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하면 근사한 레스토랑만 떠올리고 분위기만 찾았던 40대까지의 내가 50대가 되니 그언제 부턴가 한식이 좋구
소화도 잘되고 집에서도 고기보단 생선이, 나물이 좋아졌다.
그래도 가끔은 분위기를 찾아야 되는 여자지만 예전보단 많이 변했다.
결혼 전에는 머위나물을 몰랐다.
결혼 후에 시어머님께서 머위나물을 사서 손질하셔서 된장에 무쳐 주시거나, 머위쌈을 해서 먹는게 신기하였지만
차츰 머위에 쌉쌀한 맛이 좋아졌다.
지난 주에 남편님께서 머위를 한 푸대 들고 오셨다.
서방님과 성묘를 갔다오면서 친적분 중의 한 분이 연세가 있어서 뜯어주시지는 못하고 뜯어가라고 해서 밭에서
두 남자가 열심히 뜯어 왔다는 이야기
남편은 시골에서 자라서 참 정겨운 문화에 익숙하다.
결혼해서 난 처음 접하는게 많았다.
머위나물도 그렇고 가죽나물, 두릅, 참나물 등등..
나물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서울에서 자라서 모르는 것도 많았다.
머위를 다듬어서 한번은 쌈으로 먹고, 또 한번은 된장소스에 머위를 무쳐 먹으니 입맛도 살아나고 맛나다.
다음엔 들깨무침을 해볼까 싶다.
오늘은 성경모임에서 곤드레 맛집에 가서 한상을 받아 먹었더니 역시나 속이 든든하고 좋다.
곤드레 비빔밥을 간장이나 막된장에 살짝 비벼서 김에 싸서 먹어도 맛있었고
유기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잡채, 꽈리고추찜, 멸치볶음, 취나물, 명이나물, 다섯가지로 만든 젓갈도
입에 맞았고 상큼한 오이무침, 된장 고추무침 그리고 된장찌개도 구수했다.
추가로 반찬을 더 요구하니 얼마든지 갖다드린다고 갖다주는 도우미도 사람 좋아보였다.
사실 밥을 조금 남겨야 내 정량인데 먹다보니 그릇이 깨끗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모임의 모든 식구들의 그릇이 깨끗해서 한바탕 웃었다.
먹는 즐거움을 어디에 비길 수 있으랴...
한끼 식사로 친밀감을 느끼고, 가까워지는 인간관계는 커피 다섯 번을 함께 마시는 효과라고 했다.
돌아오면서 집까지 태워준다는 일행에게 아파트를 알려줬는데
우리 아파트가 아닌 다른 아파트에서 차를 세우는 순간 내가 말을 잘못 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미안하다며 "1단지가 아니고 3단지예요. 벌써 이러면 안되는데... 어쩌죠?"
이말에 그친구도 내말에 급공감하며 점점 우리가 그러는 나이라는 말로 위로를 하는데
정말 내가 싫고 나이들어감을 또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