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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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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살짝 들어 주어야 한다.


BY 심청 2006-08-13

뒤란에 황토는 볼 때마다 젖어 있다.

아니지... 비가 오면 뒤란을 보았던가?

 

뒷산이 어디까지 인가?   그것은 대나무들 속삭임 저편...

고운찰머리 또박또박 따아 묵은  장독대엔 햇살이 남아 있다.

세포기 삼을 심던 일년내 그늘지는 고자리엔  지렁이가 게을게 꾸물 댄다.

이끼는 비밀스레 거꾸로 박혀있는 물항아리까지 닿아 있다.

청개구리가 저기가 다 제 땅인냥 요리 뛰고 조리 뛴다.

돌 위로 비가 부딪히고,  썩은잎 깊숙히 비는 파고 든다.

돌이 부서지고, 썩은잎이 녹으면 한줌 흙이 되려나?

 

아버지 오셨다.  

긴바지를 둘둘 말아 올리시고  맨발로 빗설겆이 하신다.

싸리빗자루를 한켠에 세워두고,  멍석 둘둘 말아 탁탁 두드리 신다.

가슴이 아파오고 열이 몸을 달구더니 오랜동안 담아둔 기침이 힘겹게 쏟아진다.

못 들은 척 부엌에 가시더니 아궁이에 불을 지피신다.

웅크리시고 호호 부시고... 이내 불이 피어 오른다.

말없이 옆에 앉아 아버지 머리를 보니 검은빛이 돌아 기쁘다.   젋어 지시나?

 

나무는 타각타각  잘 타들어 간다.

괜스레 눈물이 핑그르 돌아 참다참다 흐느껴 울었다.

나무는 매운내를 내더라며 애써 웃음 지으니 어깨가 흔들린다.

철없는 어깨에 아버지 찬손이 닿는 듯 하더니 허공처럼 토닥이신다.

큰나무 하나를 쑥 밀어 넣으시고 작은나무를 얼기설기 놓으신다.

\"큰나무가 타려면 작은나무가 타야 한다.   나무가 많아 안 타거든 살짝 들어 주어야 한다.\"

아픈가슴 가라앉고... 딸래미 불처럼 타다 흔들리다 꺼지려는 삶을 어찌 아셨을까?

 

뒤란에 황토는 흠뻑 젖어 있다.

아버지는 대나무들 속삭임 저편으로 사라지셨다.    아...꿈 이련가?

 

딸아,  우리 삶이 화려하게 타지 않고 무겁거든 서로 살짝 들어 주어야 한다.

저 위에 태양처럼 타지 않아도 좋다.

태양이 태우다 타다 지친 어느날 구름이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았다.

구름이 태양을 살짝 들어 주고 비를 뿌리면 빛은 더욱 강해 졌다.

엄마의 삶이 잘 타지 않고 매운내를 풍긴다고 슬퍼 말았으면 한다.

딸의 삶이 나와 닮아 간다 하여 슬퍼하지 않으려 한다.

우리 서로 살짝 들어 주며 사는 것이 나목이 된  엄마만의 꿈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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