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려니 오늘 오후에 본 그녀가 생각이 난다.
그녀는 늘 상냥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상냥하게 최선을 다해서 질문에 대답을 해주고
도서관이 처음이라 낯설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본이의 일처럼 최선을 다해 응대해주는
그녀가 참 예쁘다.
오늘도 한쪽 자리에서 난 책을 읽고 있는데 어떤 남자분이 책을 찾고 있는데 잘 못 찾는지
그녀에게 자꾸 질문을 한다.
그녀는 시종일관 또박또박 정중하게 알려주며 함께 책을 찾고 컴퓨터로 확인하고 또 찾는다.
그리고 회원가입하는 것 부터 하나하나 차근차근 가르쳐준다.
여러권의 책을 찾는 남자분에게 여기 도서관에 없는 책은 가까운 다른 도서관을 알려주며
약도까지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급하면 가까운 서점에서도 빌려서 읽을 수 있다는 팁까지 알려준다.
그녀는 장애인이다.
얼굴도 비호감, 발걸음도 어설프다.
처음엔 나도 그녀를 좀 다르게 생각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으로 잘 할 수 있을까? 의심도 해보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그녀는 혹시나 상대방이 자기 말을 잘 못 알아들을까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이야기한다.
자기일에 최선을 다하며 자기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그녀다.
아이들에게도 얼마나 친절한지 진짜 친언니나 친누나처럼 아이들을 대한다.
가끔은 자신에게 막 대하는 철부지에게도 성질 한 번 안 내고 웃으면서 그들을 도와준다.
언젠가 마트 근처에서 그녀를 보고는 아는척하려고 했었는데 급하게 가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녀가 사서인지 보조 사서인지 알바생인지 난 모르지만
내가 볼 때마다 자기가 밑은 일에 충실하며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한치의 불편함이 없도록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하는 것 같다.
멀쩡하고 예쁜 사서는 늘 자리를 비운다.
물론 다른 일로 바쁠 수 도 있겠지만 나의 눈에 보이는 그 사서는 조금은 일을 등한시하고 그녀에게
많은 것을 맡기는 눈치다.
한마디의 대꾸도 없이 늘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그녀는 장애인이란 이유 때문에 어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친절하고 공손한 그녀에게 다음에 도서관 갈 때는 음료수라도 하나 건네야겠다.
그러면 그녀는 수줍어 하며 환하게 웃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