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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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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 속 도서관


BY 마가렛 2018-07-08

 

 

 

요즘들어 제일 마음에 들었던 날씨가 오늘이다.

파란 하늘이 높아서 좋았고,

가끔씩 불어오는 7월의 바람이 초가을 바람처럼 느껴져

선선하니 아침공기 또한 상쾌하다.

가벼운 옷차림에 발걸음이 가뿐하여

길위를 걷는지 물위를 걷는지 방향감각까지

잃어버려 잠시 멈추기까지 했다.

 

 

좋다 좋다. 

 

 남편이 혼자 산책을 하면서 먼저 가봤다는 도서관을

궁금해하는 나에게 알려주었다.

괜시리 히죽거리며 웃는 나를 내가 보니

조금 얼빠진 사람처럼 보인다.

숲속에 새로 개관된 도서관을 들어서서

주위를 둘러보며 반응을 보인 나의 표정이다.

조용히 책 볼 생각은 뒤로 미루고

여지저기 기웃거리기 바쁜 나,

 

숲속 중앙에서, 사방이 통유리로 짜여진 도서관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것은

나의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도서관을 이곳, 저곳 꼼꼼하게 살펴보니

외관도 내관도 상당히  심려를 기울인 도서관이다.

이렇게 자연과 하나되는 곳에서 책을 볼 수 있다니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행복한 사람이다.

 

"거리가 좀 있어도 자주 올 것 같은데?"

"운동도 되고 지식도 쌓고, 일석이조가 되는 도서관이야."

들뜬 나의 목소리에 남편은

"그래~ 자주 와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요."

한다.

 

좋다 좋다.
개관한지 두어달 정도 지났으니 아직 김이 모락나는 햇밥이다.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들 와서

여기, 저기 탐방을 한다.

더러는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부모의 목소리도

아이의 목소리도 크다 싶지만

그들도 나처럼 들뜬 마음이기에 그러리라 생각되며

마음까지 너그러워진다.

카페에는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었다.

책을 자유롭게 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여유있어 보였다.

카페는 아직 오픈 전이어서 여기도 도서공간이다.

 

좋다 좋다.
 

책은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아 군데군데 이빨빠진 동그라미지만

머지않아 채워질 것이고, 그보다 채워지기 전에

여기있는 책과 분위기만으로도 나에겐 과분하다.

숲속에 있는 도서관이다보니

사람들이 책을 보러 온 경우도 많지만,

구경삼아 들려 본 사람들이 많아 아직까지는 좀 어수선했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도 오픈 전이니

다음에는 필히 커피를 준비해서

아니, 먹거리까지 준비해서 하루를 만끽하리라.

도서관 외부에는 테라스와 군데군데 벤치가 준비되어 있어

편하게 쉴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지나치다가 발견한 어린아이의 일기를 보며

흰니를 들어내며 웃어본다.

엄마랑 목욕탕에 갔다가 옷을 벗고나니 부끄러웠단다.

엄마가 괜찮다고 해서 힘을 냈다...ㅋㅋ

역시  동심은 딱 요만할 때 가능한가 보다.

딸도 딱 저만할 때 일기장에 봉숭아 물들인 글을 썼었다.

자고 일어났더니 봉숭아 물들인 손가락 실이 풀렸다며

왜 풀렸는지 모르겠다고 써있었는데...

아이들의 동심은 어른이 좇아 가지도, 좇아 가기도 힘든게 현실이다.

 
하늘도 길도 예뻣던 하루를 걸으며, 생각하며,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더니

동쪽의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다.

오늘은 1만보 걸었을까?

남편이 확인시켜주는 숫자가 1만 8천보 이상이다.

모처럼 걷기도 열심히 했으니

몸도 마음도 상쾌한 하루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