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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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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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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행복 긴 슬픔5


BY 러브레터 2017-09-12

민아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도 민아는 낯설어하지 않았다.

처음 온 아이답지않게 잘 어울렸다.

하순은 집으로 가는 길에 꽃집에 들렀다.

희서가 좋아하는 백장미를 사기위해서였다.

꽃을 받아든 그녀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왠 꽃이예요?”

내가 백장미 좋아하는건 어떻게 알았어요?”

너무 고마워서요!”

오랜만에 선물받은 백장미를 바라보니 가슴이 행복했다.

커텐을 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희서는 분주히 오가며 일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새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냉장고문을 열었다.

점심은 식당에서 먹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다행히도 미리 장을 봐둔덕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녀는 무엇을 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희철이 좋아하는 김치부침개를 부치기로 했다.

비가 오려는 듯 하늘이 잔뜩 흐려 있었다.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 냉장고에서 묵은 김치를 꺼냈다.

도마에 놓고 잘게 썰었다.

부침가루를 물에 잘 풀고 썰어놓은 김치와 잘 섞었다.

희서는 예쁘게 부쳐야 한다는 생각에 갑자기 긴장이 되었다.

후라이팬을 가스렌지에 얹고 불을 켰다.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고르게 잘 폈다.

노릇하게 익어가는 고소한 냄새가 집안 가득 퍼져왔다.

다행히도 동그랗고 예쁘게 잘 부쳐졌다.

뒤에서 지켜보던 하순이 환호성을 질렀다.

!정말 대단한데!”

아주 예쁘게 잘 부쳐졌어요!”

희서는 부끄러운 듯 미소 지으며 맛을 보라고 하순에게 한조각 건넸다.

하순은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맛에 눈을 감아버렸다.

맛이 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손으로 크게 찢어 입속에 넣기 바빴다.

맛이 아주 기가 막힌데요!”

희서씨 정말 요리 잘 한다!”

 

시계를 보니 민아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하순은 서둘러 옷을 입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치원차가 벌써 집앞에 와있었다.

민아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

하순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민아야!무슨 일이야?”

민아는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어느새 아이들이 알았는지 아빠 없는 아이라고 놀렸던 것이다.

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라고 민아를 하루 종일 괴롭혔다.

하순은 억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땅바닥에 주저앉을뻔했다.

이를 악물고 눈물을 삼켰다.

민아앞에서 태연한척 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민아는 코를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다.

그런 민아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억지로 웃는척 해야했다.

이대로 울어버리면 눈물을 그치지 못할 것 같았다.

우리 민아 오늘 유치원에서 재미있었어?”

민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민아의 눈물을 닦아주며 가슴이 아린걸 참아야했다.

그녀는 민아의 손을 꼭 잡고 마트로 향했다.

엄마가 민아 좋아하는 과자랑 초코우유 사줄게!”

이제 그만 울어!!”

민아는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나는 왜 아빠가 없어?”

시골에서 살면 왜 놀림당해야돼?”

“................”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마트문을 열고 안으로 힘겹게 들어섰다.

카트에 민아를 태우고 식품매장으로 향했다.

어느새 민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상덕과 마주치자 하순은 당황했다.

일부러 모르는척 하려하자 민아가 소리쳤다.

아저씨!”

상덕은 민아를 보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민아는 와락 안겨버렸다.

상덕은 민아를 사랑스럽게 안아주며 말했다.

무슨 일 있었어?”

우리 민아 울었어?”

 

민아는 풀이 죽어있었다.

베이커리 까페가 눈에 띄어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하순은 자리에 앉자마자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다 내 잘못이야!”

민아에게 상처만 준 내가 죄인이야!”

하순은 목이 메어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상덕은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프게 살아온 그녀의 눈물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데 그래?”

상덕은 궁금한 마음에 하순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하순은 설움이 북받쳐 그만 엉엉 울고 말았다.

민아가 오늘 어린이집에 갔었는데....”

상덕은 뜸을 들이는 하순이 답답했다.

흐느껴 우는 그녀에게 대답을 재촉할 수가 없었다.

애들이 아빠없는 애들이라고 놀리고...”

상덕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떤 놈이 아빠 없는 애라고 놀렸어?”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이 놀라 상덕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아는 놀라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상덕은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얼음물 한 컵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도저히 울분을 가라앉히기가 힘이 들었다.

무릎에 앉아 눈물을 글썽이는 민아를 보니 가슴이 아파왔다.

