비싼 삼페인을 선물한 것이다.
아까워서 먹지 못할 것 같다는 말에 딸은 좋은 일 있을 때 마시란다.
그래 좋은 일 생겨서 얼른 삼페인 퍼뜨렸으면서 우리 딸에게 고마워해야지.

객지에서 생활하는 딸이 늘 마음에 걸리는데
이렇게 만나보니 한숨 놓이고 제나름대로 앞가림 잘하면서 생활하는
딸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호텔에서 나와 이자카에서 저녁을 먹고
저녁값까지 계산하려는 딸을 억지로 말리고 남편이 계산하니 마음이 편했다.
부모는 받는 것 보다 주는 것에 익숙하다.
내가 입은 가죽자켓을 보더니 딸이 이쁘다며 자기 가죽자켓은 이제 못입는다는 말에
내 옷을 준다고 하니,
엄마는 좋은 거는 모두 자기에게 준다며 괜찮다고 하는 걸
딸이 입어야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면서 입어보라고 주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가죽자켓인데 딸이니까 아무 이유없이 주고 싶다.
다행히 짧은 자켓이라 딸에게 잘어울리고 딱 맞았다.
부모란 이런가 보다.
그냥 주는 것이 당연하고 자식이 고마워하는 모습에 마냥 좋다.
그나저나 우리딸 이번에 너무 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