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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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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천원보다 더 큰 행복


BY 만석 2018-10-10


오천 원보다 더 큰 행복
 
이거 손질 다 한 거라고 에미가 갖다드리라고.” 제 댁의 생색을 그리 콜콜이 내지 않아도,에미가 보내는 것쯤은 나도 이미 잘 알고 있건만.
고등어 아냐?” 아들이 내민 작은 상자에 간고등어 한 손이 잘 정리 되어 들어있다,
 
지들이나 먹지.”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영감 덕에 덩달아 생선 구경을 하지 못하는 나는 사실은 반갑다. 중이 되려는지 생선 비린내를 점점 싫어하는 영감. 남편이 잘 먹어야 나도 좀 얻어먹을 텐데 말이지.
 
그래서일까 에미는 생선을 구입하면 자주 올려 보낸다. 영감에겐 미안하지만 나만 잘 먹지. 비린내에 기름 냄새까지 얹어서 영감의 밥맛을 구겨놓을 필요는 없다. 구운 생선이 건강에도 덜 좋다하니 졸여야겠다. 어차피 내 입으로나 들어갈 것이니 맵지 않게 심심하게 졸여야지.
 
~. 내 솜씨도 맘먹고 발휘하니 꾀 쓸 만하네. 비린내가 못마땅한 영감이 인상을 쓰지만, 오늘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보란 듯이 아구아구 뜯어 먹고 손가락까지 쪽쪽 빤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깜짝세일로 네 손에 만원을 줬다 한다. 맛이 좋은 것이 값도 저렴했구먼.
 
에미에게 전화를 걸어 치사를 한다.
에미야. 한우보다 더 맛있게 먹었다.”
사실은 고등어를 보고 시어미 생각하는 네 마음이 더 고마웠어.”
 
아이고 어머니. 오천 원어치예요.”
푸하하하. 나는 지금 오천 원보다 더 큰 행복에 겨워 부른 배를 두드린다. 오천 원에 이리 행복할 수 있게 만드는 건 에미의 재주다. . 재주고말고.
 
사람의 마음은 반드시 크고 대단한 것에서 움직이는 건 아니다. 작은 것에서라도 얼마든지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음을, 잔정이 많은 며느리를 둔 덕에 자주 절감한다. ‘유기농이라며 빵봉지를 들고 들어서는 그녀에게서, 나는 값으로 따지지 못하는 행복을 종종 느끼곤 한다.
 
내일은 에미가 좋아하는 부추김치를 새콤달콤하게 버무려서 내려 보내야겠다.
받아먹었으면 보낼 때도 있어야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닌가. 벌써 에미의 고운 미소가 저만치에서 보인다. 에미야~! 우리 오래도록 이러구 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