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안볼거야!아니! 보고싶어!오늘 보는게 마지막이야!내일부터는 안볼거야!잊을거야!아니! 못잊겠어!세상에 남자가 그 인간 하나는 아니잖아!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걸 어떻게 해?안보고싶다!보고싶다!못된 놈이다!아니야! 언제 봐도 멋있어!안볼거야!아니! 볼거야!궁금해!안궁금해! 거짓말과 진실 사이에서 망설이던 내 마음은 아직도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다.그 거짓맹세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결국은 절대 보지 말아야 할걸 보고 말았다.아직 해도 뜨지 않은 캄캄한 새벽, 어제 마신 술이 다 깨지 않아 머리가 지끈거려도 출근시간은 꼬박꼬박 잘도 찾아 온다. 고막이 찢어질 듯 울려대는 알람벨을 끄자마자 습관처럼 또 다시 그 인간의 sns에 들어가 감시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다시는 그 인간의 모든 sns를 방문하지 않겠다고 수없이 다짐을 해놓고도 눈뜨자마자 아침인사를 하듯 문을 두드린다.도대체 그 인간이 뭐길래 내 기억 언저리에서 떠나지를 못하는건지 알 수가 없다. 다시 한 번만 또 그 인간의 sns에 접속을 하면 손가락을 모조리 다 부러뜨려 버리겠다고 이를 갈았던 지난 밤이었다. 그 지독한 맹세와 약속은 해도 뜨기전, 어디론가 휘리릭 사라져 버렸다. 나와의 약속은 칼같이 지키는 내가 처음으로 그 굳은 약속을 어겨 버리고 만 것이다. 원망스러운 손가락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한참동안 바라본다.어제의 맹세대로 손가락을 모조리 다 부러뜨려 버리면오늘부터 난 백수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그만 두라는 무언의 압박에 시달리며 하루를 악착같이 버티는 현실에서자해를 한다는 건 당장 무덤을 파는 일이다.어제 쓴 기획안이 못마땅해 그 살기 어린 눈빛으로 째려 보던 팀장의 눈빛이 아직도 가억속에서 생생하게 남아 요동친다.냉장고는 일주일째 텅 빈채 시베리아 벌판을 달리고 있다. 식탁 위에 고지서들은 차곡차곡 잘도 쌓여 간다. 그 인간 만나면서 긁어댄 카드값만 다 합쳐도 이 집 일년치 월세가 넘는다. 그 때는 내가 미쳤었다.뭐가 좋아서 그렇게 사다 바친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그동안 뭘 사다가 바친건지 궁금해 눈꼽도 떼지 않은 눈을 비비며 카드 명세서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또 쳐다본다.그 인간 구두, 그 인간 옷, 그 인간 선글라스, 그 인간 애완견 , 그 인간 애완견 용품들.....아무래도 내가 미쳤던게 분명한 것 같다.월급 타서 내 옷 하나 사 입고 신발 하나 사 신는것도 벌벌 떠는 내가그 인간도 모자라 강아지한테까지 최고급으로 카드 긁어 바쳤으니 미친게 틀림없다. 그렇게 비싼 생일선물을 받은 그 인간은 내 생일날. 입을 싹 닦고 돈이 없다는 핑계로 새로 생긴 화장품 가게에서 개업선물로 준샘플들을 차곡차곡 모아 상자에 담아 생색 내면서 준 걸 아직도 기억한다. 대놓고 싫다고 찡그리면 잔뜩 실망한 얼굴로 다시는 선물을 안사준다고 투덜댄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으름장을 놓는게 두려워 억지로 고마운척 연극을 하고 만다.그 존재만으로도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고 삶의 유일한 낙이 되는 그 인간이 떠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슬픈 일이다.가난한 주머니 사정을 너무 잘 알기에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싶지는 않다. 미안한 마음을 들키기 싫어하는 그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진다.친구들은 그런 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사리가 나오다 못해 깔고 앉아 있다고 하면서 놀려대곤 한다. 그러면서 만날때마다 남자친구한테 받은 명품백과 비싼 악세사리들을 자랑하느라 정신이 없다.만난지 1년 되는 기념으로 해외 여행 간다고 티켓을 흔들며 자랑해도하나도 부럽지 않다고 최면을 건다. 나한테는 더 소중한 사람이 있어서라고 하면 다 거짓말이다.이글거리는 분노를 참느라 그 날밤 집에 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자기 생일에는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제일 비싼 스테이크를 썰고 와인을 마신다.