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창밖에 주룩주룩 내리는 거센 비바람도 무시한 채
비서들이 받쳐 주는 우산을 쓰고 아파트 설계도를 펼쳐 보며 미소짓고 있는
저 사람이 바로 제 아버지입니다!
그렇게 닮고싶지 않았던
꿈에서도 보고싶지 않은
그 사람이 바로 제 아버지라고 합니다
동네를 철통같이 지키겠다고 굳은 결심과 각오로
피 터지게 함께 싸워 왔던 동네 사람들에게
차마 저 사람이 내 아버지이고
내가 바로 그 사람의 딸이라고 털어놓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엄마는 끝까지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아버지의 정을 그리워하는 딸이 안스러워도 비밀로 묻어 두었어야 했습니다.
엄마는 죽어서도 딸에게 상처를 남겨주고 말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엄마는 인생을 참 편하게 사는 사람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희생을 가장한 어처구니 없는 그 도피로 인해 평생 가슴에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저의 마음을 단 한 번도 헤아려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끼니해결을 위해 꼭두새벽부터 박스와 폐지를 주워 만원도 안되는 돈을 벌던
고물상을 없애 버리고 병든 자식과 어린 손주를 먹이기 위해 오백원을 얻으러 다니고
도시락을 얻으러 다니는 노인들의 방 한칸을 포크레인으로 밀어 버렸습니다.
그런 사람이....
바로 내 아버지라고 어떻게 털어 놓겠습니까?
절대 용서받지 못할 죄인으로 낙인찍혀 버리겠죠
사연을 적어 내려가는 이 순간도 누구에겐가 들킬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합니다.
이제 더 이상 ‘우리 국수집’에서 외상으로 국수를 먹지 못할 것 같습니다.
너무 죄스러워서
너무 영치가 없어서...
오늘 마지막 이 국수 한 그릇에
가슴이 무너져 내립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주머니에 돈이 없어도 언제나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장님의 그 미소와 따뜻한 국수 한 그릇이 있었기에 하루가 힘이 났습니다.
소주 한 잔이 생각나도 미안한 마음에 눈치를 볼때마다
말없이 술잔을 쥐어 주시고 배 부른 안주까지 챙겨 주시던
그 정겨운 시간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책상 가득 놓여 있는 장부들이 공짜로 먹는 미안한 마음을 덜어 주기 위해
그냥 놔둔거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한달을 빼곡하게 적어 놓은 외상값들이 다음날 가 보면 지워져 있고
다시 적어 놓으면 다음날 지워져 있는걸 보고 알았을 때
사장님의 더 진한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겐 단 한 번도 느낄 수 없었던 아버지의 빈 자리를 채워 주시고
아버지의 정을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제가 뭘 걱정하는지 금세 알아 차리시고
말없이 소주잔을 건네 주시던 고마운 분이셨습니다.
모델 하우스가 생기던 날,
유난히도 소주를 많이 마셨습니다.
다른 날 같으면 많이 마신다고 야단을 치셨는데
그 날은 제가 소주잔을 기울이는대로 다 받아 주시고
빈 잔을 채워 주셨습니다.
사장님이 무당처럼 무섭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할때마다 그러셨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아픔을 나누다 보면
다 알게 되는거라고 말이예요
제가 너무 취해 테이블에 엎드려 엉엉 울고 있을 때
제 어깨를 토닥여 주시며 그러셨죠
그래도 아버지는 미워하는게 아니라고......
돌아가신 엄마의 마음을 조금만 이해해 보라고....
하지만, 전 그 말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사장님이 내 아버지라면 그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걸 억지로 이해해야 한다는건
고문처럼 괴로운 일입니다.
더 이상 염치가 없어서 ‘우리 국수집’을 떠나려는 절 붙잡고
괜찮다고 말씀하시지만, 아직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폐지를 주워 더 멀리 있는 고물상으로
밥값을 위해 수레를 끌고 가시는 분들게 죄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눈물을 흘리고
그분들을 위해 봉사를 한다고 해도
원죄를 가릴 수 있는걸까요?
어쩌면 지금 빈곤의 나락에서 허우적거리는것도 죄값을 치르기 위해서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벌이 너무 가벼워 더 죄스럽습니다.
언제나 ‘우리 국수집’은 그리울 것 같습니다.
