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주말에 빨간우산을 쓰고 모임에 나간 여자는 마음 한쪽은 집에 손님이 온다는 생각에 신경이 쓰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남편이 저녁은 나를 배려해서 나가서 식사를 하고 온다니 난 다음날 아침만 준비하면 된다.
여자들 셋이 모여 두 달동안 밀린 이야기를 하니 시간도 빠르게 지나가고,
바깥은 비가 내리고 흐려도 카페안은 맑은 해가 반짝반짝 비춘다.
난 이렇게 사람냄새나는 이야기를 나누고 눈물도 찔끔찔끔 흘리다 보면 카타르시스에 빠져 개운하다.
그러면서 공감과 좋은 에너지를 받아 다음 일을 좀더 말끔하게 쉽게 할 수 있는 긍정의 효과를 보니
여자들의 수다는 꼭 필요하다.
사람에겐 바이오리듬이 있기 때문에 잘 활용만 하면 최상의 컨디션을 누릴 수 있다.
오늘이 나에겐 그런 날이다.
남편은 미국에서 온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내가 조금 일찍와서 저녁까지 대접하면 좋겠지만 저녁준비는 그리 쉬운 것도 아니고
내가 연이어 식사준비를 할 정도로 힘이 넘치는 아내는 아니다.
어제는 날씨가 좋은 날이라 이부자리를 세탁해놔서 말끔하다.
난 내일 아침 준비를 생각하며 머리에 심어놓은 칩을 하나씩 꺼내본다.
예전엔 내식대로 음식을 준비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이란 도구를 사용하면서 살짝 컨닝을 해가며 준비를 하니
음식하는 재미도 소솔하다.
그래도 기본은 내것으로 해야 개성있는 맛이란게 등장하지 않는다.ㅎ
언젠가 인터넷에 있는 요리를 따라했더니 그야말로 개성있는 맛이라 어찌할 줄 몰랐었다.
내일 아침은 간단하게 준비하려고 생각했다.
콩나물 북어국
브로콜리 계란말이
토마토 샐러드
견과류 멸치볶음
마늘쫑새우볶음
우엉조림
얼갈이
이면수조림
아침에 모든 것을 하기엔 어수선하니 아침에 국과 계란말이만 하고 나머지는 저녁에 준비하면 한결 편하다.
다행이 얼갈이와 우엉조림은 어제 미리 해놨다.
저녁준비와 아침준비는 단어가 다르듯 상차림도 다르다.
저녁을 메인이라 생각하면 아침은 에피타이저 정도로 간단하다.
두남자가 오래간만에 술도 했을꺼라 생각해서 된장국에서 북어국으로 돌렸다.
남편친구는 대기업을 다니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거기서 한의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한의원을 개업했다니 참으로 다양한 삶을 재미나게 사시는 분이다.
남편이름을 부르며 속알 머리없는 자기머리에 약좀 뿌려 달라는 말이
어찌나 재미있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역시 친구란 저리 허물없고 이름부르며 스스럼없이 말하는 사이다.
첫인상이 둥글하고 좋은데 인사성도 참 밝다.
요리를 잘한다며 반찬이 맛있단다. 입에 딱 맞는단다.
립서비스라도 듣기 좋은 말이다.
밥이 맛있다고 한 그릇 더 부탁하고
북어국이 시원하다고 또 부탁한다.
콩나물 북어국을 넉넉하게 끓이길 잘했다.
손님이 내가 해준 한끼의 식사를 이렇게 맛있게 드시니 내 노동이 전혀 아깝지 않고 흐뭇하다.
"너무 잘 먹었습니다.
음식 솜씨가 참 좋습니다.
역시 집밥이 최고입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남편도 흐뭇해하는 눈치다.
짜면 짜다고 한마디 하는 남편,
싱거우면 싱겁다고 두마디 하는 남편 덕분에 음식의 맛이 예전보다 좋아졌으리라 믿고 싶지만
그래도 칭찬만큼 좋은 조미료은 없다.
남편님도 앞으로 칭찬좀 많이 하세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