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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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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버이날


BY 만석 2017-05-08

오늘은 어버이날

 

허허. 이런 어버이날도 다 있네?! 내 이런 어버이날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왜 진즉엔 못했을꼬.일본에서 출장을 온 작은 아들이 어제 날짜로 다시 출국을 한다 했다. 어버이날 행사는 자연스럽게 그 아이 새끼줄(?)에 맞춰 6일에 치루어야 했다. 근사한 뷔페식 식당에 예약을 했다고 불러냈다. 부른 배를 튕기며 행복했으나 그건 벌써 그저께의 일이었다.

 

두 딸아이가 멀리, 그것도 너무나 멀리(버지니아, 켈리포니아.)에 있으니, 아침시간에 맞추어 전화 한 통씩이면 그만이었다. 입으로야 무슨 말을 못 하리. 미국에 살더니 이젠 미국식이 몸에 베어서 제 방식으로 전화를 주고는 제 식으로 전화를 끊는다. 좀 더 수다를 떨어도 좋으련만 저녁운동을 할 시간이라며 바이바이를 고한다.

 

이제 내게 속한 어버이날 행사는 이것으로 끝이다. 마음이 허()하다. 차라리 아이들이 어릴 때가 좋았는데. 어버이날 무대를 꾸며 연극도 뵈 주고 선물이라며 네 남매가 합창을 부르던 무대가 그립다. 학교에서 만들었다며 색종이로 접은 카네이숀을 달아주고 어줍짢은 솜씨로 연필에 침을 발라 사은(謝恩)의 편지를 두 손으로 곱게 전해 줄 그때가 좋았던 것을.

 

교회의 권사님들로부터 이런저런 사연으로 <동해안 열차관광>으로 자축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어찌어찌 모으다 보니 과부집단이 되어버려 영감을 내 던지고 나서야 할 판. 먹고 사는 일도 아닌데에야 인정(?)상 그 짓도 못할 지고. 이래서 할 일도 없고 해야 할 일도 없는 혼자만의 어버이날을 보내며 이것이 헛된 삶이 아님을 애써 달래자니 이건 또 무슨 별고(別故)인지.

 

보림이가 집에 있다면 혹 카네이션이라도 기대를 하겠다만, 오늘로 소풍일짜를 잡아 소풍을 갔으니 것도 다 틀렸네. 이럴 땐 며느님이 센스쟁이라면 카네션이라도. 아서라. ‘받아먹을 것 다 받아먹고 딴소리 한다할라. 시장에 널려 있는 카네이션은 누가 다 소화해 낼까를 걱정하다가 내가 한 그루 사야겠다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나는 역시 센스쟁이 케케케.

 

차를 몰고 시골로 향하는 길가에서 카네이션 화분을 하나 샀다. 나는 시방 시골의 시부모님 산소엘 가는 중이걸랑. 산소 앞에 심어드려야겠다. 얼마나 꽃을 좋아하시던 어른이시던가. 거금 천원을 더 얹어서 더 탐스럽고 더 싱싱한 카네이션을 받아들고 자화자찬(自畵自讚) .

여보. 나 참 착한 며느님이지?” 케케케. 세상에 착한 며느님들 다 죽었겠다.

 

키다리아저씨는 오늘도 말이 없다. 입이 귀에 걸린 것으로 보아 기분이 썩 좋기는 한 모양이다. 이럴 땐 내키지 않아도,

그래. 그래.”해 주면 좀 좋아?! 아니. 부모님 생각을 하며 오히려 기분이 더 울쩍해졌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는 늘 불효자였음을 한()하였으니까. 그래도 나서기는 잘 한 것 같다.

 

보림아~!

할미가 착한며느리라면 세상의 착한며느리들 다 죽었어야 할 일이여~.

나도 좋은 며느리는 아니었던 게 사실이니 뭘 더 바래겠냐고 자위(自慰)할란다^^

 

(내쇼날그레픽오브게러리)의 <고호의 자화상>앞에서

오늘은 어버이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