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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노래7


BY 러브레터 2017-09-11

예전처럼 새벽부터 나가 폐지를 줍지 않아도

편하게 일을 하실 수 있어 다행입니다.

다시 우리식당처럼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이제 곧 다시 공부방이 생기고 작은 집도 생긴다고 합니다.

이 낡고 좁은 고시원에서 벗어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다니시느라 고생하시는 할머니께 잘 된 일입니다.

학교도 더 가까워져서 아침에 늦잠을 잘 수 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냄새를 매일 맡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이제 빈 쌀독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물집 잡힌 손에 장갑을 끼면서까지 마늘을 까지 않아도 되니 다행입니다.

늦은 밤까지 밤껍질을 까다가 졸지 않아도 되니 다행입니다.

아직도 할머니의 손엔 흉터자국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음식이 맛있다고 사람들이 칭찬을 할때마다 할머니는 함박웃음을 지으십니다.

할머니 덕분에 커다란 솥단지에는 쉬지 않고 무지개꽃이 만발합니다.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얼굴이 오늘은 더 환해 보입니다.

세린이 아버지가 후원해 주신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매일 예산이 부족해 걱정하시던 신부님 얼굴에도 오랜만에 미소가 보였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멀리서 찾아와 줄을 서도 금방 밥솥이 바닥나

급식이 중단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성당에 농장을 하시눈 분의 지원으로 과일과 간식도 나누어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도 내년에는 대학에 입학해 공부방을 돕기로 했습니다.

벌써부터 동생들을 가르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가난하면 모두가 다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친한 형이 자살을 하고

좋아하는 누나가 자살을 했습니다.

그럴때마다 사는게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다시는 그런 슬픈 모습을 보지 않기를 바래 봅니다.

 

 

 

맛있게 드셨어요?”

 

어제부터 하루 종일 굶었는데 너무 맛있어!”

이런거 생전 처음 먹어보는거라 눈물이 다 나와!”

집에 영감이 밥도 못먹고 누워 있는데 도시락도 싸 주고 고마운 일이야!”

여기 사장부부가 요즘 젊은 사람들답지 않게 착해서 금방 부자 될거야!”

 

국수와 만둣국을 바닥까지 다 비우고도 모자라 아쉬운 눈빛으로

멍하니 빈 그릇만 바라본다.

도시락 가득 곱게 담겨진 만두들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차마 혼자만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다 먹어버릴 수는 없었따.

아침도 p대로 먹지 못하고 학교에 간 손주생각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더 드시고 싶으면 말씀하세요!”

만두 더 드릴까요?”

넉넉하게 준비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많이 드세요!”

 

 

그냥 도시락 하나 더 주면 안될까?”

손주가 만두를 너무 좋아해서 말이야!”

어제는 시장에서 만두가 먹고싶다고 우는걸 야단만 쳤거든!”

 

 

 

차마 모자라서 못드린다고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음식을 많이 해도 그 분들의 허기를 달래 드리기엔 한없이 부족합니다.

며칠을 아무것도 못드시고 허겁지겁 만두를 드시다가 탈이 나

응급실에 실려 가신 분도 계십니다.

뜨거워서 입천장이 데이는것도 모르고 허겁지겁 드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무너집니다.

송할머니 덕분에 매일 맛있는 만두를 만들어 대접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새벽 네시

 

간신히 눈을 뜨고 일어나 새벽시장에 갈 준비를 합니다.

아직 밀려오는 잠을 깨느라 커피를 여러 잔 마셔도 여전히 비몽사몽입니다.

눈에 간신히 힘을 주고 재료를 사러 갑니다.

이른 새벽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던 도매시장은 파리마저도 반가운 손님입니다.

예전처럼 가격을 흥정하고 정답게 사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들은

전설속 모습처럼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따뜻한 커피를 타 주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정답게 나누던 야채가게 사장님이

오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굳게 닫힌 철문만이 씁쓸한 미소를 흘려 보낼뿐입니다.

시장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모락모락 김이 피오 오르며

추위를 녹여 주던 순대국집은 불도 켜지지 않은채

굳게 닫혀 있습니다.

오늘처럼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날

아쉬운 마음이 더 커집니다.

이 시장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가게였습니다.

새벽 도매시장에 오면 꼭 들러서 순대국은 한그릇 먹고 가야

제대로 갔다 온걸k고 할만큼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일찍 남편을 잃고 고생을 하면서도 자식에 대한 사랑은 최고인 분이셨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는 밥 한술조차 아끼시면서까지 아들을 가르쳐

유학을 보내고 회사까지 차려 주셨습니다.

그렇게 아들을 대단한 사람으로 키워 놓은 댓가는 너무 잔인했습니다.

할머니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가게를 담보로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해 결국 문을 닫게 되고 말았습니다.