고향이 잇어도 찾아가지 못하는 실향민의 아픈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른 새벽
부슬부슬 내리는 겨울비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성당앞에 긴 줄이 하나 둘 늘어난다.
우산도 쓰지 않은채 하루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굳건히 닫혀진 문을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빗물에 다 젖어버린 박스더미를 잔뜩 싣은 손수레를 놓칠까봐
꼭 쥔 두 손 위에 밤사이 더 큰 근심 하나가 처참하게 내려앉아 있다.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고 몸싸움을 하고 고성이 떠나지 않는다.
어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절실한 마음으로 오백원을 위해 순례길을 돌고 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은 분들이 성당앞에 줄을 서 있습니다.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
눈꼽도 떼지 않고 일어나 첫차를 타고 종점까지 찾아와 하루의 끼니를 달래십니다.
밀린 수도세를 내지 못해 물 한 모금도 못마셨다고 한숨을 흘리시는 분들을 볼때마다
가슴이 아려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 분들 앞에서 차마 눈물을 흘릴 수 없어 억지로 삼키려다가 목구멍에 걸려
더 큰 통증이 밀려 옵니다.
혹시라도 줄을 빼앗길까봐 하루 전부터 성당 앞에서 노숙을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나는 사람들은 저들의 가난을 무조건 욕하고 나무라기만 하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시련이라는걸 모르는 것 같습니다.
빈곤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 옵니다.
아무리 고래등 같이 거대한 기와집에 살았다고 해도
영원히 그 부와 명예를 지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남들이 부러워 하는 금수저로 태어나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잘 나가던 분이
평생을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전재산을 날린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은 지금도 옛날의 잘 나가던 시절을 그리워 하며 눈물을 흘리시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더 저분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시고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십니다.
조금이라도 잘 나가고 잘 살고 있을 때 좋은 일을 하지 못해
벌을 받은거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십니다.
오늘도 제일 먼저 일어나 한끼를 위한 쌀을 씻고 계십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빈곤의 벼랑끝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건
오직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것뿐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해 삶의 끈을 놓아 버립니다.
저는 매일 잊지 않고 성당을 찾아 와 주시는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의 끈을 놓지않고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두 손을 꼭 잡고 인사합니다.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정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행복은 결코 억지로 느낄 수 있는 인공적인 감정이 아닙니다.
어쩌면 인생도 음식과 같은것인지도 모릅니다.
인공 감미료로 만들어낸 억지스러운 맛은 금새 그 본색을 드러내
사람들의 입맛을 망가뜨리고 맙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을 느끼는 사람만이
진심으로 느낄 수 있는것입니다.
어제 맛있게 식사를 하고 가신 김할머니가 오늘도 건강한 모습으로 오셔서 기쁩니다.
어제 오셨던 신할머니가 밤새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노인 빈곤률은 점점 높아만 가고 삶의 끈을 놓아 버리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분들게 희망의 불씨를 전해 드리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은 분들이 식사를 하시기 위해 줄을 서 계십니다.
밤새 비가 내렸는데도 비닐을 덮고 노숙을 하던 분들이 감기에 걸려 연거푸 기침을 해댑니다.
따뜻한 국물을 그릇이 담아 드리기가 무섭게 한 번에 들이키며 추위를 달랩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길게 느껴집니다.
후원이 매달 줄어들때마다 가슴이 아려 옵니다.
하루 아침에 모든걸 잃고 거리로 나서는 분들이 많아져 한숨이 늘어갑니다.
“ 우리 손주가 고기를 참 좋아하는데 여기 좀 담아주면 안될까요?”
“ 나는 이빨이 없어서 못먹는데 손주 갖다 주려고 그래!”
구부정한 허리로 까만 비닐봉지를 내미는 할머니의 간절한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새벽부터 첫차를 타고 와 줄을 섭니다.
눈물이 아무리 흘러 내리고 가슴이 아파도 할머니만 더 챙겨 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구부정한 허리에 다리를 절면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제일 먼저 줄을 서 계십니다.
비탈길을 내려오다 미끄러져 엉덩이뼈가 부러져도 병원비가 없어 진통제로 버티십니다.
아무리 병원에 모셔다 드린다고 해도 어린 손주를 생각하면 차마
누워 있을 수가 없다고 하십니다.