그 때 내 카드한도는 한 달 생활비만 간신히 남겨 놓은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안먹어도 배가 부르고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순간이라고 스스로 위로한다.너무 미안해서 일부러 못되게 굴고 큰소리치는 거라고 다독인다.나쁜 남자,만약 그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순진한 남자였다면 카드값에 힘들어하면서 오래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다.과거에는 그랬었다.차라리 착한 남자를 만났다면 다른 친구들처럼 명품백도 선물받고 쇼핑몰에서 마음대로 고른 비싸고 예쁜 악세사리도 선물받았을텐데 바보처럼 못된 남자에 빠져 허우적댄다.그래, 그런 나쁜 남자 캐릭터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멋있는 거라는 걸 그 때 처음 깨달았다.몇십만원짜리 와인이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다.편의점에 소주와 맥주를 사러 갈 때 진열장에 가지런히 놓여진 와인을 먼 나라 딴 세상 물건으로 취급하던 나에게 몇십만원짜리 와인은 어울리지 않은 옷처럼 느껴졌다. 그 인간은 많이 마셔 본 듯 와인잔을 익숙하게 들고 잘도 마셔댄다. 혀에 감기는 맛이 부드럽고 목넘김이 자연스럽다면서 허세를 부린다.그 비싼 피같은 와인을 마시면서 미안한 마음은커녕빈 말이라도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안한다.나쁜 남자 캐릭터, 내가 그 몹쓸 나쁜 남자에 빠져 있다는 약점을 들켜 버려 오랫동안 손바닥 안에서 잘도 가지고 놀았다.그런 싸가지 결핍증에 걸려 치료도 못하는 인간이 좋다고 사달라고 하고 갖고 싶다고 하는 건, 모조리 다 사다 바치는 내가 한심하다.십만원이 넘는 스테이크를 야금야금 개걸스럽게 잘도 썰어 먹는 그 인간 앞에서난 침만 삼키면서 다이어트 한다는 핑계로 샐러드만 잘근잘근 씹어댔다.침을 질질 흘리면서 쳐다보는것도 모르고 한 번도 먹어보란 말 한 마디 안하는 그 인간의 고기 써는 모습이 그래도 멋있어 보이는 건 아마도 내 눈이 썩었기 때문인 것 같다.비싼 스테이크 접시를 확 빼앗아 버리고 싶다가도 그 놈의 사랑 때문에 무너지고 만다. 그래! 난 멍청한 사랑을 하고 있다.처음 만났을때보다 고기 써는 솜씨가 많이 좋아졌다.그동안 투자한 보람이 더 있어 흐뭇하다는 생각에 잠깐 웃다가 다시 정신을 차린다. 점점 더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못된 남자로 변해 간다.지난 달에 긁은 할부금도 다 못갚아서 현금 서비스로 돌려 막았다. 그 인간을 만나고 사랑한 죄로 내려진 벌은 너무 가혹하다. 돌이켜 보면 모든게 다 내 탓이다.저렴한 입맛을 고집하고 다 낡아 빠진 트레이닝복 한 벌이 유일한 옷이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처음부터 그 인간이 스테이크와 와인을 좋아하지는 않았다.고시촌에서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던 그때까지만 해도 평범한 사람이었다.우연히도 그 인간과 난 바로 옆방에서 나란히 꿈을 키워 나갔다.추운 겨울에도 강의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이른 새벽부터 나와 대신 줄을 서 주고 열심히 메모한 강의노트를 빌려 주며공부하던 그런 시절이 그립다.침대에 누우면 바로 관속에 누운듯 비좁은 방에서도 찬란한 꿈을 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창문 사이로 불어 오는 찬 바람에 잠을 설치다 깜빡 잠이 들어 새벽강의를 놓쳐문을 박차고 나가다가도 문밖에 붙여 놓은 쪽지 하나에 미소지었다. 피곤하지?어제도 내 생각하느라 잠 못잤구나?그렇게 내가 많이 보고 싶었어?그러다가 또 시험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이번에는 꼭 붙어서 여기 탈출해야지!설마 나 보고싶다고 운건 아니지?날씨도 추운데 우리 애기 감기는 안걸렸어?수업 끝나고 창문에 바람 안들어 오게 뽁뽁이 붙여 줄게!오늘부터는 내 사랑만큼 방안도 따뜻할거야.강의도 두 배로 열심히 들어야 하고 우리 애기 감기 안걸리게 난방공사도 해줘야 하고 하루가 바쁘네! 분홍색 하트에 가득 담긴 사랑에 훌쩍이던 콧물이 쏙 들어가 버렸다.복도 창문틈 사이로 뜨끈한 어묵탕 냄새가 솔솔 풍겨 온다.오늘도 어김없이 고시생들의 하루 먹거리를 가득 싣은 푸드트럭이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다.가난한 주머니에서 꺼낸 꼬깃한 천원짜리 몇 장으로도 배 부르게 먹을 수 있는 행복은오직 이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뜨끈한 어묵국 한 그릇에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아 버린다.