아들에 대한 배신감을 못이겨 할머니는 바로 앓아 누워버리셨습니다.

평생을 다 바쳐 일궈낸 할머니의 기술은 고스란히 기업에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할머니의 기술을 빼앗기 위한 아들의 계략이었다고 합니다.

시장 사람들은 자식 잘 키워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혀를 차며 이야기합니다.

차라리 전쟁이라도 나서 다 망해 버렸으면 좋겠다고 절망할 정도로

하루가 지옥이던 사람들에게 우l로가 되어 주던 순대국집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 이후로 살 맛이 안난다고 긴 한숨을 쉽니다.

줄을 서서 먹던 도넌가게도 오늘은 불이 꺼져 있습니다.

반죽기계를 돌리느라 요란하던 소리도 들리지 않고

손이 안보일 정도로 열심히 도넛을 만들던 신기한 풍경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도넛을 사기 위해 달려온 사람들은 허탕을 치고 돌아간다며

잔뜩 불만을 털어놓고 맙니다.

시장 상인들의 심리상담사 이자 인생 상담사 역할을 하시던 왕할머니네 호떡집도

오늘은 불이 켜진채 굳게 문이 닫혀 있습니다.

왕할머니 사장님이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져 요양원에 가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리 자식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려고 해도 힘든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

상심이 크셨다고 합니다.

시장사람이나 손님들에게는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은 그 절대비밀은

그렇게 아무도 전수받지 못한채 묻혀 버리고 말 것 같아 아쉬움이 쿱나더,

재료를 사러 시장에 갈때마다 빠짐없이 사가던 호떡이 추억속으로 사라져

한타까운 마음에 한참동안 그 앞에 서 있었습니다.

육수를 내기 위해 빠질 수 없는 멸치를 사기 위해 들른 건어물 가게 사장님 얼굴이

오늘따라 많이 어두워 보였습니다.

국산이 아니면 절대로 팔지도 않으시던 사장님이

요즈음은 수입품이 차지하는 자리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커피도 타주지 않으시고 가게안에 들어서자마자 긴 한숨만 늘어놓으십니다.

 

국수집 잘 된다며?”

거기 일할 사람 하나 필요 없어?”

여기 힘도 세고 일 잘 하는 사람 하나 추천하고 싶은데 말이야!”

초췌해진 사장님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습니다.

 

여태껏 많이 팔아 줬는데 저거 다 그냥 가져가!”

나도 좋은 일 한 번 하고 죽어야지!”

내 차에 싣어다 줄테니까 기다려 봐!”

 

가게 접으시려고요?”

갑자기 접으시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사장님은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은채 물건들을 정리해 차에 싣기만 하셨습니다.

 

거기 나 잘 방은 있지?”

그냥 먹여주고 재워주기만 하면 돼!”

마누라가 여기 시장에서 장사하던 젊은 놈이랑 눈 맞아서 도망갔어!”

그것도 전재산 다 털어서 밤중에 나가버렸어!”

 

사장님은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시며 엉엉 우셨습니다.

시장에서 제일 금슬이 좋기로 소문난 사장님 부부가 그렇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가게에 들를때면 제일 먼저 뛰어 나와 고생한다면서 커피도 타 주시고

가끔씩 맛있는 간식도 주시던 친절한 사모님이셨습니다.

사장님과 나이차이는 많이 나도 참 행복하게 사시는 것 같아

저희 부부도 닮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 사모님이 갑자기

그것도 젊은 남자와 도망갔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일궈낸 가게를 아무 생각도 없이 정리하실 분이 아니시기에

시장에서 하나 남은 선술집에 마주앉아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

아내가 가게를 지키며 나머지 정리를 해주기로 했습니다.

사장님은 술집에 들어서자마자 빈 속에 소주만 연거푸 들이키셨습니다.

 

자네 하우스가 뭔지 알지?”

농작물 재배하는 비닐 하우스 말고 노름판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하는 저를 반히 쳐다보시다가 답답한 마음에

소주병을 또 연거푸 들치키셨습니다.

 

아무튼 노름에 미친 사람들이 모여서 판 벌리는데 있어!”

마누라가 거기에 미쳐서 밤마다 출근도장을 찍더라고1”

장사는 잘 되고 돈은 많이 모이는데 도대체가 통장에는 돈이 안찍혀 있는거야!”

마누라가 버는 족족 하우스에 쏟아 붓느라 은행에 안간거지!”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 하우스 브이아이피 손님이었더라고!”

거기다가 젊은 놈이랑 눈이 맞아서 바람까지 피우고 다닌거야!”

저기 정육점에 말끔하게 생긴 놈 하나 자네도 본적 있지?”

 

사장님은 부르르 덜리는 손가락으로 정육점을 가리키며 분노를 참지 못하셨습니다.