일어나 카트에 민아를 태우고 하순을 일으켰다.

여기 더 앉아 있다가는 아무래도 폭발할 것 같다!”

일단 민아 기분좀 달래주고 나중에 이야기하자!”

하순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아를 태운 카트를 밀고 장난감 매장으로 향했다.

민아는 예쁜 인형들을 보자 금새 얼굴이 환해졌다.

엄마!나 저 인형 사줘!”

민아는 하얀 곰인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민아를 카트에서 내려주며 상덕이 말했다.

갖고싶은 장난감 다 가져와!”

아저씨가 다 사줄게!”

민아는 신이 나서 곰인형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하얀 곰인형을 꼭 안으며 미소가 번졌다.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며 너무 갖고싶었던 인형이었다.

곰인형을 꽉 안고 신이 나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치 장난감 나라에 온 요정처럼 민아는 환상속으로 빠져들었다.

소꿉놀이 장난감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할때마다 끼워주지 않아 속상했었다.

곰인형을 한 손으로 들고는 부엌놀이를 집어들었다.

너무 무거워 낑낑대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하순은 그런 민아를 보면서 가슴이 아려왔다.

한 번도 그런 행복을 안겨주지 못한 미안함에 죄책감이 밀려왔다.

눈가에 참아왔던 눈물이 흩어져 내렸다.

민아는 부엌놀이가 무거워 그만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울음을 터뜨리며 부엌놀이를 다시 집어들었다.

상덕은 그런 민아의 모습이 귀여웠다.

아빠가 들어줄게!”

바닥에 떨어진 부엌놀이를 집어들며 말했다.

민아는 아빠란 말에 놀라며 상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저씨가 이제 민아 아빠야?”

그럼 나 이제 애들한테 아빠 있다고 말해도 되는거야?”

민아는 코를 훌쩍이며 물었다.

상덕은 민아를 번쩍 들어올리며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

그래!이제부터 아빠라고 불러도 돼!”

그러니까 애들이 또 놀리면 아빠한테 일러!”

민아는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이며 방긋 웃어 보였다.

그럼 나도 이제 아빠가 생긴거네!”

!신난다!”

아빠!”

?민아야 뭐 또 갖고싶은 것 있어?”

민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대답했다.

!”

유미가 유치원에 가지고 와서 자랑하는데..”

나도 갖고싶어!”

민아는 노려보는 하순의 눈치를 보며 상덕의 팔을 게임기쪽으로 잡아당겼다.

하순은 상덕을 억지로 잡아 끌며 소리쳤다.

너 다른건 몰라도 저 게임기는 안돼!”

저거 사면 엄마한테 혼날줄 알아!”

애들이 벌써부터 저런거 맛들이면 눈도 버리고 바보 되는거야!”

알았어?”

하순은 민아가 손에 들고 있는 게임기를 세차게 빼앗으며 야단을 쳤다.

민아는 금방이라도 울것만 같았다.

상덕의 눈치를 보며 애원을 해보았다.

상덕은 가운데서 난처한 처지가 되어버렸다.

한참을 고민을 하다가 민아를 보며 약속을 했다.

아빠가 게임기 사주면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안하기다!”

민아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순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다.

친딸이 아니라 신경을 안쓰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런 하순의 마음을 모르는 상덕이 아니었다.

하순의 손을 다정하게 잡으며 속삭였다.

민아는 내 딸이야!”

자기 딸 잘못 되기를 바라는 아빠가 어디 있겠어?”

그동안은 아프게 살고 속고만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나와 사는 이 시간부터는...”

날 믿어주었으면 좋겠어!”

하순은 그런 상덕이 너무도 고맙고 든든해 보였다.

상덕은 그녀의 볼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게임기에 정신이 없던 민아는 짖궂게 웃으며 놀려댔다.

얼레리 꼴레리 !”

엄마,아빠가 뽀뽀한대요!”

민아의 목소리가 너무 커 마트를 둘러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하순은 너무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상덕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민아는 그런 모습이 너무 재미있기만 했다.

하순은 그런 민아의 팔을 꼬집으며 투덜거렸다.

너 이제 그만좀 놀릴래?”

민아는 여전히 짖궂은 표정이다.

혓바닥을 낼름거리며 도망가 버렸다.

하순은 부끄러운 생각에 얼른 계산을 마치고 마트를 도망치듯 나와버렸다.