언제나 정직한 재료와 착한 가격으로 뱃속을 든든하게 해 주는 푸드트럭 사장님이 고맙다.알고 보면 사장님도 노량진 출신이다. 두 번이나 도전했지만 합격을 하지 못하고 대신 공시생들을 위한 전투식량을 책임지는더 위대한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틈틈이 이어지는 자투리 강의가 많은 도움이 된다.어묵을 만들어 끓이기가 무섭게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공시생들 사이에서는 뒷골목 선생님으로 통한다.가게를 차려도 될만큼의 수입을 올려도 사장님은 학원 뒷골목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차 한켠에는 시험에 붙은 사람들이 두고 간 선물들로 가득했다.사장님은 사랑의 매신저로도 유명했다.어묵과 함께 나눈 사랑 덕분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찍은 사진들이 벽화처럼 가득 붙어 있다. 나와 그 인간도 그 어묵 덕분에 만났다.첫 번째 공무원 고시에서 떨어지고 우울한 어느 날, 가난한 주머니를 언제나 반갑게 맞아 주는 곳은 오직 한 군데.뒷골목 아저씨네 어묵가게였다.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 하나만으로도 마음을 읽어주는 신통력을 가진 아저씨다.그 날도 우울한 마음 앞에 따뜻한 정이 가득 담긴 금방 끓인 어묵국 한 그릇을 내밀었다.일찌감치 자리잡은 낙오자들이 빙 둘러앉아 사장님의 따뜻한 사랑 한 모금에 위로를 받으며 다음 시험을 위한 새로운 다짐을 한다.합격을 궁금해하는 요란스러운 전화벨 소리에도 통화버튼을 누르고반갑게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어디선가 합격을 축하하는 요란한 건배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노량진에 들어온지 5년만에 누려 보는 행복한 순간이다.누군가는 긴 한숨을 쉬며 눈물 가득한 시선으로 허공만 바라본다.밀린 고시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다음 시험을 포기하고 내일부터 막노동 현장으로 향해야 한다.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 가득 맺혀 있는 눈물이 아프게 느껴진다.어묵 건더기 하나 없이 연거푸 국물만 마셔대는 그의 대점안에 모두들 하나씩 양보한 아직 따끈한 어묵 건더기들이 훈훈하게 자리한다.학자금 대출이 밀려 독촉전화가 쏟아지고빚에 허덕이며 하루를 근근히 버티는 건 모두가 안고 있는 공통된 아픔이다.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고가성어가 아직은 훈훈한 감성으로 통하는공동체 의식 속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간다.눈가에 맺혀 있는 그 눈물이 얼었던 내 감성을 녹게 했다. 윤수인나이는 나보다 두 살 많다.나보다 더 좋은 대학을 나왔고나보다 더 학점이 좋았지만이번 시험에 하나 차이로 똑같이 떨어졌다.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회사에 이력서를 넣어도 받아 주는데 없어 고시촌.에 들어와 한 번에 붙겠다는 굳은 각오로 공부해 온 지난 시간도 똑같다.그러기에 우리는 똑같은 절망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학자금 대출금을 갚지 못해 매일 악몽을 꾸고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걸려오는 독촉전화벨이 모닝콜이 되어버린것도 똑같다.오랜시간 사랑했던 사람에게 문자로 이별통보를 받은것도 똑같다.텅 빈 그릇에 하나 둘 담겨진 어묵들을 건져 먹으면서그녀가 보낸 이별문자를 읽고 또 읽는 핸드폰 액정 위에 눈물이 얼룩진다.국물 한방울도 남김없이 비우고 돌아서는 슬픈 뒷모습을 안아주고 싶었다.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옥탑방 우리들만의 정원에서 위로의 파티가 시작되었다.어제 재활용 쓰레기 수거함에서 건진 휴대용 가스렌지에 어제 고시촌을 나가면서 옆방 언니가 선물해 주고 간 부탄가스를 끼워넣고합격했다고 신이 나서 한턱 쏘고 간 큼직한 삼겹살을 가득 올려 놓는다.옥탑 한귀퉁이에 심어 놓은 상추를 뜯어 깨끗이 씻어 놓고우리들의 만능반찬 쌈장을 숟가락 가득 떠서 그릇에 가득 담는다.식당에서 몰래 담아 온 마늘과 양파들을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 위에 살포시 얹어 놓고종이컵 가득 소주를 채워 한 잔씩 돌렸다.작년에도 우리는 아름다운 노을을 증인 삼고 똑같은 맹세를 했었다.내년에는 근사한 술집에서 멋지게 차려 입고 술잔을 들자고목청껏 소리 높여 외치며 희망찬 내일을 꿈꿨었다.하지만, 기회는 그리 쉽게 우리편이 되어 주지 않았다.시험지에 꾹꾹 눌러 쓴 정답을 무시한 채 또 다시 패배자라는 가시덤불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한다.