이 시장에서 애교가 많아 제일 인기가 많은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이 되지 않아 아버지 밑에서 열심히 도축 기술을 배워

식당까지 함께 운영하는 잘 나가는 사업가였습니다.

곧 분점까지 낸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사업수완이 좋기로 유명했습니다.

 

사람이 얼굴값 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더라니까!”

나처럼 산적같이 생긴 사람이 오히려 바람도 안피우고 우직하니 잘 사는거라고!”

 

전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해 소주를 바닥에 뿜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사장님의 얼굴을 표현하자면

우리가 책에서 보아 왔던 장길산을 떠오르게 할만큼

수염이 덥수룩한 산적같이 생기셨습니다.

잘못 건들이면 바로 죽을 것 같이 포악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친해지다 보면 그렇게 순수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사장님 말씀대로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빚은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셨습니다.

아내가 말끔히 정리해 놓은 가게안을 한참동안 어루만지시면서 눈물을 붉히셨습니다.

 

내 고향같은 곳이었고 인생의 전부를 바치던 곳이었지!”

등짐을 지고 나르는 막일부터 시작해서 겨우 마련한 가게라고!”

 

왜 하늘은 정직하고 올바르게 사는 사람들에게는

저리도 감당할 수 없는 가혹한 형벌을 내리시는건지

그저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하장님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꾸밈없이 장사를 해 오신 분입니다.

폐지를 주우러 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손을 꼭 잡고 국밥집에서

따뜻한 밥 한그릇 사 드리던 정이 넘치는 분이셨습니다.

주변 상인들이 아무렇게나 던져 놓은 박스들을 잘 정리해서

폐지를 줍는 분들이 오시면 드리곤 했습니다.

날개를 달지 않아도 천사 그 자체였습니다.

시장 상인들은 웃으면서 너무 무워서 날개가 부러지겠다고 하지만

그 무게도 기꺼이 견뎌줄 만큼 사장님은 천사였습니다.

이제 사장님의 분신 하나가 기억속으로 사라지는 날입니다.

가게문을 나서면서 마지막 모습을 핸드폰 사진속에 저장했습니다.

이별이 아쉬워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사람들의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생선가게 김사장님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장사를 접는다면서

담배연기에 긴 한숨을 담아 보냅니다.

급식을 할때마다 고등어 자반과 여러 생선들을 기증해 주시던 고마운 분이십니다.

덕분에 더 풍성한 식사를 대접해 드릴 수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남은 생선들을 손질해 담아 주시면서 눈물을 흘리십니다.

더 많이

더 오랜 시간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언제나 활기가 띠던 시장안이 어느 순간

초상집 분위기로 변해 버렸습니다.

팔리지 않는 옷감으로 무언가라도 만들어서 팔아보기 위.해 재봉틀이 쉴새 없이 돌아갑니다.

장사에 지쳐 컬컬한 목을 축이기 위해 도란도란 모이던 선술집도

이젠 추억속으로 사라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장사하다 정리하지 못한 식재료들로 안주를 만들어 마지막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우리 국수집의 생명줄과도 같은 소중한 거래처들이 불황을 못이기고

한꺼번에 스러져 가버렸습니다.

넉넉한 재료 덕분에 당분간 음식을 만들기에는 충분하지만

새벽이면 함께 하던 그 정겨운 풍경은 오래도록 그리울 것 같습니다.

무료급식 봉사하실 분들이 모자라다는 한 마디에

모두들 팔을 걷고 도와주시겠다고 하십니다.

해결되지 않은 빚에 힘들어 하면서도 함께 나누려는 따스한 정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 국수집은 전보다 더 활력이 넘쳤습니다.

 

쫄깃한 면발으을 만들기 위해 있는 힘껏 반죽을 하며 맛있는 주문을 걸어 봅니다.

그러면서도 너무 행복하다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이 되지 않아 이력서를 쓰며 한숨을 쉬던

그 때에 비하면 지금 힘든건 아무것도 아니라 말합니다.

국수집어으 이름 그대로 우리 국수집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서로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치유하는 장소로 성장해 점점 더 성장해 가고 있습니다.

한 해동안 애써 농사를 지어도 돈이 되지 않는다면서 트럭 한가득 싣어 보내기도 하십니다.

그 분들의 아픔과 눈물이 느껴져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매일 새벽시장에 갈때마다 포대기에 아이를 업고 쪼그리고 앉아 콩껍질을 까던

야채가게 아줌마가 오늘은 보이지 않습니다.

말끔하게 정리된 썰렁한 공간에 긴 한숨을 흘려 보냅니다.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의 병원비와 사채비를 못이겨 아이와 함께

음독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송할머니는 진작에 손을 잡아주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십니다.

 

 

 

예전에 식당에서 일할 때 나보다 음식솜씨가 좋았는데 안타까워!”

