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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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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야독


BY 낸시 2017-09-12

아버지는 배움이 짧은 것을 늘 아쉬워하였다.
서당 일년 육개월, 초등 육개월. 그것이 아버지가 받은 교육의 전부였다.
 
대서소가 없던 시골에서 집이나 토지를 사고파는 일이 있으면 사람들은 아버지를 찾았다.
붓과 벼루를 꺼낸 아버지는 매매계약서를 척척 써주었다.
자녀의 결혼을 앞 둔 사람도 아버지를 찾았다.
한자가 가득 쓰인 책을 꺼내 뒤적뒤적 살피신 뒤 아버지는 그들에게 사주와 궁합을 일러주었다.
정초가 되면 토정비결을 봐주는 것도 아버지 일이었다.
초상이 나면 상여 앞에 들고가는 깃발, 명정 글씨도 아버지가 썼다.
모두 합해서 고작 이년의 교육을 받은 아버지는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주경야독,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책을 읽는다는 말을 삶으로 실천한 분이 아버지였다.
새벽이면 등잔불 밑에서 무엇인가 읽고 쓰는 아버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 날 술에 잔뜩 취해 들어오셔도 다음날 세벽 세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책을 읽고 일기를 쓰셨다.
평생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써왔노라고 말씀하시곤 하였다.
영농일기를 쓰며 농사를 짓는 아버지는 남들보다 수확량이 많았다.
쌀 증산왕으로 여러번 상도 받았다.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우리는 아버지보다 유식할까...
미안하고 안타깝게도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성실하고 근면하셨던 아버지는 평생 스스로를 교육하셨던 것이다.
질과 양에서 우리가 받은 교육은 아버지의 교육에 미치지 못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학교 교육이 교육의 전부일 수 없음을 아버지를 보고 알았다.
진짜 교육은 평생 스스로 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삶으로 우리에게 일러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