슬픔은 더 큰 슬픔을 안겨 준다.흙턴 생활이 지겨워 고시촌에 들어온 인후에게 돌아온 건흙턴보다 더 잔혹한 진흙턴 생활만 반복되고 있었다. 국산 라면이 비싸서 맛없는 수입라면을 눈물 콧물에 버무려 먹으며 겨우 끼니를 떼우고 있는 내가 슬프다. 스테이크를 혼자 쩝쩝거리면서 먹던 그 인간이 큰맘 먹고 산 명품 셔츠를 뜯어보자 마자 인상을 쓰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난리다. 그러면서 찍어 둔 옷이 있다면서 핸드폰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준다. 그 옷도 카드 한도 초과를 각오하면서 산 건데 두 배나 비싼 옷으로 바꿔 달라고 난리를 친다.그 때 난 왜 카드가 한도 초과라 안된다고 말을 하지 못한건지 모르겠다. 그 땐 내가 너무 미쳐서 돈 없다는 말을 하는것보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 더 무서웠다. 그 인간은 그걸 노리고 나를 잘도 가지고 놀았다.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과 디저트를 나한테는 예의상이라도 먹어 보라는 말도 하지 않고혼자서 잘도 먹어댄다.근사한 그릇에 담긴 아이스크림이 참 맛있게 보여 군침만 줄줄 흘리던 지저분한 모습을 떠올릴때마다 눈물이 난다.그렇게 비싼 밥을 대접하고도 그 인간한테 얻어 먹은 것 중에 제일 비싼 건유명 맛집에서 얻어 먹은 부대찌개다.소세지랑 돼지고기는 자기가 다 건져 먹고 묵은지만 한 냄비 남겨 두고도내 생각해서 하루 종일 헤매서 찾은데니까 맛있게 먹으라고숟가락을 들때마다 공치사를 늘어 놓는다. 다 해 봐야 겨우 만원도 안되는 부대찌개 하나로 얼마나 공치사를 해대던지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뚝뚝 떨어질 지경이다.겨우 부대찌개 하나 사 주고서 커피는 생전 가보지 못한 비싼데서 사 달라고 난리를 치는그 인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채 낡은 지갑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커피 한 잔에 만원 가까이 하는 가격표를 보면서하마터면 왜 이렇게 비싸냐고 욕을 할뻔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하루 식비라고 해 봐야 고작 몇천원인데 커피 값으로 이틀치를 날려 버린다는 건 최고의 무리수이다.카드 연체금 갚으라는 독촉문자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 오는데도 여전히 난 그 인간을 위해 카드를 긁고 있다.커피를 가져 온 아르바이트생에게 활짝 웃으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그렇게 활짝 웃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내 앞에서는 이빨까지 드러내 보이며 환하게 웃어 보인적이 없다.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 길 가다 마주친 낯선 사람에게도 환하게 웃으면서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는다. 그 인간을 만나면서 항상 외로웠다.남자친구로 만나면서도 매일 낯설고 가슴 한 구석에 그늘이 생긴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저렇게 웃고 있는걸까? 나랑 만날때는 매일 울상 아니면 다 죽어가는 얼굴이었던 그 인간이다른 사람도 아닌 나랑 원수가 되어 버린 해신이랑 나란히 어깨동무하고 입꼬리가 눈을 찌를 정도로 활짝 웃고 있는게 아닌가?정말 놀라운 일이다. 뭐가 그렇게 좋은걸까?아무리 사진속이라도 두 눈에서 하트가 터져 나오는 소리가 알람벨 소리보다 더 소음처럼 들린다.해신이 가면뒤에 숨겨진 더럽고 치졸한 본모습을 다 알고서도 저렇게 좋아서 웃는걸까?홈쇼핑에서 물건을 고르듯 남자를 쇼핑하는게 취미인 해신이 장바구니에 내가 처음 사랑했던 그 인간이 담겨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지난달까지만 해도 해신이 페북 프로필 사진을 장식하던 잘 생긴 남자는헌신짝처럼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렸다.불여우 같은 해신이한테 뒤통수 맞은게 아프지도 않은지 아직도 페북에 들어와 매일 사랑한다는 답글을 단다. 그렇게 당하고도 또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는걸까? 요리 보고 저리 보고 아무리 뜯어 봐도 이쁜 구석 하나 없고성질머리 마저 더러운 해신이가 뭐가 그렇게 좋아서 해신이의 장바구니에 담기고 싶어 안달하는 건지 모르겠다. 자금껏 나는 멍청한 사랑에 빠져 있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