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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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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이 맺어준 인연


BY 마가렛 2017-03-30

"형님~ 역에 내렸는데 몇 번 버스를 타야 되나요?"

막내동서가 드디어 도착을 했나보다.

내가 데리러 간다고 해도 스스로 오겠다고, 그래야만  다음에도 잘 찾아 올꺼라며 고집을 피운다.

전화통화를 듣고 계시던 아버님이 나가보신다는 말씀에

아침부터 분주하게 들뜬 마음을 알기에 웃음으로 다녀오시라고 했다.

 

시간맞춰 점심을 차려놓고 베란다 창문으로 보니 아버님과 동서가 다정하게 걸어온다.

손을 흔들며 동서를 불러봤지만 못들었는지 아파트 출입문으로 들어선다.

반갑게 인사하고 들어서는 동서는 집구경을 하면서 지난번 집과 비교하면서 재잘거리는데

언제봐도 밝고 유쾌한 동서가 좋은기운을 나에게 건네는 기분이다.

 

동그랑땡 재료를 모두 준비하고 손으로 쳐대는 것은 손이 아프다는 이유로 동서에게 부탁을 했다.

속재료는 잘게 썰고 두부를 물기없이 짜다보니 약한 손이 더 안 좋았다.

손발이 척척 맞는 우리는 서로의 눈빛 손놀림만 봐도 알아서 일을 해낸다.

솔직히, 나보다 동서가 일도 잘하고 센스가 있어 나에겐 꼭 필요한 동지다.

제사 때 부침전을 좋아하는 조카들도 이젠 거리가 있어서 자주 만나기 힘들고, 또 고학년이다보니 학원문제도 있고

이래저래 점점 보기가 힘든 현실이다.

 

시어른들이 역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모시러 나갔더니 네 분이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이젠 연세가 많으셔서 오시기가 쉽지 않았을 터인데 당신 아버님, 시아버님 제사이고, 새 집으로 이사갔다고하니

겸사겸사 방문하신게다.

언제나 그랬듯이 큰어머님은 좋은 인상으로 칭찬 일색이고,

큰고모님은 늘 고맙다고 나에게 말씀하시면 나는 말없이 그분들의 손을 잡으며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동서는술술 잘 풀리라고 큰 롤 휴지와 빨간 전기 주전자를 선물로 내밀고,

생일선물이라며 또하나의 박스를 내밀었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밥그릇이다.

"기둥뿌리 휘청 거리면 어쩌나 .. " 하면서 "다음에는 국그릇도 부탁한다."고 농담을 했더니

웃으면서 여기까지란다.

예쁜 카드의 글에도 든든한 형님이 옆에 계셔서  늘 행복하다는 말에 내가 오히려 고맙다고 말을 전했다.

사실 난 무늬만 큰동서이고 큰며느리다.

속도 좁고 일도 겁없이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매번 맞이하는 제사지만 며칠전부터 신경쓰이고 약간의 스트레스도 받아 입술도 부르트는

편한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어제까지 집들이, 제사 준비하느라 힘들고 피곤해서 혼자 궁시렁 거렸는데

오늘은 숙제아닌 숙제를 끝내고 동서에게 한아름의 선물을 받으니 기분이 활짝 갠 봄날이다.

동서 생일에는 무얼 선물할까?

미리미리 고민해서 예쁜 선물을 준비해야지 ...

 

시댁이 맺어준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