남편이 거기서 같이 일하던 사람이었는데 참 성실했었어!”

사람이 너무 착하게 살아도 벌받는건가 봐!”

우리처럼 가난하고 착한 사람들한테 하늘은 왜 그렇게 매정한가 몰라!”

성당에 가서 아무리 울면서 기도하고 물어봐도 하나님이 대답을 안해주시네!”

 

 

추적추적 구슬픈 밋소리를 음악 삼아 소주잔을 하나씩 손에 들고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캄캄한 밤

가게문을 요란하게 두들기는 소리에 놀라 문을 열어 보니 비에 흠뻑 젖은

여덟살 꼬마 아이가 울다 지쳐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마에 열은 펄펄 끓었고 해열제도 듣지 않아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진료 결과 급성폐렴으로 입원을 해야 했습니다.

아이의 할머니 허락을 받기 위해 집을 방문하신 신부님은 대답대신

흰 천에 싸인 할머니를 모시고 왔습니다.

할머니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웃도 쓰지 않은채 몇 정거장을 달려온 것이었습니다.

신부님의 보호 아래 아이는 입원수속을 밟았습니다.

심한 영양실조까지 겹쳐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다음날 아이가 깨어나자 조촐한 할머니의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국수집 식두들이 모두 모여 할머니의 가시는 길을 배웅해 드렸습니다.

아이는 퇴원한 후 성당에서 마련한 쉼터에서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공부방에 자원봉사를 하는 대학생들이 늘어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쉬워졌습니다.

우리 국 수집일손도 많아져 돌아가면서 쉬는 날을 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송할머니가 개발한 무지개 만두를 빚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만두를 빚는 솜씨가 제법이라 가게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입소문이 퍼져 멀리서도 일부러 먹으러 오십니다.

송할머니 음식솜씨는 동네가 다 알아주는 장인급 실력입니다.

방송국에서 저희 우리 국수집 2호점을 취재하러 온다고 합니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무지개 만두를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선 사람들로 가게앞은 북적였다.

차를 댈 공간이 부족해 건너편 모델하우스 주차장까지 꽉 차 버렸다.

우리 국수집에 불이 켜지고 커다란 솥단지에 만두를 찌는 김이 다 피어오르기도 전에

자리를 먼저 차지하고 앉으려는 사람들로 한바탕 전쟁이 치러졌다.

잔돈을 준비할 새도 없이 바쁜 아침을 맞이한다.

 

 

손님 여러분께 더 신선한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자 하는 마음에

음식을 드신 후 계산은 현금으로 부탁드립니다.

여러분께서 드시고 계산하신 모든 금액은 철거민들과 독거노인들을 위해 쓰여집니다.

여러분들의 작은 협조가 더 많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많은 힘이 되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희 우리국수집을 찾아 주셔서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벽에 붙은 커다란 글씨에 모두들 보답이라도 하듯이

기꺼이 현금으로 계산을 하고 작은 성금까지 몰래 놓고 간다.

 

 

새벽부터 만두를 먹기 위해 줄을 선 인파가 대단한데요!

차를 세워 놓을 곳이 모자라 건너편 모델 하우스까지 점령해 버렸습니다!“

재개발의 위협에도 꿋꿋하게 이겨낸 대단한 우리 국수집인데요

이번에 개발한 해 메뉴 무지개 만두가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노숙자들과 독거노인 그리고, 철거민들을 위한 쉼터 유지비를 위한

성금도 함께 모금하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의 따뜻한 사랑 덕분에 매일 북적이고 있습니다!“

 

 

쉼터안 아이들은 눈꼽도 뗄 사이 없이 만두를 빚느라 정신이 없다.

일곱가지 반죽을 하나로 뭉쳐 검정색이 되어 버렸다고 울음보를 터뜨려 버렸다.

반죽과 속제료가 뒤죽박죽 뒤바뀌 버려 새로운 메뉴가 탄생되는 순간이다.

 

 

만두 만드는게 재밌어요?”

 

! ”

 

짧은 대답을 끝내기가 무섭게 보름달만한 만두를 빚어 두 손에 들고 방긋 웃어 보인다.

술에 취한 아버지에게 학대 당하며 힘들게 살던 지난 시간들은 다 지워 버리고

다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 제 자리를 찾는중이다.

심한 매질로 흉터가 생긴 팔 다리를 감추기 위해 옷소매도 걷어 보이지 않던 아이가

이제는 조금씩 팔을 걷고 세상과 소통하려 애를 쓰고 있다.

 

쉼터에 오니까 행복해요?”

 

1”

 

뭐가 제일 좋아요?”

 

 

술만 취하면 욕하고 때리는 아빠랑 안살아도 되니까 제일 좋아요!”

아빠가 얼른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