여전히 놀려대는 민아가 너무 얄미웠다.

장을 본 물건들을 트렁크에 싣었다.

민아 저녁에 뭐 먹고싶어?”

상덕이 다정한 눈빛으로 물었다.

민아는 한참동안 고민을 했다.

너무 먹고싶은게 많아 뭐가 먹고싶다고 해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빨리 대답해!”

고민하다가 해 지겠다!”

하순은 민아를 노려보며 투덜거렸다.

엄마는 뭐가 그렇게 급해서 빨리 말하라고 그래?”

화를 내며 소리를 질러댔다.

너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하순은 민아의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았다.

왜 때려?”

민아는 씩씩거리며 하순에게 대들었다.

두 사람이 싸우는걸 지켜보던 상덕이 한숨을 크게 쉬었다.

너네들 싸우는거 보니까 진짜 재밌다!”

무슨 영화라도 찍는거니?”

도대체 언제까지 싸울건데?”

그냥 여기다 두고 나 혼자 갈테니까 열심히 싸워라!”

다 싸우고 나면 누가 이겼는지 꼭 전화하고!”

알았지?”

상덕은 차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안내리고 뭐 해?”

머뭇거리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민아는 금방 울음을 터뜨렸다.

으앙!”

언제는 아빠라고 그러더니 다시 버리는거야?”

아저씨 나빠!”

정말 나쁜 사람이야!”

민아는 차문을 박차고 멀리 달아나 버렸다.

상덕은 당황스러워 민아를 쫒아갔다.

화가 난 민아는 차가 오는것도 모르고 무작정 차도로 달려가 버렸다.

트럭 한 대가 민아를 스치고 지나가 버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눈물이 앞을 가려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민아야...”

정말 미안해...”

상덕은 바닥에 주저앉은채 울부짖었다.

한참동안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민아야.....”

너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싶었어....’

 

뭐가 미안한데?”

나한테 소리 지른거?”

아니면 맛있는거 못사준거?”

민아였다.

민아는 재미있다는 듯이 상덕을 빤히 쳐다보며 짖궂게 물었다.

너무 놀란 상덕은 환청이 들리는줄 알았다.

주위를 한참동안 두리번거렸다.

도로위엔 여전히 차들이 달리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사고가 난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럼 민아는 어디로 간것일까?

팔을 휘저으며 민아를 불러댔다.

누구 찾는데?”

나 여기 있는데 어디 보는거야?”

민아는 상덕을 이해할 수 없는 듯 웃는 표정으로 물었다.

눈앞에 민아가 있었다.

틀림없는 민아였다.

상덕은 눈을 의심했다.

두 눈을 소매로 박박 문지르고는 다시 앞을 보았다.

정말 민아였다.

민아가 환하게 웃으며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상덕은 민아를 와락 껴안으며 울부짖었다.

민아야!아빠가 혼내서 미안해!”

한참동안 엉엉 울었다.

아빠가 앞으로는 절대 소리 안지를게!”

정말이야!”

약속해!”

새끼 손가락을 걸며 민아와 단단히 약속했다.

민아를 다시 세게 껴안았다.

너는 누가 뭐래도 틀림없는 아빠 딸이야!”

알았지?”

민아는 상덕의 품에 안긴채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순은 그런 두 사람을 말없이 눈물로만 지켜보고 있었다.

아빠!왜 우는거야?”

민아가 죽었을까봐 슬퍼서 그랬어?”

상덕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가에 눈물이 글썽였다.

가슴 가득 자리한 아빠로서의 책임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민아를 가슴가득 안아주었다.

다시는 아프게 하지 않으리라 굳은 다짐을 하면서 ...

민아의 손을 꼭 잡고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엄마가 월남국수 좋아하는데!”

민아는 갑자기 생각이 난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하순이 네가 월남국수를 좋아한단 말이야?”

하순은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베트남 음식점으로 몰고 갔다.

가게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자가 하는 음식점이었다.

하순은 오랜만에 맛보는 월남국수이기에 가슴이 설레었다.

벌써부터 입가에 군침이 돌았다.

메뉴판을 민아에게 내밀며 말했다.

아빠가 특별히 사주는거니까 ..”

먹고싶은거 다 골라!”

다 사줄게!”

민아는 신이 나서 열심히 메뉴를 골랐다.

한참동안 메뉴판을 뒤적이던 민아는 월남쌈과 국수를 시켰다.