학교 입학할 때 새 가방을 사주지 못해 속이 상한다고 눈물을 흘리시던
할머니댁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올라가고 또 올라가도
끝도 없이 비탈진 골목길을 지나고
다시 한참동안 가파른 계단을 지나고 자리한 허름한 집이었습니다.
아직 한글도 다 떼지못해 글자판을 간신히 읽어 내려가는 아이를 위해
선생님이 되어 주기로 결심했습니다.
미리 준비해 간 새 책가방을 내미는 순간,
공포만 가득했던 아이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공부방은커녕 책상도 없는 아이를 위해 공부방을 꾸미고
책상과 책꽂이를 놓아 주었습니다.
고물상이 문을 닫아 팔지 못한채 쌓여 있는 폐지들을 정리하고
텅 빈 냉장고에 준비해 간 반찬들로 채워 놓았습니다.
빈 쌀독에 살을 붓고
청소를 했습니다.
“ 뭐가 제일 먹고싶어?”
“ 피자!”
물어보기가 무섭게 망설이지 않고 피자가 먹고 싶다고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초등학생 아이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 또 먹고싶은거 없어?”
“ 치킨!”
“ 자장면!”
“ 탕수육!”
“ 기자양반들 돈 없어! 이 녀석아! ”
“ 그거 다 먹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해?”
할머니의 야단치는 소리에 금세 풀이 죽어 눈물을 흘리는 아이를 달래며
전화번호를 검색해 모두 사주었습니다.
덕분에 한바탕 잔치를 벌였습니다.
한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보면서 아이는 입을 다물줄 몰랐습니다.
아무리 천천히 먹으라고 해도 듣는척도 하지 않은체 입속에 집어넣기 바쁩니다.
“ 뭐가 제일 맛있어?”
치킨 다리를 뜯어 먹느라 정신이 없어 대답을 하는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흔하게 먹는 음식들을 그저 티비나 전단지 속에서만 멍하니
바라보던 아이였습니다.
“ 그렇게 맛있어?”
너무도 뻔한 질문을 형식적으로 늘어놓고 있습니다.
양손에 치킨조각을 하나씩 들고 번갈아 가며 먹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양념치킨을 한입 베어 물고는 마치 신세계를 경험하는 것처럼 입안 가득 미소를 머금었습니다. 피자는 제대로 자르지도 않은채 허겁지겁 먹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멍하니 아이의 먹는 모습만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손주가 맛있게 먹는걸 보는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고 하시면서
계속 웃기만 하셨습니다.
자장면을 한그릇 다 먹고도 더 먹고싶다고 빈 그릇을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는 아이에게 차마 안된다고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얼굴 가득 까만 수염을 그린 모습이 너무 귀여워 연거푸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반에서 좋아하는 여자아이와 같이 먹고 싶다고 하면서
여자아이 이름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반에서 제일 예쁘고 착한 아이라고 하면서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설거지를 하듯이 깨끗이 비워낸 자장면 그릇을 카메라 앞에 보여주면서
꼭 같이 먹으러 가자고 약속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대접할 것도 없는데 얻어 먹기만 해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지만
더 해드릴 수 없어 죄송한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이번달 방세를 못내게 되어 걱정이 되긴 하지만
난생 처음 먹어 본 피자와 치킨에 행복해 하는 아이의 미소에 위로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 오늘 맛있는거 많이 먹었으니까 공부도 열심히 해야돼!”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굳은 약속을 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비탈길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한바탕 무료급식을 끝낸 그릇들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성당앞에
아직 허기를 달래지 못한 노인들이 애타는 마음으로 줄을 서 있다.
가난은
쉼표도
마침표도
함부로 찍을 수 없는
끝없는 숙제를 남긴다.
차마 급식이 끝나 밥을 드릴 수 없다고 냉정하게 이야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분들의 가난과 배고픔을 이해하기에
냉정하게 거절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줄어드는 성금을 충당하기 위해 대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해졌습니다.
저 길 건너 ‘우리 국수집’ 사장님의 도움으로 2호점을 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결혼한 신혼부부와 함께 운영을 하기로 했습니다.
맛있기로 소문이 난 덕분에 손님이 끊이지 않아 금세 자리잡았습니다.
