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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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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비애


BY 주인 2018-09-05


내 생일날 하필이면 왜, 무엇 때문에 어째서 비바람 몰아치는 날인지...
시누이들이 멀리서 온다기에 다음에 만나자고 거절을 하고 학교에 간 아이들을 기다리느라 넝감 사무실에서 대기를 했다. 잠실역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며 왜 고모들하고 저녁약속을 파기했느냐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뭐 먹을 거냐고 묻는다.
 
“오리구이 먹으러갈까?”
 
“엄마는 오리구이 지겹다고 했으면서...우리는 훼미리 레스토랑 강추!“
 
“아빠에게 물어볼게.”
 
“아빠는 또 갈비살에 냉면이겠지 뭐!“
 
사실 나는 집에 들어가서 눕고 싶은데...
 
“여보! 애들이 썰러 가자는데?”
 
“아휴! 난 싫어. 소주도 한잔해야하니까 차 받쳐놓고 가까운 데로 가자고. 당신 갈비살 좋아 하잖아.”
 
도대체 매일 먹는 밥 뭘 먹으면 어때서 각각 의견이 분분하다.
 
“아빠가 고기 먹자는데?”
 
“그럴 줄 알았어. 두 분이 다녀오세요. 난 케익 찾아가지고 집으로 그냥갈래.”
 
“애들은 케잌 찾아가지고 집으로 간다고 둘이 저녁 맛있게 드시고 들어오시라네요.“
 
내가 꼭 죄인 심문받는 기분이다. 내 생일 챙겨준다며 각자 자기들 가고 싶은 곳을 고집 한다. 이 노릇을 문자로 입으로 중계 방송하면서 절충점을 찾으려 애쓰는 나는 대체 뭐란 말인가!
때마침 거래처 사장님의 전화가 걸려오고 저녁을 함께 먹자고 하는가 보다.
그러지 않아도 뭘 먹을까 생각중인데 마땅히 먹고 싶은 것이 생각나질 않아서 집사람하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함께 코다리 찜을 먹자고 약속을 하는지 네, 네, 몇 번 하더니 전화를 끊는다. 날이 궂어서 그런지 몸이 천근이다.
20분이 지났다.
 
“가자고~요.”
 
“이사장 부부가 온다고 했어. 함께 코다리 찜이나 먹자고...”

쇼파에 누워 티비 보면서 소주마실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저 사람 내 생일 축하해주려는 사람 맞는 걸까? 화가 치밀어 올라와 눈물이 나려고 한다.
 
“가자고요. 자기는 코다리 찜에 소주마실 생각을 하니까 너무 행복하지? 내가 왜 그 사람들이랑 밥을 먹어야 하느냐고요. 집에 데려다줘! 졸려.”
 
아무 말 없이 일어나 차 시동을 걸고 우산을 2개 챙긴다. 차에서 내려주고 혼자 가겠으니 문 앞에서 우산 쓰고 집에 들어가라는 뜻? 대문을 쾅 닫고 혼자 들어왔다. 약속을 취소했는지 한참 만에 들어온다.
김장김치를 썰어 김칫국을 끓였다.
김칫국에 밥 2공기 째 말아먹고 있는 중에 아이들이 들어온다.
분위기 어색한 4식구는 모두가 말이 없다.
샤워를 하고 진통제 한 알을 꿀꺽 삼키고 들어가 누워 나를 돌아본다.
그리고  돌아가신 친정 엄마께 텔레파시를 보냈다.
 
“엄마 세상을 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주인공의 비애는 여기서 끝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