사실 민아는 월남쌈을 제일 먹고싶었다.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순도 민아와 같은걸 주문했다.

상덕은 월남국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차라리 잔치국수를 먹는게 더 나았다.

하지만,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먹고싶어하는것이기에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내내 민아는 곰인형을 아기 안 듯이 꼭 안고 있었다.

너는 이제부터 내 동생이야!

이름을 뭘로 지어줄까?”

민아는 한참동안 곰인형과 이야기하다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냥 곰순이라고 해!”

하순이 못마땅한 듯 내뱉었다.

엄마는 촌스럽게 곰순이가 뭐야?”

이 예쁜 곰인형 이름이 그렇게 미웠으면 좋겠어?‘

곰인형을 하순에게 들이대며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둘이 마주치기만 하면 싸움이었다.

상덕은 젓가락을 식탁에 내리치며 화를 냈다.

여기 너네들 집 안방이 아니거든!”

국수 먹으러 온거지 싸우러 온거니?”

상덕은 하순을 노려보며 야단을 쳤다.

어떻게 된게 너는 애랑 똑같이 싸우려고 그러냐?”

애가 갖고싶어서 사준건데 그냥 예쁜 이름 지어주면 안돼?”

하순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며 투덜거렸다.

기집애가 엄마 알기를 우습게 알잖아!”

상덕은 곰인형을 안고 있는 민아에게 타이르듯이 말을 했다.

민아야!”

아빠가 민아가 갖고싶어하는 곰인형도 사줬는데...”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되겠지?”

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가 곰인형 이름 예쁜걸로 지어줄까?”

민아는 신이 나서 금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빠!”

뭐라고 지어줄건데?”

상덕은 한참동안 생각에 잠겼다.

마땅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어 고민을 해야했다.

민아는 곰인형을 꼭 안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상덕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런 민아가 실망하지 않을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이었다.

아빠!생각하려면 아직 멀었어?”

곰인형 이름 짓는게 그렇게 어려운거야?”

민아는 생각에만 잠겨있는 상덕을 보고 있는게 답답하기만 했다.

예쁜 이름이 떠오른 듯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진주라고 지으면 어떨까?”

민아는 너무 마음에 든다며 박수를 치고 좋아했다.

진주아!이제부터 네 이름은 진주야!

알았지?”

곰인형을 쓰다듬으며 흐믓한 미소를 보냈다.

민아는 곰인형을 꼭 안으며 한참동안 입맞춤 세례를 퍼부었다.

하순은 그런 민아가 못마땅한 듯 투덜거리며 말했다.

먼지 잔뜩 묻은 곰인형한테 뭐 하는거니?”

민아는 들은척도 하지 않으며 뽀뽀를 해댔다.

하순은 곰인형을 빼앗아 버리고 싶었다.

상덕은 그런 하순이 못마땅하기만 했다.

좋아서 그러는데 왜 그렇게 심술이야?”

가만 보면 민아가 너보다 더 어른같다니까!”

하순은 심술이 나는걸 어쩔 수가 없었다.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채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월남쌈이 먼저 나왔다.

민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상덕은 밀전병에 예쁘게 싸서 민아의 입에 넣어 주었다.

조그만 입속으로 어떻게 큰 쌈이 들어가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귀여웠다.

민아는 너무 맛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행복해했다.

밀전병을 하나 집어들고 서투른 젓가락질로 야채를 얹고 예쁘게 쌌다.

아빠도 하나 드세요!”

!”

상덕은 잠시동안 멍하니 월남쌈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빠란 말에 가슴 한구석에 감동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한 이름이다.

아빠라는 존재도 모른채 고아원에서 살아온 세월이 추억의 전부였다.

그런데,그 불러보지 못한 이름을 민아에게서 듣고 있다.

목이 메어 도저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아빠라는 이름이 그렇게 감동스러울줄은 몰랐다.

아빠라는 이름이 그렇게 가슴이 벅찰줄은 몰랐다.

오늘 그 기쁨을 민아에게 선물해준다는게 너무도 뿌듯했다.

눈가를 어지럽히는 눈물을 닦으며 입을 크게 벌렸다.

!”

민아는 상덕의 입속에 월남쌈을 넣어 주었다.

딸이 전해주는 감격의 선물이 가슴 깊숙이 눈물로 전해졌다.

너무도 감격스런 나머지 도저히 씹어 삼킬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가족의 정을 이제야 느껴본다.

상덕은 지금 이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