국수집이긴 하지만, 어르신들을 위해 따뜻한 국밥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아이들에게 배가 고프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고 장학금을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가난은
쉼표도
마침표도 없지만
훈훈한 정이 있어 견딜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여러분들이 보내 주시는 사연들을 볼때마다
세상에 무지했던 제 생각과 가치관들이 조금씩 깨어나는 기분이 듭니다.
지금도 창밖에 있는 작은 성당에는 오백원을 받기 위해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몇 시간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찍 줄을 서서 받기 위해 노숙을 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저렇게 노숙을 하고
줄을 서서 돈을 받는 노인들을 손가락질하기도 합니다.
저 분들의 절실한 마음은 누구도 헤아리지 못합니다.
처음부터 가난을 선택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런데, 가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너무 이기적입니다.
모든걸 그들의 탓으로만 돌려버립니다.
길거리에 몸을 누이고 잠을 청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며 무조건 욕만 합니다.
아무도 그들의 아픔을 헤아려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벽부터 첫 차를 타고 달려와 오백원 순례를 하는 분들의 절박한 심정은 아무도 모릅니다.
밀린 전기세를 내기 위해
끊겨 버린 가스비를 내기 위해
무릎이 쑤셔 잠을 자지 못해 약값과 병원비를 벌기 위해
하루에 한끼도 먹기 힘이 들기 때문에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와
자존심을 버리고
오백원을 받아가는겁니다.
한달을 순례를 해도
방세를 내기가 힘이 듭니다.
폐지를 주워 팔아도 돈이 안되고
세금을 견디지 못하는 고물상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습니다.
‘ 노을빛 희망가’는 여러분들에게 작은 희망을 드리는 방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희망은 절망의 반대말입니다.
절망의 반대편에 서서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절망에 빠져 보낸 사연들을 희망으로 바꾸어 전해 드리겠습니다!
방금 뽑아낸 국수반죽을 육수에 넣고 다 익기도 전에 가게앞은 긴 줄이 여러겹 늘어서 있다.
찜통에서 탱글탱글 익어가는 만두를 바라만 보기 힘들어 얼굴을 파묻고 냄새를 맡던
노숙자들이 밀려들어 하마터면 뜨거운 솥이 엎어질뻔 했다.
송노인은 손이 보일새도 없이 바쁘게 만두를 빗느라 정신이 없다.
무지개빛 색색깔로 빚어낸 만두들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고인다.
그릇 가득 국수와 어우러진 빝깔 고운 만두를 허겁지겁 먹는 사람들 옆에
만두를 가득 담은 도시락을 하나씩 올려 놓았다.
배 부르게 먹을 새도 없이 가족을 머일 걱정에 눈물 짓는 이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다.
“ 드디어 우리국수집 2호점을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을 모시고 첫 삽을 뜨게 되어 가슴이 벅찹니다.
오늘 축하해 주기 위해 멀리서도 와주신 여러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많은 분들의 희망사항을 들어 드리기 위해 이번에 만두를 추가했습니다!
저희 부부와 송할머니, 그리고, 1호점 사장님이 밤을 새워가며
개발한 만두를 여러분께 처음으로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부담없이
드시고 싶은 만큼
원없이 드시고
가차없이 꾸중해 주시고
평가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혹시라도 오늘 함께 하지 못한 가족을 먹일 걱정에 못드실까
여분의 도시락을 주비했습니다!
방세도 못내고
전기세가 밀려 끊기고
가스비를 못내 냉방에서 지낼때는
가난을 원망만 했습니다.
이력서를 백장이 넘게 써도 받아주는 곳이 없어 밤마다 술을 마시고 울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둘은 다시는 울지 않기로 했습니다!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품게 해주신 우리국수집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예전보다 후원이 줄어들어 성당의 무료급식이 힘이 들어지는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여러분들을 배고프게 하지는 않을것입니다!
비가 오는 질퍽한 바닥에서 노숙을 하며 기다리지 않아도
언제든지 따뜻한 밥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국수집이 잘 되어서 여러분들이 편하게 발 뻗고 주무실 수 있고
아이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기를 기도해 주십시오!
예고도 없이 빼앗긴 삶의 공간을 보상받지 못했지만
아픈 마음은 보듬어 드리겠습니다!
오늘 맛있게 드시고 잠시나마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의 웃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할머니는 웃을줄 모르는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할머니도 다른 사람들처럼 환하게 웃으실줄 아는 분이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