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저녁...
한울음을 쏟아내며 온 세상을 미워하던 그순간
그 때 그자리에 내가 있었다
잘생긴 얼굴에서 품어져 나오-는 그 카리스마 넘치는 폭력에
더이상 길들여지기 싫어하는 자신을 지키려하는 그 순간
그 때 그자리에 내가 있었다
용서하지 못한 가슴으로 온몸에 가시가 박힌 채
모든 사람이 적이였던 그 순간에도
몇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 슬그머니 혼자서 용서를 하는 그 순간에도
그때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
녀자의 자리가 이렇게도 변하는 구나
아니 사람의 자리가 이렇게도 변하는 구나는 그 때에도
세상살이에 답이 없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도
아아 죽고 싶다고 외쳐대던 그 순간에도
그때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
샛노란 민들레 꽃잎에 넋을 놓고 있던 때도
산을 타며 느끼던 봄맞이의 생명력도
아직 살고 있구나라고 느끼던 그 때에도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
이미 살아내고 있으면서도
내 삶이 아닌 다른 이의 삶을 사는것이 아닌가 하는 그 순간에도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
지금..
지나가는 자리에 내가 서있다
이미 지나간 자리에도 내가 있었듯이
살아갈날이 남은 그 자리에도 내가 있을 것이다
그 때는 그 때는.......