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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노릇 힘들지


BY 만석 2017-10-07

자식 노릇도 힘들지

(7/16)며칠 비워놓았던 막내 딸아이의 집으로 어제 저녁에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엔 누구랄 것도 없이 늦잠을 청했다. 우리가 늦잠을 자야 막내 딸아이 내외도 늦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눈은 떴으나 침대 위에서 딩굴딩굴. 그러나 에구~. 나만의 오판이었다. 사위는 벌써 출근을 한 뒤였다. 얼마나 피곤할꼬. 그래도 내색도 없이 거구를 잽싸게 움직이는 걸 보면 참 용했다. 내 생각 같아선 이~삼일 푹 쉬어라 했으면 좋으련만. 맡은 책임이 있고, 먹고 사는 문제가 있으니 그도 어려운지고. 내일까지 편히 쉬란다. 나도 피곤하긴 하다. 푹 쉬어야지.

 

(7/17) 오늘과 내일은 막내딸이 학교엘 가는 날이란다.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쟈쿠지엘 다녀왔다. 영감이 이젠 제법 길을 익혔다. 나는 워낙 ‘길치’라서, 혼자 나가면 헤매겠지. 그러나 영감은, ‘제1 GATE’로부터 ‘제8 GATE’까지를 용케도 꿰고 있었다. 빌라 단지를 돌고돌아 구경을 하고도, 너끈하게 집을 찾아들었다. 영감을 보아하니,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길눈이 밝다는 걸 익히 알 수 있었다. 아니라 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물었다.“이렇게 ‘켈리’에서 살면 어떨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잠깐은 좋지만 사는 건 싫단다.

 

(7/18) 오늘도 막내딸이 학교에 갔다. 점심은 내가 챙겨먹어도 좋으련만, 늘어놓은 찬에 잔소리도 밥상 가득 늘어 놓았다. 영감과 쟈쿠지를 다녀왔다. 며칠 만에 가는 쟈쿠지가 반갑다. 막내딸은 5시가 지나자 돌아왔다. 저도 피곤할 터이니 저녁은 냉장고를 털어서 대충 때우자 하니 그리는 안 된다 한다. 고집을 꺽지 못하고 사위의 사무실에서 그를 맞아, ‘탕190’에서 한정식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그냥 들어가기가 서운한지 열흘 전에 갔던 ‘WOODBRIDGE NORTH LAKER’ 호수가를 걸었다. 언제 보아도 호수의 분위기는 황홀했디.

 

7/19) 오늘은 막내딸의 학교에서 시험이 있는 날이라 했다. 나는 영감과 함께 쟈쿠지를 다녀왔다. 이제는 나도 영감도 ‘쟈쿠지’를 다녀오는 일쯤은 문제도 아니었다. 여기 ‘켈리’에서도 영감은 화초에 관심이 많았다. 유난히 백장미가 많다며 일일이 살펴보았다.
저녁에 돌아온 막내딸 내외와 ‘라 브라시스(Las Brisas)’에서 저녁을 먹고 라구나(Laguna)비치의 하이슬러 공원(Hisler park)에서 일몰을 감상했다. 과연 라구나의 풍경은 이미 인터넷에서도 알아줌직한 명품이었다, 땅덩어리가 넓으니 노을이 지는 풍경도 스케일이 광대했다.

 

나는 좋기만 한데 막내딸 내외는 얼마나 피곤하겠느냐는 말이지. 출근하랴 등교하랴 어른들 모시고 관광 다니랴. 이 무슨 고생인고. 직장으로 학교로 출근하고 등교하기도 힘들 터인데 말씀이야. 그러구 보면 어른 노릇하기만 힘든 게 아니다. 나는 그러지를 못해서 몰랐는데, 자식 노릇도 제대로 하려면 힘이 들겠다. 경비를 써 가면서 고생을 해야 하니…. 게다가 때로는 잘 했다 못했다 뒷말도 들어야 하고. 저녁이면  잠자리에 들기를 기다렸다가  토끼눈으로,
“안녕히 주무세요”까지 읊으려면 그 아니 피곤하겠는가.

 

그걸 바라보는 어른도 맘은 편치 않았다. 저희들 살림이나 내 살림이나 월급쟁이 신세이니 피장파장이고, 딱히 도움을 줄 여유로움도 없으니 허허~. 공연한 고생을 시키는가 싶은 생각이 절로 났다. 내년쯤 올 걸 그랬나 보다 했더니,
“내년이라고 뭐가 달라요. 아빠 엄마 기력이나 더 쇠해지시겠죠.”했다. 따는 맞는 말이로고.
한 해 한 해 달라지는 체력을 실감하며 딸아이의 따신 마음만 감꼭지 따듯 받아들였다.
“아빠 엄마가 계셔서 얼마나 좋은데. 아는 언니들이 부러워해요.”한다. 부러울 것도 많다.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부담이 되고 힘이 드는 건 사실이겠다. 그걸 모르면 어미가 아니지. 나도 어른 모셔봐서 알만한 건 다 안다고. 힘이 들어도 내색도 못하고, 이젠 남의 식구가 됐으니 섣불리 투정도 부리지 못하는 건 사실이 아닌가. 침대 위에 쓰러지듯 잠이 든 사위를, 깨워야 하나 그냥 좀 더 자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저래도 잠이 깨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나긋나긋해지는, 마음이 바다와 같은 내 사위.
“여보게. 우리 사위. 내 자네의 그 넓은 마음을 사랑하네.”

                 자식 노릇 힘들지                 자식 노릇 힘들지
                                                                            쟈쿠지 팻션 ㅋ~.        우리 사위 피곤해서 어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